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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세탁소 - 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
하이디 지음, 박주선 옮김 / 북폴리오 / 2024년 4월
평점 :
일상에서 발견하는 뭉클하고 철학적인 이야기로 위로가 됩니다.
안녕하세요, 로렌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책은 『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 시간세탁소』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주변에 있는 가게들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이나 상처를 치료받는 소설이 많이 등장했죠. 이 소설도 그런 유의 소설 중 하나라고 생각했어요. 대략의 내용도 전개도 예상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예상과는 반대로 이 얇은 책을 읽는 데 며칠이 걸렸습니다. 매주 한 번씩 상담을 받듯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뭉클하고 의미 깊었어요. 이야기와 비슷한 경험을 떠올리게 했고 감정이 솟구쳐 책장을 쉽게 넘길 수 없더라고요.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눈물을 글썽거리며 읽다 보니 꽤 긴 시간이 걸렸습니다.
저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이야기가 저를 사로잡는 이유는 짧은 시간 안에 인간사의 모든 아름다움을 응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P. 224 ㅣ 저자 후기
저자 하이디는 심리학 박사님입니다. 이야기의 힘을 믿는 박사님은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했고요. 세탁소 사장님인 주인공의 알쏭달쏭 한 말은 시간을 들여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하는 철학적인 고민이 녹아 있었어요. 고등학생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에서부터 성공을 위해 달리는 현대 직장인까지 세탁소를 방문하는 이들은 각양각색이었습니다. 모두 우리의 이야기라 생각이 든 이유는 아마 심리학자이자 심리상담사인 저자가 현대인이 겪는 어려움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봤기 때문인 거 같아요.
나는 여기서 손님들이 가져오는 옷과 물건들을 만나요. 그것들을 깨끗하게 세탁해 말리고 나면 각각 주인이 와서 가져가죠. 잠시 만났다가 헤어지는 거예요. 인생의 모든 것들이 '헤어짐'을 위해서 만나는 건지도 몰라요. P. 22
이 책의 이야기가 좋은 이유는 세탁소를 찾는 손님들의 이야기만 모아 놓은 게 아니라 세탁소 주인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는 것이에요. 타인에게 조언을 해주는 인물은 성인군자처럼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이란 동물은 절대 완벽할 수 없거든요. 타인에게 쉽게 드러낼 수 없는 일을 겪었지만, 충분히 겪고 경험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잘 소화한 사람은 타인에게까지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어요.
내가 처한 현실에 매몰되면 좁은 시야와 생각에 갇히게 됩니다. 다른 이들의 말을 들어도 귀에 들어오지 않고 나의 문제점은 잘 보이지도 않게 되더라고요. 『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 시간세탁소』를 읽으면서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는 타인을 보면서 스스로 겪는 문제를 객관화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철학자 같은 세탁소 주인의 이야기를 곰곰이 곱씹어 보면서 가장 보통의 진리 안에 정말 큰 뜻이 담겨 있었구나 하고 깨닫게 됐어요.
심리학 책이나 심리 상담이 부담스럽다면 『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 시간세탁소』으로 나를 보듬어주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 문제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요. 혹은 그저 따스한 위로의 이야기를 읽어보면 좋겠네요. 구석구석 곱씹어 볼 문구가 많으니까요. 현대를 살아가는 상처 받은 독자들에게 위로가 되는 책 『나쁜 기억을 지워드립니다 시간세탁소』 추천합니다.
#문장수집
시간은 계량화나 디지털화될 수 없는 개념이기 때문에 아무도 시간을 가질 수 없어요. 그래서 일을 안 하는 시간은 삶에서 '일을 안 한 부분'으로 남는 거예요. 이건'시간의 공백'이 아니라 단지 내 삶의 보조에 맞춰 걷고 있을 뿐인 거죠. P. 47
'비었다'라고 해서 꼭 빈 것만은 아니에요. 우리가 생각하는 '여백'도 어쩌면 보이지 않는 것으로 이미 가득 차 있을 수 있어요. P. 49
고통은 언제나 주관적이다. 모든 사람의 상처는 혼자만의 깨달음이다.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상대방의 상처를 온전히 이해한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P. 69
자판을 치는 행위는 무형의 생각을 유형의 것으로 바꾸는 것과 같다. 글쓰기는 평온함을 가져오고 글쓴이의 생각을 더욱 뚜렷하게 한다. 그것은 마음의 물결을 가라앉히고 정리하는 과정이며, 뇌에서 손가락을 거쳐 스크린에 옮겨졌다가 눈을 통해 다시 뇌로 돌아간다. P. 117
의미가 있는지 알아보려면 그 의미가 나타날 때를 기다려야죠! 의미라는 건 실제로 결과가 나타나야 눈에 보이잖아요? 지금은 그저 과정일 뿐이에요. P. 120
지금은 그때처럼 활짝 핀 꽃은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그의 눈에는 마치 불꽃처럼 하얀 점, 파란 점, 보랏빛 점이 찬란하게 빛났다. 불꽃놀이는 쏘고 난 뒤 날아가는 시간이 6초가 채 되지 않고, 꽃도 꽃잎도 피어나는 시기가 며칠밖에 되지 않는다. 이런 공통점은 그것이 얼마나 오래 존재했는지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속에 얼마나 많은 기억과 감정을 남겼는지를 깨닫게 한다. 감정이 존재하는 한 그 순간은 영원한 것이다. P. 202
북폴리오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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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여기서 손님들이 가져오는 옷과 물건들을 만나요. 그것들을 깨끗하게 세탁해 말리고 나면 각각 주인이 와서 가져가죠. 잠시 만났다가 헤어지는 거예요. 인생의 모든 것들이 ‘헤어짐‘을 위해서 만나는 건지도 몰라요. P.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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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이야기가 저를 사로잡는 이유는 짧은 시간 안에 인간사의 모든 아름다움을 응축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P. 224 ㅣ 저자 후기 - P224
‘비었다‘라고 해서 꼭 빈 것만은 아니에요. 우리가 생각하는 ‘여백‘도 어쩌면 보이지 않는 것으로 이미 가득 차 있을 수 있어요. P. 49 - P49
고통은 언제나 주관적이다. 모든 사람의 상처는 혼자만의 깨달음이다. 누구도 다른 사람에게 상대방의 상처를 온전히 이해한다고 말할 자격이 없다. P. 69 - P69
의미가 있는지 알아보려면 그 의미가 나타날 때를 기다려야죠! 의미라는 건 실제로 결과가 나타나야 눈에 보이잖아요? 지금은 그저 과정일 뿐이에요. P. 120 - P120
이런 공통점은 그것이 얼마나 오래 존재했는지가 아니라 인간의 마음속에 얼마나 많은 기억과 감정을 남겼는지를 깨닫게 한다. 감정이 존재하는 한 그 순간은 영원한 것이다. P.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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