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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시간의 알레고리 - 빛으로 그려진 영원의 시퀀스, 사랑으로 읽는 50개의 명화
원형준 지음 / 날리지 / 2025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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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소중히 다루는 편이라 손자국이나 눌린 자국을 만들지 않는데, 이 책은 더더 조심스레 다루고 싶어진다.
책을 받아든 순간, 눈길을 사로잡는 표지에 얉은 탄성이 나왔다.
북자켓 형태의 커버를 벗기면 선물처럼 유광의 재질의 표지가 나오는데 전면이 그림이어서 어떤 방해도 없이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책 표지를 이리 기획하다니 아이디어가 번뜩인다)
표지의 작품은 책 p.115에도 실려 있는 피에르 오거스트 코트의 <폭풍우_1880년>이다.
이 책은 근대부터 근세를 거쳐 중세와 고대에 이르는 작품들을 역순으로 거슬러 올라가며 소개한다.
그 구성은 1관부터 9관, 그리고 특별관까지 10개의 테마관에 각 5점씩 모두 50점으로, 미술관을 느리게 걸으며 감상하는 무드를 느낄 수 있다.
작품의 학문적 접근이 아니라 작품의 배경과 작품에 얽힌 뒷이야기를 친근하게 풀어낸 소프트한 에세이이다.
각 관별 테마는 <제1관. 삶과 사랑, 죽음>, <제2관. 빛과 자연의 교향곡>, <제3관. 그림자의 여백>, <제4관. 감정의 무도회>, <제5관. 욕망의 유희>, <제6관. 기억의 정원>, <제7관. 비극에서 피어난 찬란>, <제8관. 욕망의 고백>, <제9관. 시간과 영혼의 숨결>, <특별관. 초월의 빛>
로 해당 테마에 맞는 작품들을 모아 배치함으로써 비교 감상하며 흐름을 읽기에 좋았다.
이 책에서 특히 감동인 것은 작품 하나하나 선명하게 잘 볼 수 있도록 배치와 선명도에 세심한 배려가 있었던 점이다. 때로는 한면 전체에 작품을 배치하기도 하고, 집중적으로 설명할 부분은 클로즈업 해서 설명과 함께 따로 싣기도 하였다.
별도의 검색 없이 책 안에서 모두 해결되어 편리성이 뛰어났다.
미술에 대한 궁금증과 목마름을 촉촉히 채워줄 수 있는 한권으로 나에게 두고두고 소중한 선생님이 될 책이다.
책을 읽는 동안 작품들을 타고 시간여행을 다녀온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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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삶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사실을 잊고 지낸다. 아니, 무의식적으로는 알지만 하루하루 넘기는 일상의 굴레와 떨칠 수 없는 욕망 때문에 무시하거나 실감하지 못한다는 게 맞겠다. ‘일에 집중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사람을 보며 문득 인간은 찰나를 사는 존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잊고 살든, 순간을 살든 시간은 흐른다. 그러다 가족처럼 가까운 이의 죽음을 경험하면 비로소 인생의 허무가 절절해진다. 죽음을 잊지 말라. 너는 결국 죽을 존재니 오만하지 말라. 매 순간순간 죽음을 삶의 지침으로 삼으라는 것이 바로 바니타스(Vanitas) 그림이다.(p.19~20)
결국 작품은 사랑과 아름다움, 쾌락, 기만, 허위, 질투, 시간, 질서를 신과 상징, 알레고리로 나타내고 있다. 사랑의 쾌락에는 항상 위험과 고통 등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사랑은 육체적인 아름다움과 쾌락에 현혹되어 시작되지만, 언젠가 시간의 신이 장막을 걷어내면 기만과 욕망, 질투를 경험하면서 진실을 깨닫는다.(p.3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