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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세계의 인구 중 6분의 1은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지구상의 식량은 현재 전 지구의 인구가 2배로 늘어도 부양할 수 있을 정도로 존재한다. 하지만 정말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은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 책에서는 그 이유를 여러 가지로 말해주고 있다. 일일이 나열하지는 않고 내가 느낀 주요 원인들과 이에 대한 나의 생각과 나름의 해결책 그리고 나의 마음가짐을 이야기 해보겠다.
기본적으로 전 지구적으로 기근이 발생하는 이유는 부가 공평하게 분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의 편향은 극도로 심각해져가고 있다. 전 세계는 100년 전 보다 훨씬 더 잘 살게 되었는데, 굶어죽는 사람들은 오히려 더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 추세는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는 상당히 불합리한 사회 상황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20대 80으로 형상화되는 현대 사회는 20의 소수가 80의 다수를 자본이라는 측면에서 지배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이 소수는 나머지 80을 고려하거나 이들을 기꺼이 도우려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들을 정당화하며, 그들의 사상적 기반이 되는 것은 바로 시장경제체제와 자유주의이다.
시장경제체제는 무한한 경쟁을 통해 진행된다. 그리고 이에 따라 발생한 결과를 합당한 것으로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승자들은 양심에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그들의 부는 정당한 경쟁을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유주의를 통해 이 경쟁을 정당화한다. 이렇듯 사실 ‘효율성의 극대화’라는 목표를 가지고 발생한 시장경제체제, 자유주의는 제 목표가 아닌 부자들의 정당화를 위한 사상적 기반으로 이용된다.
이런 시장경제체제 속에서 부자들은 오로지 개인의 이윤의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 이러한 이기적인 이윤추구가 불평등의 뿌리이자 근원이며, 기근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부유층이 자신의 배를 불리려 더 애를 쓸수록 희생되는 사람들은 하층민들이고 그들은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다. 부유층을 비롯한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이윤을 위해 소수자들의 개혁을 막으며, 그들의 시장을 강제적으로 개방시킨다. 자신들의 시장을 넓히기 위해서이다. 긍정적으로만 보이던 글로벌화는 사실 강대국과 부유층들을 위한 것이다. 약소국들은 글로벌 시장으로 인해 죽어갈 수밖에 없고, 살아남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자국의 기술력이라든지 생산성이 강대국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들을 책을 통해 보고 있자니 마음속에서 분노가 끓어올랐다. 소에게 줄 먹이는 넘쳐나면서 5초에 1명씩 죽어가는 인간에게 줄 음식이 없다니 정말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내가 아직 엄청난 자산을 가지지 못해봐서 부유층들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너무나 그들의 횡포는 심하다. 같은 인간으로서 어떻게 그들이 죽어가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 있을까. 상대의 아픔에 공감하며,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은 인간이라고 한다. 하지만 시장경제 속에서 인간들은 인간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남들이 어떻게 되든지 간에 자신만 살아남고 자신의 배를 불리면 그만이다. 이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책에서 언급된 아도르노의 말인 ‘잘못된 것 안에 올바른 삶은 없다’라는 말처럼 그들은 올바른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윤추구의 과정 속에서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과정이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
자유주의는 문제가 있다. 자유로운 개인의 이윤추구를 통해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진다고 자유주의는 말한다. 하지만 애초에 사람들의 출발선은 다르다.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사람과 미국의 부유층에서 태어난 사람의 출발선이 과연 같고, 그들에게 주어진 기회가 과연 동등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답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부는 대물림되고, 이에 따라 약육강식의 메카니즘은 더욱 강화된다. 그 결과 약자는 소외되며 물질 만능주의는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해소하며 기근를 어떻게 줄여나가야 하는가. 기아를 완전히 제거한다는 것은 상당히 쉽지 않은 일이다. 우선은 식량을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현재 그들에 대한 지원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그 효율 또한 몹시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효율을 극대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제대로 된 지원단체가 필요하며, 전문가들이 구성원으로 있어야 하고, 경제적으로도 지원을 많이 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 지원의 중심에는 부유층이 있어야함은 당연한 일이다. 언제까지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보고만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한편 굶주림이 넘쳐나는 나라에 대해 원조를 해주는 것보다는 우선적으로는 그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개혁을 해야 한다. 아들에게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를 잡는 법을 먼저 알려주라는 속담이 있다. 말마따나 그들이 필요한 것은 물고기를 잡는 방법이지 물고기가 아니다. 결국 그들이 자생하기 위해서는 개혁을 통한 경제적 자립이다. 그들이 자립하기 이전까지 그들의 시장을 망쳐서는 안 된다. 그들만의 시장이 보장되고 충분히 경쟁력이 생겼을 때 시장을 개방시키는 것이 그들의 부를 증대시키며, 기근으로부터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결국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자신의 이윤만을 추구하지 말고, 굶주려 죽어가는 사람들을 생각해야할 것이다. 관심 없이는 그들을 지켜줄 수 없다.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그들을 물질적 혹은 규범적으로 도와야 한다. 마지막으로 좋은 환경에서 태어났음에도, 살아가며 물질적인 것에 대해 불평을 많이 늘어놓고는 하는데, 지금 주어진 것이 남들에겐 없는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항상 인지하며 감사를 늘 마음 속 깊이 품고 다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