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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의 도시 - 변화의 도시 뉴욕에서 변하지 않는 단 하나 ㅣ 경험들 시리즈 6
김소리 지음 / 파이퍼프레스 / 2024년 5월
평점 :

안녕하세요, 로렌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재즈의 도시』입니다.
어둑한 여름밤 인적 없는 골목길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연주 소리가 들리더니 점점 진하고 선명하게 들리더라고요. 콘트라베이스의 소리가 새어 나오는 곳은 노란 불빛이 삐져나온 작은 카페 겸 바였습니다. 순간 열린 문 사이로 보이는 자리가 가서 앉아 연주하는 음악을 듣고 싶었어요. 그 자리에 서서 음악을 듣는데 마치 다른 세상의 전혀 다른 곳에 와 있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재즈의 매력은 이런 거구나. 지나가던 발걸음을 세우고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매력이 있는 음악이구나 생각했어요.

재즈를 듣기만 하던 저에게 『재즈의 도시』는 너무 가볍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게 재즈를 알아가는 문을 열어줬습니다. 알음알음 들었던 재즈의 이야기를 하나로 묶어주고, 아직 닿지 못한 부분을 쉽게 다가설 수 있게 해주고, 뉴욕이란 멋진 도시에 재즈라는 키워드를 하나 더 걸어주었어요.

김소리 저자는 재즈 연구자입니다. 뉴욕에서 재즈를 전공하고 재즈 교육학 박사 과정을 하고 있어요. 이름도 '소리'라니 이 얼마나 멋진 인연인지요! 그야말로 음악을 위해 태어난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뉴욕은 재즈 음악이 항상 들린다고 합니다. 이방인의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어서 재즈를 품은 뉴욕을 좀 더 세세히 알아갈 수 있게 소개해 주셨다고 생각해요.
재즈의 아이덴티티는 즉흥성이에요. P. 25
저자는 재즈의 가장 큰 특징은 '즉흥성'이라고 말합니다. 얼핏 들으면 계획 없이 정해진 연습 없이 대충 한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요. 조금 더 깊이 생각해 보면 '즉흥성'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내공이 쌓여야 여유를 부리는 자신감 같은 거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연주하는 곡을 속속들이 알고 있어야 합주하는 악기에 화음도 넣고 자신의 독주 부분에서 여러 가지 변형을 즉흥적으로 일으킬 수 있는 거죠. 이런 내공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 거잖아요. 저자도 공연에서 본 많은 연주자에게서 오래 연습한 '내공'이 느껴진다고 서술했습니다. 저는 재즈 공연 전에 연습 시간이 그렇게 짧은지 이 책을 읽고 처음으로 알았어요. 그렇게 단시간 내에 합을 이뤄낼 수 있는 건 보통 내공으로 되지 않는 거란 걸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죠. 그동안 제가 본 모든 공연은 수많은 연습 시간 위에 올려진 빛나는 체리 같은 부분이었다니 온몸에 소름이 쫘악 돋았습니다.

이런 무언의 움직임, 저항을 통해 기존의 틀을 탈피하려고 노력할 때, 한 분야가 발전합니다. P. 115
보사노바의 숨겨진 이야기도 굉장히 흥미로웠어요. 워낙 익숙하게 들어 알고 있기에 재즈의 하위 장르라곤 생각도 못 했어요. 게다가 브라질 군사 정권에 대항한 음악이라는 것은 굉장히 놀랍고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미국의 자유정신이 넘어와 브라질의 삼바와 합쳐졌다니. 재즈와 보사노바, 힙합 등 시작은 어렵게 사는 이들의 위로였지만 하나의 큰 장르가 되고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끼친 음악이 됐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역사가 반복되는 하나의 축이 아닐까 합니다. 단순한 말을 넘어 희로애락을 한 곡의 연주에 담아낸 것이 수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는 경의로운 순간을 반복해서 만들어 낸다는 게 정말 놀랍지 않나요? 음악이란 그 자체로도 수많은 감정을 담고 있지만 그 뒤에 있는 역사적 사회적 배경까지 알게 되면 더 큰 의미를 담는 하나의 도구가 될 수가 있습니다.

