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 개정판
C. 더글러스 러미스 지음, 이반.김종철 옮김 / 녹색평론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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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를 거치면서 경제성장만이 우리를 풍요롭게 해주고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준다는 게 기정사실화 되어버렸다. 그리고 경제성장으로부터의 탈피를 시도하는 사람들은 비현실주의자 혹은 이상주의자로 불리게 되었고, 경제성장을 강조하는 이들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고 이들이 현실주의자로 자리 잡게 됐다. 그리고 세계는 현재까지 이들에 의해 변화해왔다.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문제는 변화가 긍정적인 방향이 아닌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했다는 데 있다. 현실주의자들의 말과는 달리 세계의 빈부격차는 극대화되었고, 경제발전 이전보다 굶주림에 신음하고 죽어가는 사람들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1세기에 이르러 속속들이 들어나고 있는 사실들처럼 경제성장을 통해 가난을 해소하겠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틀렸다. 하지만 그들은 이전부터 계속해서 그러한 논리로 자국을 벗어나 다른 지역들에 영향을 미치려하고 있다. 그들의 경제논리와 생활양식만이 진리인 듯이 모든 ‘미개발국가’-이 단어도 순전히 그들의 관점에 의한 것이다-에 일련의 체계를 적용시키려 한다. 그리고 그 분야는 비단 경제 시스템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문화, 정치, 언어, 예술 등을 비롯한 대부분의 분야에서 서구 문명권, 일명 선진국들이 하나의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정복적인 문화, 경제의 영향 속에서 기존에 있던 피정복 지역 본연의 문화나 삶의 방식들은 처참히 짓밟힌다. 일례로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을 들 수 있다. 그들만의 삶의 방식이나 생활양식들은 정복자들에 의해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그들은 노예로 전락해버렸다. 침략자들의 경제논리 속에서 그들은 이전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강제적 노동에 시달렸고, 여기로부터 벗어날 수도 없게 되었다. 이와 같은 현상들은 비단 원주민들의 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 대해 21세기의 현대인들은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을 대다수가 갖고 있다. 무한한 경제성장을 반대하고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하나의 상식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서양 문명 보다 우리나라의 문화를 사랑하자는, 예컨대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같은, 이야기도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상식의 실천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경제발전 논리는 계속되고, 문화사대주의 또한 지속되고 있다. 비록 앞선 새로운 상식들이 머리 속에는 있지만, 그 상식은 말 그대로 머리 속에만 있을 뿐이다. 이런 상식들은 형태를 갖추고 많은 사람들의 뇌 밖으로 튀어나와야만 한다.

 이런 연유로 이 책이 쓰인 것이다. 현실로 발을 내딛지 못하는 묻혀있는 상식을 현실로 그 모습을 드러내게 하기 위해. 제목도 이와 관련되어 지어졌다. 다만 조금은 편협하게 경제에만 국한시키긴 했지만 결국 논지는 새로운 상식의 실천이다. 그리고 이러한 실천은 단 한 사람에 의해 진행될 수 없다. 많은 이들의 전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과격한 방식이긴 하지만, 모두가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러 나가야 하고, 기업 내에서 일정한 조직을 결성해 기계화 되어버린 노동으로부터 벗어나려 해야 한다.

 현대 사회는 지독히도 망가져 있다. 하지만 이 말이 이 지구 내의 사회가 복구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쑥대밭이 되었던 과거의 어느 지역이 오늘날 번성한 모습을 갖추게 된 예는 무수히 많다. 이러한 예가 비단 한 지역에만 국한되겠는가. 지구 전체에도 적용될 수 있다.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 이전 상태보다는 못할 수 있지만, 결국 이러한 변화라도 우리에겐 필요하다. 그리고 그 변화의 무게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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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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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의 인구 중 6분의 1은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지구상의 식량은 현재 전 지구의 인구가 2배로 늘어도 부양할 수 있을 정도로 존재한다. 하지만 정말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은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이 책에서는 그 이유를 여러 가지로 말해주고 있다. 일일이 나열하지는 않고 내가 느낀 주요 원인들과 이에 대한 나의 생각과 나름의 해결책 그리고 나의 마음가짐을 이야기 해보겠다.

