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의 문제 (보급판 문고본) C. S. 루이스 보급판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이종태 옮김 / 홍성사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사람은 살면서 각자의 무게를 진 채 살아가고, 각자만의 고통을 느끼며 살아간다. 물론 이건 육체적인 고통일 수도 있고 정신적인 고통일 수도 있지만, 이 책에서는 후자를 다루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통으로 삶을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리 모두는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고통에 시달린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릴 고통스럽게 만들고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서는 왜 우리에게 이런 고통을 허락하셨는가에 대한 신학적 질문에 대한 답변이 이 책의 핵심을 관통한다.

 고통에 대한 질문은 나 스스로도 많이 던져봤었다. 매 순간 세계 곳곳에선 고통에 시달려 신음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이 소리들은 분명 전지의 하나님에게도 닿을 터인데 하나님은 이를 묵과하시는 듯 보인다. 하나님이 진짜 존재하시고 피조물인 인간을 정말로 사랑하신다면 인간이 고통 받지 않게 하시는 게 마땅해 보인다. 그래서 혹시 신이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닐까 고민에 잠기기도 했었다. 나와 같은 고민들을 많은 사람들이 했었는지 루이스는 이에 대한 답변으로 이 책을 내놓은 것이다.

 왜 하나님은 우리를 고통에서 꺼내지 않으시는가에 대한 답을 내놓기 전에 중요한 전제가 두 가지 있다. 우린 하나님의 피조물이란 것과 당신께선 우리를 인간이 상상하는 것을 뛰어넘어 사랑하신다는 것이다. 이게 고통과 무슨 상관이냐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엄청난 관련이 있다. 피조물이란 사실은 존재 목적 자체가 정해져 있단 것을 뜻한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우릴 지으실 때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만드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목적은 하나님 그 자신을 기쁘게 하시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우리의 존재 목적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 위함이다. 즉 우리 인간은 그 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린 선악과를 먹은 뒤 이성이 생기고, 자유의지라는 것이 생기게 되어 ‘자기’라는 인식에 이르게 되었다. 바로 이 순간에서부터 고통이 시작됐다. 자의식 속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하나님 밖에서 찾게 된 인간은 더 이상 행복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고통은 삶과 떼어놓을 수 없다.

 우리가 그냥 어떤 이를 별 관심 없이 바라볼 때, 그들이 무조건 행복하기만을 바란다. 사실 이런 행동은 별 관심이 없으니 가능한 것이다. 반면 진정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가령 자식이나 애인 같은, 엄격하게 그들을 올바르게 행동하도록 만들고자 한다. 심지어 그들이 타인과 불화를 일으키는 등 비열한 방식으로 행복해지느니 고통을 안기는 편을 택한다. 마치 ‘사랑의 매’처럼 인간의 사랑 역시 그러한데, 하나님의 사랑은 어떠하겠는가. 하나님은 고통을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하신다. 우리에게 고통을 안기심으로써 일종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네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방향을 선회하라는 식으로 말이다. 뿐만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바라봄으로써 인간이 연민의 감정을 갖게 하신다. 이렇듯 올바른 방향으로 우리를 안내하기 위해 고통이 사용되는 것이고 이 때문에 고통이 존재한다.

 고통스러움을 느끼는 인간들을 바라보시며 하나님도 우리를 고통에서 해방시키길 희망하셨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으셨다. 이유인즉 우리의 자유를 존중하셔서이다. 하나님이 만약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마다 일일이 개입하셔서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셨다면 우리의 자유의지는 발현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오히려 고통을 허하신 대신 자유를 안겨주신 것이다. 비록 고통 속의 자유일지라도.

 하지만 행복해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방법은 바로 하나님께 귀속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우린 그 분의 피조물로 그 분을 위해 존재한다. 인간 완성의 최정점은 그 분을 위해 산다는 것에 있다. 역설처럼 들리겠지만 우리가 우리이기를 포기하고, 나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위해 살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단지 이러한 사실을 우리의 현실적 인식 속에서 인식할 수 없을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천국은 우리가 그간 상상한 이미지와 다를 수 있다. 천국은 인간적 관점에서의 부귀영화가 준비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위해 존재하는, 다른 존재들을 위해 존재하는 피조물들의 장소일 수도 있다. 반면 하나님이 고통을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하시 듯 천국에서도 일종의 고통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고통은 되려 행복을 더 증폭시키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다.

 악한 본성을 가진 인간으로 태어나서일까 고통에 대한 불평과 궁금증이 완전히 해소될 수는 없나보다. 여전히 독서 후에도 의문과 불만족이 가슴 한 편에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연한 하나님에 대한 의문이 많은 부분 해결되었다. 나뿐만아니라 많은 무신론자 혹은 기독교인들에게도 한 번쯤 권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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