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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의 셰에라자드 1 : 분노와 새벽
르네 아디에 지음, 심연희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8월
평점 :
안녕하세요, 로렌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새벽의 셰에라자드 1』입니다.
『새벽의 셰에라자드』는 2권으로 된 장편소설로 한국계 미국인 작가가 쓴 아라비안나이트의 로맨스 버전입니다.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를 작가가 어떻게 엮었을지 매우 궁금했습니다.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뭐라고?"
(중략)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겠습니다. 앉아서 들어주세요. 이야기가 끝나면, 저도 물으셨던 질문에 답을 드리지요."
(중략)
그는 팔꿈치에 기대어 상체를 뒤로 젖혔다. 여전히 알 수 없는 표정을 한 채로.
"좋아, 그러지. 이야기를 시작하라."
P. 52
이 소설이 청소년 문학이라 제가 너무 가볍게 생각했을까요. 한편의 대서사시 속에 회귀한듯한 기분으로 『새벽의 셰에라자드 1』에 빠져들었습니다. 이 책의 매력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절제미'라고 할 수 있어요. 많은 자극적인 작품에 지친 감성을 정화해 주는 소설입니다. 차분하고 절도 있게 서술하고 탄탄한 전개로 애타는 마음으로 500여 페이지를 넘기고 있어요. 장기를 두듯 몇 수 앞을 내다보고 주고받는 대화를 읽고 있으면 생략된 부분을 발견하는 기쁨이 있습니다. 현대의 직선적이고 일차원적인 표현에 권태감을 느꼈다면 이 소설은 깊이감 있는 매력으로 독자를 사로잡습니다.
읽으면서 저만 쓰레기인가 싶은 부분이 몇 군데 있었어요. 직전에 읽은 미국 로맨티지 소설 때문이라고 핑계를 대고 싶네요. 셰에라자드와 할리드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감돌 때마다 다른 걸 기대하고 있었어요. 그러곤 이내 깨달았죠. 청소년 문학이지.... 이들의 애틋한 사랑에 시련이 더해질수록 몰입감도 더해지니 다음 내용이 더욱 궁금해집니다.
헝거게임의 캣니스, 메리다의 마법의 숲의 메리다 그리고 셰에라자드를 더하고 싶네요.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도 임시현 선수가 양궁 금메달을 땄죠. 아마 셰에라자드도 올림픽에 나갔다면 메달을 땄을 거예요. 여주인 셰에라자드가 활쏘기부터 온갖 멋진 모습을 보여줍니다. 괴물 같은 왕이 결혼 적령기 여자들을 수십 명 데려가 죽이는데 온 나라가 이를 막지 못합니다. 가장 친한 친구를 잃은 셰에라자드가 나서서 이 끔찍한 살육을 멈추죠. 그리고 더 나아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또 셰에라자드가 나섭니다. 이럴 거면 셰에라자드를 호라산 칼리프 시켜줘야 하는 거 아닙니까. 어디 감히 셰에라자드를 칼리파(여왕)라고 부릅니까. 왕중의 왕 칼리프(왕) 셰에라자드 만만세!
난 내일도 살아남아 해넘이를 볼 거야. 실수하지 않을 거야. 나는 오래오래 살면서 매일 해넘이를 보고야 말겠어.
그러니 난 널 죽일 거야.
내 두 손으로.
P. 25
과몰입러는 『새벽의 셰에라자드 1』를 읽으면서 궁금한 게 너무너무 많아요. 낯선 중동 복식과 문화로 구글링을 얼마나 했는지 진도가 안 나갑니다. 어느 순간 읽다 말고 단어정리하고 있어요. 우리에겐 친숙하지 않은 극동 혹은 중동, 약간의 이슬람 문화를 곁들여서 그런지 제 머릿속엔 우리나라 사극과 비슷하게 상상됩니다. 셰에라자드와 그의 시녀 데스피나가 감탄사로 헤라 여신을 외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데스피나는 그리스 출신 노예라 이해가 가는데, 셰에라자드는 호라산의 레이 출신이거든요. 제가 찾아본 자료를 바탕으로 추측하건대 중동지방에서 그리스의 발전된 문화와 책을 필사하고 연구하면서 발전시켰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그리스 신화와 관련된 문화도 자연스레 들어온 거 같아요. 그런데 얼음과 돌의 춤, 용병들 팔에 있는 풍뎅이 문양과 관련한 정보는 찾을 수가 없네요. 이래서 르네 작가님 모시고 북토크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궁금증 많은 독자는 두발 뻗고 편이 잠을 못 잡니다.
그 비밀을 셰에라자드는 알아야 했다. 이제는 그의 곁에 서서 얼음과 돌의 춤을 추는 것처럼 장단 맞춰주기만 할 수는 없었다. (중략) 그 문을 부술 것이다. 그리고 그의 비밀을 모두 훔쳐낼 것이다.
P. 259
또 궁금한 건 못 참지요. 위에 잠깐 언급한 것처럼 르네 아디에 작가님은 한국계 미국인입니다. 어머님이 한국인이시고 어릴 때 서울에서 잠깐 살았다고 하네요. 중동의 천일야화를 소재로 소설을 쓰신 게 궁금했습니다. 문의 메일 보낼까 생각했는데, 르네 작가님 남편분이 이란인이라네요. 사랑에 빠지면 상대의 모든 게 알고 싶다고 했지요. 남편이 태어나 자란 세계를 탐구하다 소설을 쓰게 됐다니. 소설보다 현실이 더 로맨틱합니다.