 기본적으로 전 지구적으로 기근이 발생하는 이유는 부가 공평하게 분배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의 편향은 극도로 심각해져가고 있다. 전 세계는 100년 전 보다 훨씬 더 잘 살게 되었는데, 굶어죽는 사람들은 오히려 더 증가하고 있다. 그리고 이 추세는 감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는 상당히 불합리한 사회 상황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20대 80으로 형상화되는 현대 사회는 20의 소수가 80의 다수를 자본이라는 측면에서 지배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이 소수는 나머지 80을 고려하거나 이들을 기꺼이 도우려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들을 정당화하며, 그들의 사상적 기반이 되는 것은 바로 시장경제체제와 자유주의이다.

 시장경제체제는 무한한 경쟁을 통해 진행된다. 그리고 이에 따라 발생한 결과를 합당한 것으로 여긴다. 그렇기 때문에 승자들은 양심에 가책을 느끼지 않는다. 그들의 부는 정당한 경쟁을 통해 이루어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유주의를 통해 이 경쟁을 정당화한다. 이렇듯 사실 ‘효율성의 극대화’라는 목표를 가지고 발생한 시장경제체제, 자유주의는 제 목표가 아닌 부자들의 정당화를 위한 사상적 기반으로 이용된다.

 이런 시장경제체제 속에서 부자들은 오로지 개인의 이윤의 극대화를 목표로 한다. 이러한 이기적인 이윤추구가 불평등의 뿌리이자 근원이며, 기근의 근본적인 원인이다. 부유층이 자신의 배를 불리려 더 애를 쓸수록 희생되는 사람들은 하층민들이고 그들은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다. 부유층을 비롯한 강대국들은 자신들의 이윤을 위해 소수자들의 개혁을 막으며, 그들의 시장을 강제적으로 개방시킨다. 자신들의 시장을 넓히기 위해서이다. 긍정적으로만 보이던 글로벌화는 사실 강대국과 부유층들을 위한 것이다. 약소국들은 글로벌 시장으로 인해 죽어갈 수밖에 없고, 살아남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자국의 기술력이라든지 생산성이 강대국에 비해 턱 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들을 책을 통해 보고 있자니 마음속에서 분노가 끓어올랐다. 소에게 줄 먹이는 넘쳐나면서 5초에 1명씩 죽어가는 인간에게 줄 음식이 없다니 정말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는 현실이다. 내가 아직 엄청난 자산을 가지지 못해봐서 부유층들의 마음을 알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너무나 그들의 횡포는 심하다. 같은 인간으로서 어떻게 그들이 죽어가는 것을 바라보고만 있을 수 있을까. 상대의 아픔에 공감하며, 공유할 수 있는 유일한 동물은 인간이라고 한다. 하지만 시장경제 속에서 인간들은 인간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남들이 어떻게 되든지 간에 자신만 살아남고 자신의 배를 불리면 그만이다. 이게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책에서 언급된 아도르노의 말인 ‘잘못된 것 안에 올바른 삶은 없다’라는 말처럼 그들은 올바른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윤추구의 과정 속에서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과정이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

