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들 환상하는 여자들 2
브랜다 로사노 지음, 구유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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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로렌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브렌다 로사노의 『마녀들』입니다.




은행나무 환상독서단 두 번째 책이에요. 미국 젠지 작가의 <우주의 알>에 이어 흔히 접할 수 없는 멕시코 신세대 작가의 소설이라 매우 기대됐어요. 표지와 제목도 굉장히 강렬하죠. 아마도 멕시칸 전통 복장에 새의 머리를 한 사람을 보니 이집트 신도 떠오르고 여러 가지 질문이 머리를 가득 채웠습니다.




나는 샤먼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치유자라고들 하지요. 나더러 마녀라고 하는 이들도 있고요. P. 21





『마녀들』은 팔로마의 죽음으로 시작됩니다. 언어의 치유자이자 샤먼인 주인공 펠리시아나는 친척인 팔로마가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기자 조에는 유명한 치유자인 펠리시아나를 취재하게 되죠. 펠리시아나가 어떻게 언어의 치유자가 됐는지, 팔로마가 남성이었던 가스파르에서 무셰 여성인 팔로마가 된 과정을 이야기합니다. 기자인 조에의 이야기가 펠리시아나의 이야기와 만나며 팔로마의 죽음에 다가가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소설은 처음부터 화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시작됩니다. 어투로만 구별지을 수 있는 화자가 교차되며 자신이 기억할 수 있는 가장 어린 시절의 이야기부터 시작하죠. 팔로마의 죽음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전혀 다른 삶을 산 두 화자가 먼 길을 돌아 어느새 하나의 화자로 겹치지는 듯이 전개됩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주인공 펠리시아나는 '마녀'라고 불립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부당한 부탁을 거절했을 때 '마녀'라고 불린다는 거죠. 기자인 조에의 어머니는 남다른 예지력 비슷한 것이 있습니다. 이를 설명할 때 '마녀'같은 면이라고 하죠. 치유자와 마녀 사이의 균형을 잡는 저울이 마녀로 기우는 그 지점을 『마녀들』에서 잘 보여주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주인공 펠리시아나 측면에서 가장 두드러진 지점은 정치인 부인의 부탁을 거절했을 때 직접적으로 '마녀'라는 말을 듣는 것이죠. 조에의 경우에는 조에의 동생 레안드라의 행동이 과격해짐에 따라 사람들의 무의식에 깔린 '마녀 같은'이미지입니다. 팔로마의는 오히려 '마녀'적 프레임에 부합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을 하죠. 우리 사회 전반에 깔린 여성차별, 불평등, 선입견을 잘 보여줍니다.






언어의 치유자 펠리시아나를 둘러싼 이들이 나타내는 모습도 굉장히 흥미롭습니다. 펠리시아나의 유명세를 빌어 미래를 점치는 것으로 이득을 얻는 타데오는 사기꾼임에도 불구하고 '마녀'라 칭하지 않죠. 뒤에서 흉을 볼 뿐 어떠한 사회적 제약이나 제재를 받지 않아요. 펠리시아나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이들의 방식도 어딘가 폭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의 고마움을 표현하는데 굉장히 일방적입니다. 멕시코 한 시골마을, 그것도 소위 깡촌에 사는 펠리시아나에게 도시인의 기준으로 감사를 표합니다. 나름 발전된 도시에 사는 사람으로서 언제나 베푸는 쪽에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나 봅니다. 저 계발 국가 아이들에게는 태블릿 PC 한 대보다 우물 하나를 파주는 게 더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인터넷 인프라도 갖춰지지 않은 곳에서 태블릿 PC는 쓸모도 없을뿐더러 인터넷을 통해 배우는 접하는 게 현실과 너무 다르기 때문이라는 것이죠.





우리가 다른 언어를 왜 배워야 합니까. 이곳에서는 아무도 공용어를 배우고 싶어 하지 않아요. 도시의 옷을 입고 싶어 하지도 않고요. 우리가 그들의 언어나 의복에 대하여 왈가왈부하지 않듯, 그들도 우리의 언어와 의복을 존중해 주면 좋겠군요. P. 251





두 화자의 삶을 따라오다 보면 인터뷰라기보단 일기 같은 혹은 시간 여행을 하듯 이들을 속속들이 알게 되죠. 어려서 혹은 삶을 살아내야 해서 스치듯이 덮어버리듯 지나친 사건들을 들춰보며 이 두 여성은 지나간 감정을 떠올리고 마주합니다. 슬퍼할 겨를도 없이 넘어내야만 했던 삶의 고비가 덤덤하게 다가와 뒤늦은 감정의 보따리를 풀어 놓게 되는 것이죠. 이 과정에서 우리를 발견합니다. 나의 이야기일 수도 너의 이야기일 수도 있는 이야기. 여자로 태어나 할 수 없다고 정해진 일들을 받아들어야만 했고, 자매간에 미묘한 카드 패 쟁탈권일 수도 있고, 부모님의 불화에 가슴 졸여야 했을 수도 있고, 임신의 불안을 혼자 떠안아야 했을 수도 있으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해야만 하는 그 모든 것들 말이죠.