그런 뉴욕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언제나 이 도시를 가득 채우는 재즈 음악이에요. 거리를 걷다 보면 항상 재즈가 들려요. P. 10
여행 중에 재즈 음악에 홀려 저도 모르게 어깨를 들썩이며 무대 위 연세가 지긋하신 재즈 가수분과 눈을 마주치며 웃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이후 재즈는 매력, 아니 마력을 가진 음악이라고 확신했어요. 『재즈의 도시』에서 뉴욕의 재즈 바를 보니 재즈를 들으러 뉴욕에 정말 정말 가고 싶더라고요. 그저 재즈를 들으러 말이죠. 뉴욕이란 미드에서 보는 회색빛 도시 혹은 화려한 이들이 도시라고 생각했는데 재즈 음악이 가득한 도시라고 생각을 바꿨습니다. 『재즈의 도시』 13장의 마지막 쪽마다 있는 재즈 음악 플레이리스트가 숨은 보석이에요. 글만 읽고 상상하기엔 조금 부족한 부분을 큐알 코드로 찍어 한 곡 한 곡 듣다 보면 어느새 푹 빠져있게 돼요. 무더운 날씨에 지친 몸을 기대고 재즈 음악을 틀면서 시원한 스프리츠 한 잔을 따르니 세상 부러울 게 없는 저만의 천국이 되었습니다.

파이퍼 프레스의 경험들 시리즈의 매력은 한 가지 주제에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거창하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작은 관심만 있다면 한 권 꺼내들고 언제든 펼쳐 볼 수 있어요. 아담한 크기의 가벼운 책 한 권에 나긋나긋 말해주는 저자와 독대하며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어요. 꼭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궁금한 내용부터 찾아다가보면 어느새 책 한 권에 들은 내용을 다 보게 됩니다. 쉽게 설명해 주고 색색의 사진으로 보여주고 음악은 들을 수 있으니 궁금증을 넘어 하나의 주제를 즐기는 독자가 되어 있어요. 앞으로 더 많은 주제를 다뤄주는 경험들 시리즈가 기대됩니다. 수많은 매체에서 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지만 전문가의 글과 노하우를 담은 책 한 권을 먼저 읽어 보시길 추천할게요.
이 모든 것이 재즈이기 때문입니다. 쉽게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이 바로 재즈의 진짜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P. 159

#문장수집
보사노바는 엄밀히 말하면 브라질의 삼바와 재즈가 합쳐진 형태의 서브 장르예요. P. 49
사실 뉴욕의 할렘은 재즈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였어요. 할렘 르네상스, 듀크 엘링턴, 그리고 아폴로 시어터가 있을 것 같아요. P. 83
재즈 힙합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느낀 건, 재즈는 지금도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거예요. P. 106
재즈 역시 단순한 장르라기보다 문화 그 자체이기 때문이에요. P. 107
좁고 깊은 범위의 재즈를 공부하면서, 조금 더 사회과학적인 시각으로 미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음악을 넘어 문화와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P. 126

파이퍼프레스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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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의 아이덴티티는 즉흥성이에요. P. 25 - P25
이런 무언의 움직임, 저항을 통해 기존의 틀을 탈피하려고 노력할 때, 한 분야가 발전합니다. P. 115 - P115
그런 뉴욕에서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언제나 이 도시를 가득 채우는 재즈 음악이에요. 거리를 걷다 보면 항상 재즈가 들려요. P. 10 - P10
이 모든 것이 재즈이기 때문입니다. 쉽게 정의할 수 없다는 것이 바로 재즈의 진짜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P. 159 - P159
보사노바는 엄밀히 말하면 브라질의 삼바와 재즈가 합쳐진 형태의 서브 장르예요. P. 49 - P49
사실 뉴욕의 할렘은 재즈 역사와 문화의 중심지였어요. 할렘 르네상스, 듀크 엘링턴, 그리고 아폴로 시어터가 있을 것 같아요. P. 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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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힙합의 역사를 돌아보면서 느낀 건, 재즈는 지금도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거예요. P. 106 - P106
재즈 역시 단순한 장르라기보다 문화 그 자체이기 때문이에요. P. 107 - P107
좁고 깊은 범위의 재즈를 공부하면서, 조금 더 사회과학적인 시각으로 미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음악을 넘어 문화와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P. 126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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