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먼 시계공 사이언스 클래식 3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용철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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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론과 창조론 사이의 대립은 계속되어왔다. 요즘애서야 진화론이 기정사실화 되어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불과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진화론은 터무니없다는 소리라든가 진화론 자체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진화론에 대한 반박이나 몰이해가 넘쳐났고, 창조론의 대표적 책 중 하나에서 등장한 유명한 예인 ‘시계공’이 선풍적인 화제를 이끌었다. 아주 복잡한 시계가 그냥 자연적으로 생길 수는 없다. 어느 시계공이 일정한 설계를 가지고 일일이 조립하고 만들어야만 시계는 제 모습을 갖추고 기능할 수 있다. 현대의 생물 모두가 그렇게 누군가-통상 신으로 상정되는-에 의해 만들어진 게 분명하다는 게 그 예의 논지다. 이에 대해 반박하기 위해, 진화론에 대한 대중의 무지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리처드 도킨스는 이 책을 썼다. 그렇기 때문일까 책 속에서 나타나는 그의 문체엔 약간의 화와 분이 묻어있다.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 그 시계공은 신이 아닌 눈먼 시계공인 자연선택이라 말한다. 그리고 이는 어떤 설계나 계획에 의해 특정한 방향으로만 진행되는 게 아니라고 자세히 설명한다. 그저 설명하는 게 아니라 창조론을 비롯한 반다윈주의에 대해 요목조목 반박하면 진화론이 유일한 사실이라 강조한다. 그리고 이 주장은 아주 철저한 근거들과 함께 해 읽는이로 하여금 설득 당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현대 생물을 살펴보면 그 정교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인간적 관점으로 보자면 이런 생물들이 진화를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는 게 쉽게 상상이 가질 않는다. 하지만 우주의 관점에서 본다면 어떨까. 지구는 60억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존재하고 있다. 그러므로 충분히 진화를 통해 생물들은 현재의 모습을 갖출 수 있던 것이다. 눈의 예를 들어 리처드 도킨스는 설명한다. 어느 순간 갑자기 눈이 생기는 건 불가능하지만 엄청난 시간이 개입된 아주 미묘한 진화의 거듭 속에서는 천천히 눈이 생길 수 있다. 마치 0에서 1000으로 건너뛰는 건 아주 힘들지만, 0에서 1로, 1에서 2로, 계속 조금씩 반복해 999에서 1000이 돼, 결과적으로 0에서 1000이 되듯 진화가 진행되어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중요하게 개입되는 요소는 자연선택과 성 선택이다. 전자는 어떤 개체가 동종 개체들보다 어떤 생존에 유리한 한 신체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면, 가령 강한 이빨이나 날개 같은, 그런 신체를 가진 개체가 생존할 확률이 더 높아져 동일한 유전적 형질이 후대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져 결과적으로 그 신체적 조건을 가진 개체수가 많아지고 하나의 종으로 자리 잡게 된다는 것이다.

 후자는 공작의 깃털처럼 생존에 방해가 될 수도 있는 어떤 신체 부위가 이성에게 어필할 수 있을 때 생긴다. 깃털이 길고 아름다울수록 이성에게 선택을 많이 받게 되고 성관계를 맺을 기회가 많아지고 이에 따라 자손을 많이 갖게 될 확률이 더 많아진다. 결과적으로 위와 같은 깃털을 가진 개체수가 많아지게 되고 그 개체들이 후대로 전해질 확률이 더 높아지는 것이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과학적인 지식이 매번 새롭게 갱신되고, 앎의 지평선이 넓어지고 있다. 이런 현대 과학 속에서 진화설은 더 이상 설이 아닌 진화론으로서 존재한다. 진화는 거짓이 아니다. 진화론에 대해 반박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화론에 대해 아예 알지 못하거나 제대로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많이 진화론에 대해 이해를 하게 됐다.

 창조론과 진화론 사이의 대립을 지켜보노라면 어떤 것이 진짜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헷갈리기도 한다. 균형 잡힌 시각을 통해 어떤 것이 진짜인지 판단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그렇기에 양쪽의 주장과 근거를 모두 들어보도록 해야겠다. 하지만 어떤 것이 사실이든 진화는 반드시 개입됐다. 창조가 태초에 있었는지 혹은 자연발생인지 그것이 문제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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