 자유주의는 문제가 있다. 자유로운 개인의 이윤추구를 통해 모두에게 동등한 기회가 주어진다고 자유주의는 말한다. 하지만 애초에 사람들의 출발선은 다르다.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에서 태어난 사람과 미국의 부유층에서 태어난 사람의 출발선이 과연 같고, 그들에게 주어진 기회가 과연 동등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답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부는 대물림되고, 이에 따라 약육강식의 메카니즘은 더욱 강화된다. 그 결과 약자는 소외되며 물질 만능주의는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해소하며 기근를 어떻게 줄여나가야 하는가. 기아를 완전히 제거한다는 것은 상당히 쉽지 않은 일이다. 우선은 식량을 제대로 구하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현재 그들에 대한 지원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그 효율 또한 몹시 떨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효율을 극대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제대로 된 지원단체가 필요하며, 전문가들이 구성원으로 있어야 하고, 경제적으로도 지원을 많이 받아야 한다. 그리고 그 지원의 중심에는 부유층이 있어야함은 당연한 일이다. 언제까지 굶주림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보고만 있는 것은 말이 안 된다. 한편 굶주림이 넘쳐나는 나라에 대해 원조를 해주는 것보다는 우선적으로는 그들이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개혁을 해야 한다. 아들에게 물고기를 주지 말고 물고기를 잡는 법을 먼저 알려주라는 속담이 있다. 말마따나 그들이 필요한 것은 물고기를 잡는 방법이지 물고기가 아니다. 결국 그들이 자생하기 위해서는 개혁을 통한 경제적 자립이다. 그들이 자립하기 이전까지 그들의 시장을 망쳐서는 안 된다. 그들만의 시장이 보장되고 충분히 경쟁력이 생겼을 때 시장을 개방시키는 것이 그들의 부를 증대시키며, 기근으로부터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다.

 하지만 결국 그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모든 사람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자신의 이윤만을 추구하지 말고, 굶주려 죽어가는 사람들을 생각해야할 것이다. 관심 없이는 그들을 지켜줄 수 없다. 지속적인 관심을 통해 그들을 물질적 혹은 규범적으로 도와야 한다. 마지막으로 좋은 환경에서 태어났음에도, 살아가며 물질적인 것에 대해 불평을 많이 늘어놓고는 하는데, 지금 주어진 것이 남들에겐 없는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항상 인지하며 감사를 늘 마음 속 깊이 품고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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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의 문제 (보급판 문고본) C. S. 루이스 보급판
클라이브 스테이플즈 루이스 지음, 이종태 옮김 / 홍성사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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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은 살면서 각자의 무게를 진 채 살아가고, 각자만의 고통을 느끼며 살아간다. 물론 이건 육체적인 고통일 수도 있고 정신적인 고통일 수도 있지만, 이 책에서는 후자를 다루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은 없을 것이다. 고통으로 삶을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리 모두는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고통에 시달린다. 그렇다면 무엇이 우릴 고통스럽게 만들고 전지전능하신 하나님께서는 왜 우리에게 이런 고통을 허락하셨는가에 대한 신학적 질문에 대한 답변이 이 책의 핵심을 관통한다.

 고통에 대한 질문은 나 스스로도 많이 던져봤었다. 매 순간 세계 곳곳에선 고통에 시달려 신음하는 사람들이 넘쳐난다. 이 소리들은 분명 전지의 하나님에게도 닿을 터인데 하나님은 이를 묵과하시는 듯 보인다. 하나님이 진짜 존재하시고 피조물인 인간을 정말로 사랑하신다면 인간이 고통 받지 않게 하시는 게 마땅해 보인다. 그래서 혹시 신이 존재하지 않는 건 아닐까 고민에 잠기기도 했었다. 나와 같은 고민들을 많은 사람들이 했었는지 루이스는 이에 대한 답변으로 이 책을 내놓은 것이다.

 왜 하나님은 우리를 고통에서 꺼내지 않으시는가에 대한 답을 내놓기 전에 중요한 전제가 두 가지 있다. 우린 하나님의 피조물이란 것과 당신께선 우리를 인간이 상상하는 것을 뛰어넘어 사랑하신다는 것이다. 이게 고통과 무슨 상관이냐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엄청난 관련이 있다. 피조물이란 사실은 존재 목적 자체가 정해져 있단 것을 뜻한다. 왜냐하면 하나님이 우릴 지으실 때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만드셨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목적은 하나님 그 자신을 기쁘게 하시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우리의 존재 목적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 위함이다. 즉 우리 인간은 그 분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린 선악과를 먹은 뒤 이성이 생기고, 자유의지라는 것이 생기게 되어 ‘자기’라는 인식에 이르게 되었다. 바로 이 순간에서부터 고통이 시작됐다. 자의식 속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하나님 밖에서 찾게 된 인간은 더 이상 행복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고통은 삶과 떼어놓을 수 없다.