그래서 『새벽의 셰에라자드』 2권 빨리 봐야겠습니다. 최대한 스포를 자제하려고 최소한의 이야기만 하니 입이 근질근질하네요. 이렇게 재미난 이야긴데 이란에서 판권 사서 드라마 찍어 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미국이랑 사이가 안 좋아서 어려운가요.... 청년들이 전통복장 입고 나풀거리는 영상이 나오면 좋겠,,, 아니! 르네 작가님이 한국 춘향전으로 로맨티지 쓰는 게 더 좋겠네요. 어머니의 나라는 궁금해하시길요. 요즘 K-문학이 대세니까요. 제발!
과연 셰에라자드는 호라산의 칼리프를 구할 수 있을까요? 2권 읽고 리뷰로 돌아오겠습니다.
#문장수집
그는 문손잡이를 잡더니 잠시 멈추었다. 돌아서지는 않았다.
"하루만이다."
P. 60
제가 살아오면서 가장 크게 배운 한 가지가 있다면, 인간은 타인의 사랑 없이는 자신의 잠재력을 최고로 발휘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홀로 존재할 수 없도록 지어졌습니다.
P. 181
셰에라자드는 기억을 떠올리며 웃었다. 할리드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대의 웃음도 아름답다. 내일의 약속처럼."
P. 207
할리드가 칼을 막더니, 이번에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 목덜미에 샴시르를 댔다. 그리고 셰에라자드의 귓가에 속삭였다.
"이것보다 더 잘해야 한다, 샤지. 나의 왕비에게 한계란 없으니까. 그대는 끝없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 아닌가. 저들에게 보여줘라."
P. 255
"그때와는 다르다. 앞으로도 다를 것이다." - 할리드
P. 263
"안녕, 할리드."
비단결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할리드는 조심스럽게 한숨을 쉬고 호랑이 같은 눈동자를 들었다.
"안녕, 야스민."
P. 330
할리드, 그토록 똑똑하신 분이 또 어쩜 이렇게 말도 안 되게 멍청할 수가 있죠?
(중략)
이건 공주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당신 때문에 마음이 아픈 거라고요. 할리드 이븐 알-라시드. 당신의 비밀이, 나에게는 절대로 주어지지 않을 열쇠로 잠긴 문 뒤에 있는 그 비밀이 날 아프게 해요.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당신은 내게 상처를 주고 돌아서버리잖아요!
P. 359
이건 짐스러운 이야기다, 샤지. 이 비밀은 그대에게 결코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나의 죄를 같이 짊어지게 되는 것이니. 일단 알게 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냉정하고 확고한 현실이 그대에게 계속 남아있을 것이다. 공포와 걱정, 죄책감이 모두 그대의 것이 되겠지.
P. 431
셰에라자드는 몸을 일으키고 그의 가슴에 손바닥을 얹었다.
"내가 이런 선택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는 거죠?"
P. 451
문학수첩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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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일도 살아남아 해넘이를 볼 거야. 실수하지 않을 거야. 나는 오래오래 살면서 매일 해넘이를 보고야 말겠어. 그러니 난 널 죽일 거야. 내 두 손으로.
P. 25 - P25
그는 문손잡이를 잡더니 잠시 멈추었다. 돌아서지는 않았다. "하루만이다."
P. 60 - P60
셰에라자드는 기억을 떠올리며 웃었다. 할리드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대의 웃음도 아름답다. 내일의 약속처럼."
P. 207 - P207
할리드가 칼을 막더니, 이번에는 그녀의 허리를 잡고 목덜미에 샴시르를 댔다. 그리고 셰에라자드의 귓가에 속삭였다. "이것보다 더 잘해야 한다, 샤지. 나의 왕비에게 한계란 없으니까. 그대는 끝없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 아닌가. 저들에게 보여줘라."
P. 255 - P255
"그때와는 다르다. 앞으로도 다를 것이다." - 할리드
P. 263 - P263
할리드, 그토록 똑똑하신 분이 또 어쩜 이렇게 말도 안 되게 멍청할 수가 있죠? (중략) 이건 공주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당신 때문에 마음이 아픈 거라고요. 할리드 이븐 알-라시드. 당신의 비밀이, 나에게는 절대로 주어지지 않을 열쇠로 잠긴 문 뒤에 있는 그 비밀이 날 아프게 해요.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당신은 내게 상처를 주고 돌아서버리잖아요!
P. 359 - P359
이건 짐스러운 이야기다, 샤지. 이 비밀은 그대에게 결코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나의 죄를 같이 짊어지게 되는 것이니. 일단 알게 되면, 다시는 돌이킬 수 없어. 무슨 일이 있더라도 냉정하고 확고한 현실이 그대에게 계속 남아있을 것이다. 공포와 걱정, 죄책감이 모두 그대의 것이 되겠지.
P. 431 - P431
셰에라자드는 몸을 일으키고 그의 가슴에 손바닥을 얹었다. "내가 이런 선택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는 거죠?"
P. 451 - P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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