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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 ㅣ 을유세계문학전집 142
버지니아 울프 지음, 손영주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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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이 출간된지 딱 100년이 되는 해이다.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아온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이기에 그간 많은 출판사에서 번역서가 출간되었다. 이전에 타 출판사 도서로 접해보았지만, 을유의 세문전 142번의 주인공인 이 책을 새로운 번역으로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1923년 6월의 어느 하루가 배경이지만, 시공간을 넘나들며 펼쳐지는 의식의 향연 속에서 그리고 여러 인물로 전환되는 시선 속에서 자칫하면 흐름을 놓쳐 길을 잃은 독자가 그 흐름에 다시 올라타도록 매끄러운 새 번역이 등을 밀어준다.
문장들의 흐름이 물속에서 유영하는 물고기처럼 자연스럽고 부드럽다.
줌인/아웃, 트래킹, 플래시 백과 같은 카메라워크를 능숙하게 사용한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을 불러일으키는 문장들이 댈러웨이 클라리사의 그날, 그곳으로 독자를 데려간다.
(주석이 페이지 하단이 아닌 책의 말미에 배치된 것이 조금 아쉬웠지만, 이것은 전집의 구성이 그러하니 감수할 밖에…)
작품 자체를 향한 상찬은 굳이 여기서 언급할 필요가 없겠다. 다만, 을유의 새옷을 입고 세상에 나온 이 책만의 장점에 대해 몇가지 이야기 하자면,
우선 위에서 이야기한대로 매끄러운 번역으로 생동감을 느끼며 읽을 수 있다.
또한 역자는 영국 소설과 비평 이론을 깊이 있게 연구한 교수로, 역자 해설의 깊이 또한 훌륭하여 작품의 시대적 배경, 울프의 문학과 삶에 대한 이해를 넓혀갈 수 있어 특히 좋았다.
군더더기 없이 울프의 얼굴로만 디자인된 심플한 표지는 작품에의 자신감을 대변하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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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댈러웨이 부인은 꽃은 자기가 사 오겠다고 말했다.
(….)정말 상쾌한 아 침이야—아이들이 바닷가에서 맞이하는 아침처럼.
아, 신나! 공기 속으로 뛰어드는 것 같아!”(p.7)
그녀의 파티! 아, 바로 그거였다! 그녀의 파티! 피터와 리처드, 둘 다 파티때문에 그녀를 너무나 불공평하게 비판하고 부당하게 비웃었다. 바로 그 거였다! 바로 그거, 그거였다!
자, 그렇다면 그녀는 어떻게 자신을 변호할 것인가? 이유를 알고 나니 속은 아주 후련해졌다. 그들은, 적어도 피터는, 그녀가 자신을 내세우기를 즐긴다고 생각했다. 유명한 사람들을 주위에 불러 모으길 좋아한다고. 명사들을. 한마디로 속물이라고. 그래, 피터는 그렇게 생각할 것이었다. 리처드는, 그녀가 흥분이 심장에 나쁘단 걸 알면서도 그걸 좋아하는 것이 어리석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어린애 같다고. 하지만 둘 다 완전히 틀렸다. 그녀가 사랑하는 것은 단지 삶이었다.(p.173)
“홈스는 그를 잡을 것이다. 하지만 안 돼, 홈스도, 브래드쇼도 안 돼. 그는 비틀거리며 일어나 한 발씩 번갈아 옮겨 서며, 손잡이에 '빵'이라고 새겨져 있는 필머 부인의 깨끗하고 좋은 빵칼을 고려해 보았다. 아, 하지만 더럽히면 안 되지.
가스불은 어떨까? 그렇지만 지금은 너무 늦었어. 홈스가 오고 있어 면도날이 있을 텐데. 하지만 레치아가 늘 그러듯이 어딘가에 싸 놓았지. 남은 것은 창문밖에 없었다. 블룸즈버리 하숙 집의 커다란 창문. 창문을 열고 자신을 던져야 하는, 번거롭고 귀찮고 조금 멜로드라마 같은 방법. 그것은 그들이 생각하는 비극이었다.(….) 그는 죽고 싶지 않았다. 삶은 좋은 거였다. 태양은 뜨거웠다. 다만 인간들이—대체 그들이 원하는 건 무엇인가?(….) ”옛다, 줄게!" 그가 외치며, 필머 부인 구역의 철책으로 자신을 힘껏, 거칠게 던졌다.(p.212~213)
즉, 눈에 보이는 우리의 일부분인 우리의 형상은, 보이지는 않지만 널리 퍼져 있는 우리의 다른 부분에 비하면 너무나 일시적이기에, 우리가 죽은 후에는 그 보이지 않는 부분이 살아남아 이런저런 사람들과 어떻게든 연결되어 다시 나타나거나, 아니면 어떤 장소를 떠돌며 머물거라고, 아마도-아마도 그럴거라고.(p.218)
그러나 그는 잠시 그대로 앉아 있었다. 이 두려움은 뭐지? 이 황홀함은? 그는 생각했다.
대체 무엇이 나를 이토록 엄청난 흥분으로 가득 채우는 걸까?
클라리사로군. 그가 말했다…(p.2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