 우리가 그냥 어떤 이를 별 관심 없이 바라볼 때, 그들이 무조건 행복하기만을 바란다. 사실 이런 행동은 별 관심이 없으니 가능한 것이다. 반면 진정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가령 자식이나 애인 같은, 엄격하게 그들을 올바르게 행동하도록 만들고자 한다. 심지어 그들이 타인과 불화를 일으키는 등 비열한 방식으로 행복해지느니 고통을 안기는 편을 택한다. 마치 ‘사랑의 매’처럼 인간의 사랑 역시 그러한데, 하나님의 사랑은 어떠하겠는가. 하나님은 고통을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하신다. 우리에게 고통을 안기심으로써 일종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네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으니 방향을 선회하라는 식으로 말이다. 뿐만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바라봄으로써 인간이 연민의 감정을 갖게 하신다. 이렇듯 올바른 방향으로 우리를 안내하기 위해 고통이 사용되는 것이고 이 때문에 고통이 존재한다.

 고통스러움을 느끼는 인간들을 바라보시며 하나님도 우리를 고통에서 해방시키길 희망하셨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당신은 그런 선택을 하지 않으셨다. 이유인즉 우리의 자유를 존중하셔서이다. 하나님이 만약 우리의 행동 하나하나마다 일일이 개입하셔서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셨다면 우리의 자유의지는 발현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오히려 고통을 허하신 대신 자유를 안겨주신 것이다. 비록 고통 속의 자유일지라도.

 하지만 행복해질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 방법은 바로 하나님께 귀속되는 삶을 사는 것이다. 우린 그 분의 피조물로 그 분을 위해 존재한다. 인간 완성의 최정점은 그 분을 위해 산다는 것에 있다. 역설처럼 들리겠지만 우리가 우리이기를 포기하고, 나를 위해 사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위해 살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단지 이러한 사실을 우리의 현실적 인식 속에서 인식할 수 없을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천국은 우리가 그간 상상한 이미지와 다를 수 있다. 천국은 인간적 관점에서의 부귀영화가 준비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위해 존재하는, 다른 존재들을 위해 존재하는 피조물들의 장소일 수도 있다. 반면 하나님이 고통을 하나의 수단으로 사용하시 듯 천국에서도 일종의 고통이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고통은 되려 행복을 더 증폭시키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다.

