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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 (고대 그리스어 완역본) - 명화와 함께 읽는 ㅣ 현대지성 클래식 65
호메로스 지음, 페테르 파울 루벤스 외 그림,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4월
평점 :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살면서 꼭 한 번은 읽어봐야 하는 책,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완독했습니다. 670여 쪽은 서사시를 읽어볼 엄두조차 내지 못했는데요. 현대지성에서 그리스어 원전 번역으로 내주셨어요. 104점의 명화를 수록해서 그림책 보듯이 술술 읽을 수 있었습니다.
줄거리만 많이 들어서 마치 읽은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호메로스의 서사시죠. 서양 문학의 뿌리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에요. 현재에도 이 작품의 영향을 어디서든 엿볼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인지 좀 더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거 같아요. 이렇게 위대한 작품을 내가 이해 못 하면 어떡하지, 남들은 다 재밌다고 하는데 나는 재미없으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이요.
우려와는 정 반대로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전래동화 같은 익숙한 이야기 구조라 이해하기 편했어요. 번역을 매끄럽게 해주셔서 더 그렇게 느낀 거 같아요. 수많은 명화와 함께 읽으니 이미지로 이해하기도 쉬웠고 상세한 주석과 번역자 해석까지 더해져 긴 이야기가 깔끔하게 정리됐어요.

짠내나는 주인공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함께하다 보면 안타까움이 가장 큽니다. 오디세우스의 이름은 분노하는 자인데 이름과는 달리 '안타까워하는, 슬퍼하는 모습'이 가장 많이 나오거든요. 그러나 옛날 주인공답게 어딜 가나 환영받고 비범한 사람임이 드러나요. 칼립소와 키르케도 오디세우스를 붙잡아 두고 싶어 하구요. 정작 20년 동안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떠도는게 주인공이 '분노할 부분'인가 봅니다.

반복되는 어구와 운율성
긴 이야기를 읽으면서 서사시인 걸 깨닫는 부분이 있었어요. 바로 반복되는 수사 어구가 등장하거든요. 대표적으로 '계책 많은 오디세우스', '속 빈 함선', '먹고 마시는 욕구에서 벗어났을 때' 등 이 나와요. 고대 그리스어로 운율감을 주고, 길이를 맞추는 역할을 한 걸로 보입니다. 우리의 고전시가가 떠올랐어요.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고대 그리스의 표현법
시작은 속 빈 함선이었습니다. 배는 밑이 비었는데 왜 굳이 계속 언급할까 하고 찾아봤지요. 그러면서 그 당시 사람들이 중요시하는 것과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엿볼 수 있었어요. 자주색 실이 자주 등장하는데 당시에 엄청난 노동력이 많이 드는 염료더라고요. 황금 주전자와 은대야 같은 물품도 아무나 쓸 수 없는 것이죠. 당시 가장 큰 즐길 거리인 장대한 이야기 속에서 대리 만족을 느끼고 싶었던 걸까요. 과장된 표현으로 극적인 효과를 주는 것이라 생각 하니 그 다음부터는 하나하나 더 유심히 보게 됐어요.

마녀와 시칠리아
『오디세이아』 이야기를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칼립소와 키르케 같은 마녀 이야기예요. 섬 하나를 통째로 다스리고 자신만의 궁에서 여유롭게 살아가는 신비로운 여자가 당시에는 마녀로 표현된 게 신기했습니다. 오디세이아 파생 소설을 먼저 읽고 캐릭터를 알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오디세이아』 속 칼립소와 키르케의 분량이 적어서 조금 아쉬웠어요. 키클롭스와 헬리오스의 소가 사는 시칠리아도 제가 좋아하는 부분이에요. 그리스의 이주 식민지로 시작된 시칠리아를 이렇게 엿볼 수 있었어요.

24권의 여정을 함께하다 보면 우리가 수없이 들어왔던 이야기나 이름이 바로 이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나왔다는 걸 알게 될 거예요. 그만큼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고전 중의 고전입니다. 저처럼 부담감을 갖고 나중으로 미뤄 두지 마시고 이참에 원전 번역과 명화로 읽는 『오디세이아』를 읽어보세요. 세상이 조금 더 선명하게 보이는 경험을 하게 되실 거예요.

#문장수집
팔라스 아테나께서는 그의 곁에 가까이 머물며 노골적으로 도우셨지. 신들께서 인간을 그렇게 대놓고 아끼며 사랑하시는 걸 나는 지금껏 본 적이 없다네. 여신께서 그렇게 자내를 아끼고 돌보고자 하신다면, 구혼자들 중에 결혼을 완전히 잊게 될 자도 나올 걸세.
P.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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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라스 아테나께서는 그의 곁에 가까이 머물며 노골적으로 도우셨지. 신들께서 인간을 그렇게 대놓고 아끼며 사랑하시는 걸 나는 지금껏 본 적이 없다네. 여신께서 그렇게 자내를 아끼고 돌보고자 하신다면, 구혼자들 중에 결혼을 완전히 잊게 될 자도 나올 걸세. P. 85 -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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