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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릴리언트 블루 (Brilliant Blue)
함지성 지음 / 잔(도서출판) / 2024년 6월
평점 :
안녕하세요, 로렌입니다.
여름에 어울리는 소설 『브릴리언트 블루』 소개할게요.
푸르른 표지, 프랑스의 엑상프로방스, 여행지, 로맨스 이 모든 게 여름에 걸맞은 소설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골목은 곳곳이 여름이었다. 햇볕에 익어가고 있는 듯한 크림색의 건물들. 좁은 골목에 끼여 있는 잎도 크고 목도 두꺼운 커다란 나무들. 매일같이 열리는 시장에는 사랑으로 자란 과일과 채소들이 누워있고, 옆으로는 싱싱함으로 무장한 갖가지 꽃들이 자신이 빛깔을 뽐내며 태양을 향해 더욱더 높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P. 104
주인공 수키는 친구 모나와 필립의 결혼식에 초대받습니다. 게으른 여름을 보내며 여유를 만끽한 엑상프로방스에 다시 가게 되죠. 곳곳에 추억이 묻은 버터 색 방에 누워 예전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며 이야기는 과거와 현재를 교차하며 전개됩니다. 리버와의 추억이 가득한 엑상프로방스에서 기억의 상자 속 깊은 곳에 있던 이 둘만의 간지럽고 은밀했던 이야기가 하나씩 하나씩 떠오릅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 엮인 이들의 이야기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지중해 유럽과 뉴욕을 넘나들며 기억의 조각이 연결됩니다.
『브릴리언트 블루』는 함지성 작가의 첫 번째 소설이자 두 번째 책입니다. 연극 영화를 전공한 작가는 에세이 <We All Sustain Ourselves in Different Ways : 우리를 살게 하는 저마다의 방법>을 2020년에 먼저 출간했어요. 뉴욕과 보라카이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첫 소설 『브릴리언트 블루』를 썼다고 합니다. 얼핏 보면 영문 번역본 같은 소설이라 흥미로웠어요. 한국 작가가 쓴 재미교포 2세 이야기라니 어떻게 표현했는지 궁금해졌죠.
여름과 여행. 가슴 설레게 하는 두 단어입니다. 반복되는 일상과는 확연히 다른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대감이 들기도 하고요. 저도 과감하게 떠난 곳에서 경험했던 여러 가지 일을 떠올리며 이 소설을 읽었어요. 도시의 고립된 삶과 대조되는 여유롭고 북적이는 프로방스와 보라카이의 삶 모두 수키는 즐기고 있는 것 같았아요. 단 한 가지, 소설이 끝날 때까지 풀리지 않은 궁금함을 끌고 가야 하는데 바로 리버와의 관계에요.
조금씩 아주 조금씩 수키의 기억에서 풀어 나오는 리버 이야기가 계속해서 종이를 넘기게 만들어요. 수키와 리버가 어떻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됐는지, 엑상프로방스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이 둘의 관계는 그래서 어떻게 된 건지. 현재와 과거가 교차되면서 쌓여가는 궁금증이 이 책의 매력이에요.
웬만한 건 다 알 만했지만 우리는 그렇게 시시콜콜한 것이야말로 특별한 것이라 여겼다. 그와 난 남프랑스의 작은 마을에서 어쩌다 만난 두 점에 불과했지만, 그 신비로운 정글과도 같던 끝없는 대화 속에서 나는, 운명과도 같은 사랑이 정말로 존재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P. 82
얼굴에 하는 마스크팩이 꽤 자주 소설에 나와요. 저도 얼굴에 하나 얹고 책을 읽을까 했지만 코를 파묻고 책을 읽는 게 버릇이라 마스크팩 에센스가 사방에 묻을 거 같아 그만뒀어요. 가보진 않았지만 눈에 그려지는 엑상프로방스의 모나와 필립의 집과 골목골목 그리고 뉴욕의 거리. 베일에 한 꺼풀 가려져 있는 것 같은 수키의 내면. 여름이면 번화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유학생들의 대화가 모두 『브릴리언트 블루』를 읽으며 떠올랐어요.