 악한 본성을 가진 인간으로 태어나서일까 고통에 대한 불평과 궁금증이 완전히 해소될 수는 없나보다. 여전히 독서 후에도 의문과 불만족이 가슴 한 편에 남아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연한 하나님에 대한 의문이 많은 부분 해결되었다. 나뿐만아니라 많은 무신론자 혹은 기독교인들에게도 한 번쯤 권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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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먼 시계공 사이언스 클래식 3
리처드 도킨스 지음, 이용철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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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론과 창조론 사이의 대립은 계속되어왔다. 요즘애서야 진화론이 기정사실화 되어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불과 반세기 전까지만 해도 진화론은 터무니없다는 소리라든가 진화론 자체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진화론에 대한 반박이나 몰이해가 넘쳐났고, 창조론의 대표적 책 중 하나에서 등장한 유명한 예인 ‘시계공’이 선풍적인 화제를 이끌었다. 아주 복잡한 시계가 그냥 자연적으로 생길 수는 없다. 어느 시계공이 일정한 설계를 가지고 일일이 조립하고 만들어야만 시계는 제 모습을 갖추고 기능할 수 있다. 현대의 생물 모두가 그렇게 누군가-통상 신으로 상정되는-에 의해 만들어진 게 분명하다는 게 그 예의 논지다. 이에 대해 반박하기 위해, 진화론에 대한 대중의 무지를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에 리처드 도킨스는 이 책을 썼다. 그렇기 때문일까 책 속에서 나타나는 그의 문체엔 약간의 화와 분이 묻어있다.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 그 시계공은 신이 아닌 눈먼 시계공인 자연선택이라 말한다. 그리고 이는 어떤 설계나 계획에 의해 특정한 방향으로만 진행되는 게 아니라고 자세히 설명한다. 그저 설명하는 게 아니라 창조론을 비롯한 반다윈주의에 대해 요목조목 반박하면 진화론이 유일한 사실이라 강조한다. 그리고 이 주장은 아주 철저한 근거들과 함께 해 읽는이로 하여금 설득 당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현대 생물을 살펴보면 그 정교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인간적 관점으로 보자면 이런 생물들이 진화를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는 게 쉽게 상상이 가질 않는다. 하지만 우주의 관점에서 본다면 어떨까. 지구는 60억년이 넘는 긴 시간동안 존재하고 있다. 그러므로 충분히 진화를 통해 생물들은 현재의 모습을 갖출 수 있던 것이다. 눈의 예를 들어 리처드 도킨스는 설명한다. 어느 순간 갑자기 눈이 생기는 건 불가능하지만 엄청난 시간이 개입된 아주 미묘한 진화의 거듭 속에서는 천천히 눈이 생길 수 있다. 마치 0에서 1000으로 건너뛰는 건 아주 힘들지만, 0에서 1로, 1에서 2로, 계속 조금씩 반복해 999에서 1000이 돼, 결과적으로 0에서 1000이 되듯 진화가 진행되어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 중요하게 개입되는 요소는 자연선택과 성 선택이다. 전자는 어떤 개체가 동종 개체들보다 어떤 생존에 유리한 한 신체적 조건을 가지고 있다면, 가령 강한 이빨이나 날개 같은, 그런 신체를 가진 개체가 생존할 확률이 더 높아져 동일한 유전적 형질이 후대로 이어질 확률이 높아져 결과적으로 그 신체적 조건을 가진 개체수가 많아지고 하나의 종으로 자리 잡게 된다는 것이다.

 후자는 공작의 깃털처럼 생존에 방해가 될 수도 있는 어떤 신체 부위가 이성에게 어필할 수 있을 때 생긴다. 깃털이 길고 아름다울수록 이성에게 선택을 많이 받게 되고 성관계를 맺을 기회가 많아지고 이에 따라 자손을 많이 갖게 될 확률이 더 많아진다. 결과적으로 위와 같은 깃털을 가진 개체수가 많아지게 되고 그 개체들이 후대로 전해질 확률이 더 높아지는 것이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과학적인 지식이 매번 새롭게 갱신되고, 앎의 지평선이 넓어지고 있다. 이런 현대 과학 속에서 진화설은 더 이상 설이 아닌 진화론으로서 존재한다. 진화는 거짓이 아니다. 진화론에 대해 반박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화론에 대해 아예 알지 못하거나 제대로 이해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책을 통해 조금 더 많이 진화론에 대해 이해를 하게 됐다.

 창조론과 진화론 사이의 대립을 지켜보노라면 어떤 것이 진짜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헷갈리기도 한다. 균형 잡힌 시각을 통해 어떤 것이 진짜인지 판단하는 것은 나의 몫이다. 그렇기에 양쪽의 주장과 근거를 모두 들어보도록 해야겠다. 하지만 어떤 것이 사실이든 진화는 반드시 개입됐다. 창조가 태초에 있었는지 혹은 자연발생인지 그것이 문제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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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주식 최적의 타이밍 - 개정판, 윌리엄 오닐의 실전 투자 전략
윌리엄 오닐 지음, 박정태 옮김 / 굿모닝북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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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주식과 최고의 주식은 어떤 주식일까? 주식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 씩은 빠지게 되는 늪 같은 고민이다. 나 또한 이런 고민에 사로잡히곤 했다. 이렇듯 어떤 주식이 좋은 주식인가에 대해 고민해왔는데, 윌리엄 오닐이 이 책을 통해 그 대답을 해주었다. 이 대답은 다음과 같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좋은 주식이란 없다. 주가가 오르지 않는 한 모든 주식은 나쁜 주식이다.” 즉 주가가 올라야만, 주가가 오르는 주식이여야만 좋은 주식이라는 것이다. 간단하지만 아주 명쾌한 대답이 아닐 수 없다.

