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 개정판
C. 더글러스 러미스 지음, 이반.김종철 옮김 / 녹색평론사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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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를 거치면서 경제성장만이 우리를 풍요롭게 해주고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게 해준다는 게 기정사실화 되어버렸다. 그리고 경제성장으로부터의 탈피를 시도하는 사람들은 비현실주의자 혹은 이상주의자로 불리게 되었고, 경제성장을 강조하는 이들이 주류를 이루게 되었고 이들이 현실주의자로 자리 잡게 됐다. 그리고 세계는 현재까지 이들에 의해 변화해왔다.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문제는 변화가 긍정적인 방향이 아닌 부정적인 방향으로 변화했다는 데 있다. 현실주의자들의 말과는 달리 세계의 빈부격차는 극대화되었고, 경제발전 이전보다 굶주림에 신음하고 죽어가는 사람들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1세기에 이르러 속속들이 들어나고 있는 사실들처럼 경제성장을 통해 가난을 해소하겠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틀렸다. 하지만 그들은 이전부터 계속해서 그러한 논리로 자국을 벗어나 다른 지역들에 영향을 미치려하고 있다. 그들의 경제논리와 생활양식만이 진리인 듯이 모든 ‘미개발국가’-이 단어도 순전히 그들의 관점에 의한 것이다-에 일련의 체계를 적용시키려 한다. 그리고 그 분야는 비단 경제 시스템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문화, 정치, 언어, 예술 등을 비롯한 대부분의 분야에서 서구 문명권, 일명 선진국들이 하나의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정복적인 문화, 경제의 영향 속에서 기존에 있던 피정복 지역 본연의 문화나 삶의 방식들은 처참히 짓밟힌다. 일례로 아메리카의 원주민들을 들 수 있다. 그들만의 삶의 방식이나 생활양식들은 정복자들에 의해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그들은 노예로 전락해버렸다. 침략자들의 경제논리 속에서 그들은 이전에는 경험할 수 없었던 강제적 노동에 시달렸고, 여기로부터 벗어날 수도 없게 되었다. 이와 같은 현상들은 비단 원주민들의 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고,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 대해 21세기의 현대인들은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을 대다수가 갖고 있다. 무한한 경제성장을 반대하고 환경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하나의 상식이 되었다. 뿐만 아니라 서양 문명 보다 우리나라의 문화를 사랑하자는, 예컨대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같은, 이야기도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상식의 실천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경제발전 논리는 계속되고, 문화사대주의 또한 지속되고 있다. 비록 앞선 새로운 상식들이 머리 속에는 있지만, 그 상식은 말 그대로 머리 속에만 있을 뿐이다. 이런 상식들은 형태를 갖추고 많은 사람들의 뇌 밖으로 튀어나와야만 한다.

 이런 연유로 이 책이 쓰인 것이다. 현실로 발을 내딛지 못하는 묻혀있는 상식을 현실로 그 모습을 드러내게 하기 위해. 제목도 이와 관련되어 지어졌다. 다만 조금은 편협하게 경제에만 국한시키긴 했지만 결국 논지는 새로운 상식의 실천이다. 그리고 이러한 실천은 단 한 사람에 의해 진행될 수 없다. 많은 이들의 전체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과격한 방식이긴 하지만, 모두가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러 나가야 하고, 기업 내에서 일정한 조직을 결성해 기계화 되어버린 노동으로부터 벗어나려 해야 한다.

 현대 사회는 지독히도 망가져 있다. 하지만 이 말이 이 지구 내의 사회가 복구 불가능하다는 것은 아니다. 쑥대밭이 되었던 과거의 어느 지역이 오늘날 번성한 모습을 갖추게 된 예는 무수히 많다. 이러한 예가 비단 한 지역에만 국한되겠는가. 지구 전체에도 적용될 수 있다. 비록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 이전 상태보다는 못할 수 있지만, 결국 이러한 변화라도 우리에겐 필요하다. 그리고 그 변화의 무게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이 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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