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묻는다
정용준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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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원하는 마음으로 발표 작품마다 챙겨 읽는 정용준 작가님 신작 장편소설.
이번 작품의 제목을 접하고 ‘너는 누구이고, 무엇을 묻는가?’ 궁금증이 일었고, 책을 읽으며 그 해답을 찾기 위해 ‘느린 독서’를 했다.
작고 연약한 존재들에 곁을 내어주는, 사회의 음지를 외면치 않는 작가의 감수성과 시선이 여전히 빛나고 있는 작품이다.

소설은 단지 소설일 뿐이라 말할 수 없다. 너무 아프고 아파 소설 속에서만 존재하는 일이기를 바라지만, 오늘도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실인 것이다.
이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아동학대 사건은 현실 속 몇몇 사건을 시린 가슴으로 마주하게 한다.
어떤 글은, 그것이 문자임에도 지면에서 몸을 일으켜 입체적으로 살아나는 느낌을 안긴다. 문장에 담긴 아픔이 생생히 전달되어 읽는 행위가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그런 글이 바로 정용준의 글이고, 그가 다하고 있는 문학의 소명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너무 빨리 잊는다. 사회면 보도를 흥미거리로 소비하고 기억에서 쉽게 폐기해 버린다(그렇기에 본질은 무시한 채, 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프로그램을 만들려는 미디어의 모습도 꼬집는다).
잊지 않고 기억하기를 바라는 피해자와 그 가족의 외침 속에는 재발 방지를 위한 철저한 제도화를 내포하고 있다.
기억하고 알리고 촉구하는 여러 길 중 하나의 방법은 쓰고, 읽고, 기억하고, 시선을 주는 것이다.
300 여 페이지 낮고 조용한 외침에 스릴러적 요소가 덧입혀져 기존의 작품들 보다 강하게 공명한다.

책을 읽으며 법의 역할을 생각해본다. 억울한 자, 소외된 자가 없도록 보호하고, 사회의 질서를 어지럽힌 자, 사회로부터 격리해야 옳은 자의 처벌을 제대로 해내는 장치로서의 역할! 그것이 제대로 기능하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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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의 불길은 옆으로 번져나가지 않고 사그라들 것이다. 미디어를 통한 충격은 일상을 흔들지만 균열을 일으킬 정도로 강하지 않고 뉴스는 뉴스로 덮일 것이다. 파도를 덮는 파도. 바람을 밀어내는 바람. 흉터 위에 다시 생기는 상처.(p.13)

법이 곧 정의는 아니라고요. 무슨 의미인지는 알지만 그 말에 다 동의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법의 테두리 바깥에서 범죄를 저지르는 일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것에는 동의해요."(p.151)

이해하는 척하면서 교묘하게 죄책감을 심는 다정한 질문들, 사고 이후 유희진은 많은 이의 시선을 받았다. 위로인지 오지랖인지 알 수 없는 막막하고 답 없는 말들과 답답한 침묵들. 어둡게 있으면 불쌍한 인생이라 동정했고 밝게 있으면 무정하다고 수군댔다. 나중엔 답할 수 없는 질문을 받아야 했다.(p.170)

“안다는 것은 그런 겁니다. 다시 되돌릴 수 없어 요. 취소가 되지 않아요. 책임이 생기는 겁니다."(p.237)

사람을 사람으로 만드는 것도, 사람 아닌 것으로 만드는 것도, 사랑이라는 것이. 뜨거운 사랑.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지만 피부에 흉터를 남기는 것,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나 사랑하는 자는 성급하고 포악하다. 악수하고 포옹하는 손으로 때리고 밀어내는, 사람과 사랑의 세계. 다들 어떻게 견디고 어떻게 살아내는지, 슬퍼도 웃는 아이와 기뻐도 우는 어른에게 묻고 싶었다. 모든 것을 참지만 어떤 것도 믿지 못하는, 모든 것을 바라면서 어떤 것도 견디지 못하는, 불가해한 용광로 속으로 손을 집어 넣고 싶었다.
(….)
써가는 동안 마음이 여기에서 저기로 움직였다. 달아올랐다가 식었고 충만했다가 텅 비어 허전함을 느꼈다. 사랑이 차올랐다가 사라진 자리. 그 무게와 부피만큼 움푹 팬 기억을 오래도록 바라봤다. 처음엔 정리된 나의 대답을 들려주려 했지만 나중엔 너에게 묻고 있었다. 사람이 무엇이냐고. 사랑이 무엇이냐고.(작가의 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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