좋은 주식을 선정하기 위해서 중요한 것은 크게 두 가지다. 추세 분석과 펀더멘털 분석이 그 두 가지다. 전자는 크게 시장이, 작게는 특정 종목이 상승세에 있는지 혹은 하락세에 있는지를 분석하는 것이다. 후자는 어떤 기업의 성장성을 파악하기 위해 기업의 재무 상태를 비롯한 기업의 내용을 분석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분석이 적절하게 이루어져야만 어떤 주식을 구매해 거기에서 이익을 취할 수 있는 확률이 증가한다. 그리고 이에서 수익이 창출된다.

윌리엄 오닐은 CAN SLIM 이라는 공식과 손잡이가 달린 컵 모양, 이 두 가지 방법을 통해 최고의 주식을 발굴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앞의 것인 CAN SLIM이 기업의 펀터멘털과 시장을 분석하는 방법을 제시한 것인데, 외람된 이야기지만 영어를 줄여놓은 말이라 한국인인 나로서는 외우기가 쉽지 않다. 여러 번 반복해서 외우도록 해야겠다. 한편, CAN SLIM 공식은 이 책이 쓰인 때의 시점과 미국시장에서만 잘 통하는 방법이 아니다. 충분이 지금 시점에서, 한국의 주식 시장 내에서도 잘 통할 법하다. 왜냐하면 시대를 막론하고 수요와 공급의 법칙은 유효하고, 인간을 관통하는 심리법칙도 항상 동일하기 때문이다.

손잡이가 달린 컵 모양은 주간 차트에서 드러나는 모양이다. 이 모양은 역사적으로 최고의 주식들이 폭발적으로 주가가 상승하기 전애 갖춰지는 것이다. 이는 차트와 거래량에 인간 심리와 수요와 공급의 상태가 반영된다는 것을 전제로 매수 타이밍을 잡는 방법이다. 말 그대로 손잡이가 달린 컵 모양에서 손잡이 부분에서 폭발적인 거래량 상승을 동반한 신고가 돌파를 할 때를 매수 타이밍으로 설정하고 있다. 그리고 이 방법을 통한다면 정확한 타이밍에 주식을 매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이익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것을 뜻한다. 이러한 손잡이가 달린 컵 모양을 갖추고 CAN SLIM 공식을 만족시키는 기업의 주식을 매수해야 한다.

이 책은 위와 같은 핵심적인 내용 이외에도 실전 투자에 사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과 노하우를 알려준다. 손절매를 이용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며, 정확한 매도 타이밍과 주식과 시장의 추세가 끝에 다다랐음을 진단하는 방법까지 아주 세세하고 쉽게 설명하고 있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주식 투자에 관한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자세하고, 정확하다.

책을 읽고 나니 얼마 전에 별 대책 없이 주식 시장에 뛰어들어 샀던 내 계좌에 있는 주식들에 대해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나는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다. 물론 이 책을 읽었다고 어떤 폭발적인 이익이 생기진 않을 것이다. 내가 직접 행동에 나서 실제로 이 책에 나온 방법과 노하우들을 적용시켜봐야겠지. 워렌 버핏이나 필립 피셔 같은 주식 시장의 전설들도 처음에는 나와 같은 모습이었을 것이다. 노력이 그들을 만들었고 나도 그들과 같이, 아니 그 이상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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