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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한국 제1고등학교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64
전성희 지음 / 자음과모음 / 2017년 9월
평점 :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는 모두 알지만
통일된 미래의 모습이 어떨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사람은 드물 것이다.
여기 통일이 된 학교의 모습을 그린 소설이 있다.
독일 통일의 선레를 참고해서 북한의 경제 수준을 어느 정도 끌어올린 뒤 진정한 통합을 이루자는 방침에 따라 '선 통일 후 통합'의 길을 선택하여 만들어진 통일시. 통일시를 제외한 다른 곳으로의 이주는 막혀있고 화폐개혁도 이루어지지 않아 북쪽 사람들은 노동력을 착취당하고, 땅을 헐값에 팔고 있다.
초드아생때 배웠던 기억으로 하나의 국가, 두개의 체제, 두개의 정부로 서로의 체제를 유지하는 두 정부가 독립적인 활동과 통치를 보장하는 길로 갈 수도 있었지만 독립된 정부를 유지할 힘이 없어서 흡수통일이 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기 때문에 정말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하면서도 두 시간 만에 읽히는 쉽고 재미있는 책이다.
소설은 전교회장을 뽑는 선거공고문으로 시작된다.
남한 출신 고등학생 50명과 북한출신 고등학생 56명으로 이루어진 통일한국 제1고등학교의 전교회장 선거결과는 어떻게 될까?
구성원으로 미루어보거나,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으로 보거나 남과 북이 갈등 구도를 이룰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그럴만한 인물들은 많이 나와있다.
남한 출신으로 부유한 가정에서 곱게 자란 남자 후보 서재원
남한 출신으로 남성스러운 외모를 가진 여자 후보 남보배(굳이 외모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 같다.)
남한 출신으로 인권운동을 하는 부모님 밑에서 자란 퇘활한 남자후보 남대성
북한 출신으로 공부를 잘하고 신중한 남자후보 박영민
북한 출신으로 다른 후보들의 잘못된 점을 보고 성장해나가는 리수연
북한 출신으로 목소리가 크고 영향력이 있는 남자후보 강철민
3명의 남한 후보와 3명의 북한 후보들이 대결할 것인가!
그러나 여기에서 다루는 문제는 통일된 사회의 남북갈등 뿐만이 아니다. 남북문제 뿐만 아니라 남녀간의 갈등도 큰 축을 차지한다.
단순히 보수적인 생각이 아니라, 사실 학교 대표로 활동하면서 전국에서 온 회장들이 모이는 자리를 가보면 여자들은 은근히 무시한다고. 너희들 우리 학교 대표가 어디 가서 무시당한다고 생각해봐. 난 당연히 남녀평등이지. 남자보다 능력이 훨씬 뛰어난 여자들도 엄청 많다는 거 인정한다고. 그런데 현실이 그렇다는 거야. -p60
이 일은 잠깐 우리 남자들끼리 얘기하고 오겠어. 여자들 좀 조용히 하라! -p99
박영민이 출마를 포기했으니, 이제 우리 남자들은 손해볼 것도 없다, 이 말이지. -p183
물론 남북간의 갈등도 남한 후보가 3명이나 나왔는데 북한 후보는 왜 없냐는 이야기가 나와 후보에 출마하게 된 것에서, 북한 후보에 대비하여 후보 단일화를 하자는 것에서도, 친선축구경기와 연설에서의 인신공격에서도 명확하게 드러난다.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고 화합하자! 라는 교훈이 버젓이 있는데도 벌어지는 패싸움, 신경전, 단일화 논란 등을 보면 이것이 단지 아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님을 알 수 있다.
고등학생의 사회라고 얕볼 것이 아닌 것이다. 오히려 아이들이기 때문에 갈등의 모습을 더 적나라하게 보여주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선거날이 다가오며 후보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
그 갈등 끝에 나온 선거 결과를 마지막으로 이 소설은 끝이 난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선생님들의 속마음을 보여주며 교사도 무언가 한 축을 이룰 줄 알았는데 간한한 이념간의 갈등만 수업에서 나타난다는 점이다. 남한의 흡수통일 때문인지 교사는 거의 남한출신이며 북한을 비하하는 등 통일시 고등학교의 교사로서는 부족한 모습을 보이는 것 뿐, 탈북자 출신으로 남한에 적응한 교사나 자신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는, 깊은 상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교사, 다른 교사들의 특징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한 것에 비해 이 교사들이 이끌어나가는 갈등은 나타나지 않아 아이들을 섬세하게 배려한다거나, 민원에 시달린다거나 하는 이야기 까지 해가며 교사의 상황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