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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연습한 시간 - 엄마의 책장으로부터
신유진 지음 / 오후의소묘 / 2024년 11월
평점 :
#사랑을연습한시간 #신유진 #에세이 #오후의소묘 #서평단 #도서제공 #출판사이름이너무예쁨
딸들에게 나는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 사람인지 마음이 쓰이던 밤에 만난 책이다.
다른 건 몰라도 ‘책’이라는 다정한 친구를 곁에 두는 사람으로 성장하기를 원하고, 나와 같은 책을 읽고 서로의 감상을 공유하기를 원하고, 책을 읽는 나의 모습을 보며 자라기를 원하고, 마음 속을 채우고 있는 그 무엇을 자신만의 언어로 쓰는 삶이기를 원하는 나라서, #엄마의책장으로부터라는 부제를 품고 있는 이 책이 무척 궁금했다.
그리고 #창문너머어렴풋이와 #상처없는계절을 거치며 신유진 작가의 글에서 향기를 느끼는 사람으로서, 작가님 신작 에세이를 읽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고…
➡️ 책날개의 작가 소개에서,
“읽고 쓰고 옮기는 사람. 엄마의 책장 앞을 서성이고 파리의 오래된 극장을 돌아다니며 언어를 배우고 이야기를 꿈꿨다.
그 모든 것이 사랑을 연습한 시간임을 이 책을 쓰며 알았다.” 부분은 책 전체의 이야기를 두 세문장으로 응축해서 잘 표현했다는 생각이다.
➡️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사랑을 연습한 시간>에 무엇을 담고 싶었는지 말한다.
이 책을 통해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나의 근원, 엄마와 내가 여성으로서 통과한 삶, 그리고 타자였다. 내게 가장 가깝고 그래서 늘 멀어지는 엄마라는 타자와 내가 어떻게 연결되어 서로의 같음과 다름을 확인하는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함께 얼마나 멀리 갈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어쩌면 나는 내 존재의 빈칸을 타인의 이야기, 그 안에 담긴 믿음으로 채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존재가 타자의 그유에 대한 응답이라면, 나는 타자의 믿음으로 온전해 질 수 있지 않을까. 그것이 사랑이 아니면 무엇일까. 누군가의 그리움과 슬픔을 기쁨으로 환원할 수 있는 게 나라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나도, 내 삶도, 내 글도 존재해야 할 이유를 확인하게 된다.(p.13~14_프롤로그 中)
➡️ 작가님의 ‘엄마’(어머니 대신 엄마가 더 와닿아 엄마로)는 딸이 아기였을 때부터 작가님만의 셰에라자드가 되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엄마의 언어로 전해지던 이야기가, 엄마의 책장에 꽂힌 책, 엄마가 곁에 두던 책 그리고 엄마 인생의 작가들을 통해 작가님에게 자연스레 스며들고, 읽고 쓰는 사람이 되도록 길을 내준 것 아닐까 싶다.
내가 생각하기에 ‘글을 짓는 작업은 환희와 고통을 동시에 안겨주는 것’ 같다.
그렇기에 작가가 되고 싶다는 나의 딸에게 나는 소란스러운 응원을 보낼 수 없다. 하지만 세상 일 모두 두 가지 얼굴을 가지고 있음을 생각하며 가슴이 뛰는 일을 하는 게 맞다고 고요한 응원을 보낸다. (그러다 ’어느날 아이돌 가수가 될래요‘ 할 수도 있고🤣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어쩌면, 작가님 엄마에게 있어 삶의 해방구와도 같던 읽기(그리고 끼적임과 쓰기)가 작가님에게도 동일하게 작용하기를 바라며 고요한 응원을 보내시지 않았을까 추측해 본다.
예전에 작가님과 그 동생(#1984books)에게 힘든 일이 있을 때 보낸 지지와 신뢰의 메시지에 뭉클했던 기억이 있다.
엄마와 작가님의 사이에 놓인 ‘책‘이라는 사물, 그것을 통해 확장되어 주고받은 마음이 단단하게 엮여 신뢰와 지지를 만들어냈을 것이다.
➡️ 이 책 3장 ‘삶을 쓰기’라는 챕터에서는 특히 작가님의 삶의 몇몇 장면들을 매우 솔직하게 보여준다. 아니 에르노의 자전적 글쓰기에 당혹스러웠던 적이 있다 했던 작가님이지만, 작가님 역시 이 책에 엄마와 그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불특정 다수가 읽는 책에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내어놓는 일은 상당히 어려운 일일 것이다.
➡️ 엄마의 책장에서 비롯된 삶의 서사가 여성과 모성이라는 텍스트로, 그리고 엄마와 작가님의 여성으로서의 삶과 사랑에 깊이를 더해가는 쓰기의 여정으로 이어진다.
그 여정을 섬세한 필치로 담아낸 작가님의 글은 여전히 향기로웠다.
창문너머 어렴풋이에서 느꼈던 새벽같은 감성을 느끼며 책장을 덮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