조에 양의 이야기를 하십시오, 나의 이야기를 하십시오, 조에 양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는 두 개의 다른 이야기가 아닌 하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P. 313










디즈니 픽사 영화 <코코>는 멕시코 망자의 날이 배경입니다. 죽어서도 다른 이들이 기억하지 못하면 망자의 세계에서 살아갈 수 없죠. 잊힌 자는 영원히 사라지는 두 번째 죽음을 맞이해야 합니다. 멕시코 인들에게 기억이란 자신의 전부이자 자신을 남기는 유일한 방법인가 봅니다. 나를 구성하는 기억을 하나하나 제대로 쌓지 못하면 내면의 상처와 고통으로 죽음이 알을 낳게 되지요. 이렇듯 중요한 기억을 치유하는 '마녀'의 이야기를 읽으며 저도 언어의 치료를 받았습니다. 잊었던 기억을 떠올리고 후회한 일들을 떠올리며, 그럴 수밖에 없었고 그랬어야 하며 미처 풀지 못한 채 쌓아둔 감정의 보따리를 조심스레 열어봤습니다.






우리의 이야기 『마녀들』을 읽으며 우리가 치료되죠. 여성이란 존재의 과거와 현실을 알게 되고, 자신을 여성으로 정의 내린 이가 마주하는 현실도 엿볼 수 있습니다. 지구 반대편의 언어가 이곳으로 건너와 치유가 되는 경험을 누리시길 바랄게요.










#문장수집


나는 사람들의 앞날을 봅니다. 사람들의 앞날을 분명하게 볼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바로 언어인 까닭입니다. 때때로 과거와 미래가 현재 안에서, 언어 안에서 돌아다니는 까닭입니다. P. 29



딸아, 고개를 들거라, 어미처럼 일하거라, 세상 모든 여자처럼 열심히 일하거라, 세상 모든 여자처럼 앞으로 나아가거라. P. 32



남성우월주의적으로 굴러가는 체계 안의 문제도 똑같아. 너도, 레안드라도 한계에 부딪치는 벼룩이 아니야. 조에, 명심하거라. 너희는 원하는 만큼 높이 뛰어오를 수 있단다. 유리병에 뚜껑이 있다면, 너희가 직접 없애는 거야. P. 97



"너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구나", 그 말은 곧, 나에 대한 엄마의 기대란 결국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하는 엄마의 방식이었다. P. 98



그러니까 이게 어디서 오냐면 말이지, 여자들은 모두 자기 안에 마녀 같은 면을 조금은 품은 채로 태어난단다. 우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지. P. 131



나는 여자고 내 이름은 펠리시아나입니다. 신께서 나를 아시므로, 온 하늘이 나를 압니다. 나는 여자이고 치유자입니다. 언어가 내 것이기 때문입니다. P. 158




나는 마녀가 아니란다, 나는 점쟁이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야, 나는 언어이고 언어의 단어들은 현재이며 책이 내게 주어졌으니, 나는 책-여자이자 언어란다. P. 289








은행나무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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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샤먼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치유자라고들 하지요. 나더러 마녀라고 하는 이들도 있고요. P. 21 - P21

조에 양의 이야기를 하십시오, 나의 이야기를 하십시오, 조에 양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는 두 개의 다른 이야기가 아닌 하나의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P. 313 - P313

나는 사람들의 앞날을 봅니다. 사람들의 앞날을 분명하게 볼 수 있는 것은, 그것이 바로 언어인 까닭입니다. 때때로 과거와 미래가 현재 안에서, 언어 안에서 돌아다니는 까닭입니다. P. 29 - P29

딸아, 고개를 들거라, 어미처럼 일하거라, 세상 모든 여자처럼 열심히 일하거라, 세상 모든 여자처럼 앞으로 나아가거라. P. 32 - P32

남성우월주의적으로 굴러가는 체계 안의 문제도 똑같아. 너도, 레안드라도 한계에 부딪치는 벼룩이 아니야. 조에, 명심하거라. 너희는 원하는 만큼 높이 뛰어오를 수 있단다. 유리병에 뚜껑이 있다면, 너희가 직접 없애는 거야. P. 97 - P97

나는 마녀가 아니란다, 나는 점쟁이도 아니고 미래도 아니야, 나는 언어이고 언어의 단어들은 현재이며 책이 내게 주어졌으니, 나는 책-여자이자 언어란다. P. 289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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