뉴욕의 토미 재즈를 찾아보고, 수키가 사랑하는 소설을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수키와 리버가 함께 들었던 카를라 브루니의 음악을 찾아보며 수키에게 그리고 이 소설에 천천히 녹아들었던 시간 덕분에 여운이 오래갑니다. 『브릴리언트 블루』를 읽으면서 얼마 남지 않은 페이지를 보고 심히 걱정이 되기도 했어요. 아직도 결말이 나지 않았단 말이야? 두근거림과 약간의 긴장감으로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면 나도 모르게 환하게 웃게 하는 결말을 맞을 거예요.
여름휴가 전에 이 소설을 꼭 읽어보길 바랄게요. 즐거운 기대감이 가득 일 테니까요.
#문장수집
우리는 영화를 보는 낸내 그렇게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시선을 앞으로 고정한 채, 속닥속닥. 화면의 밝은 빛이 그의 이마와 눈썹 뼈와 광대뼈, 양쪽 뺨과 콧잔등, 그리고 입술에 하얗게 반사되는 것을, 나는 힐끔힐끔 곁눈질로 아껴 보았다. P. 77
Mon paradis, 수키는 나의 낙원이야. P.84
그렇게 이 한 번의 깜빡임으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고. 내가 살짝 들어 올린 눈썹 사이로 그를 들여다보고 있는 그 시간 동안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고 있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악의 없는 얼굴로 눈을 딱 한 번 깜빡인 뒤 시선을 피해버리는 바람에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잠시 잊었다가도 겨우 정신을 잡을 수 있었다고. P. 117
어쩌면 나는 그 순간 사랑에 빠졌는지도 모른다. 그 순간. 내가 그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 동안 진정으로 행복한지 돌아보던 그 순간. P. 141
나는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바람에 그것에 무력해지는 것이 두려웠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그가 없으면 단 1초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나 자신이 싫었다. P. 165
산더미 같던 사랑은 결국 산사태 같은 그리움을 몰고 왔다. P. 214
잔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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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은 곳곳이 여름이었다. 햇볕에 익어가고 있는 듯한 크림색의 건물들. 좁은 골목에 끼여 있는 잎도 크고 목도 두꺼운 커다란 나무들. 매일같이 열리는 시장에는 사랑으로 자란 과일과 채소들이 누워있고, 옆으로는 싱싱함으로 무장한 갖가지 꽃들이 자신이 빛깔을 뽐내며 태양을 향해 더욱더 높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P.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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웬만한 건 다 알 만했지만 우리는 그렇게 시시콜콜한 것이야말로 특별한 것이라 여겼다. 그와 난 남프랑스의 작은 마을에서 어쩌다 만난 두 점에 불과했지만, 그 신비로운 정글과도 같던 끝없는 대화 속에서 나는, 운명과도 같은 사랑이 정말로 존재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P. 82 - P82
우리는 영화를 보는 낸내 그렇게 귓속말을 주고받았다. 시선을 앞으로 고정한 채, 속닥속닥. 화면의 밝은 빛이 그의 이마와 눈썹 뼈와 광대뼈, 양쪽 뺨과 콧잔등, 그리고 입술에 하얗게 반사되는 것을, 나는 힐끔힐끔 곁눈질로 아껴 보았다. P. 77 - P77
Mon paradis, 수키는 나의 낙원이야. P.84 - P84
그렇게 이 한 번의 깜빡임으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고. 내가 살짝 들어 올린 눈썹 사이로 그를 들여다보고 있는 그 시간 동안 순식간에 사랑에 빠지고 있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악의 없는 얼굴로 눈을 딱 한 번 깜빡인 뒤 시선을 피해버리는 바람에 스스로 생각하는 법을 잠시 잊었다가도 겨우 정신을 잡을 수 있었다고. P. 117 - P117
어쩌면 나는 그 순간 사랑에 빠졌는지도 모른다. 그 순간. 내가 그 사람과 함께 있는 시간 동안 진정으로 행복한지 돌아보던 그 순간. P. 141 - P141
나는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바람에 그것에 무력해지는 것이 두려웠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그가 없으면 단 1초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나 자신이 싫었다. P. 165 - P165
산더미 같던 사랑은 결국 산사태 같은 그리움을 몰고 왔다. P.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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