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해석전문가 - 교유서가 소설
부희령 지음 / 교유서가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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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교유당 서포터즈 4기의 첫 출발은 부희령 작가의 『구름해석전문가』이다.

어떤 이야기를 담은 책인지, 작가는 어떤 분인지 궁금증이 가득했다.





부희령 작가님은 인도, 네팔 등지에서 머물면서 불교와 명상을 공부했다. 그래서 불교 관련 번역서와 동남아 작품을 번역한 게 눈에 많이 띄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고 단편인 『구름해석전문가』는 계간지 『황해문화』 2021년 겨울호에 수록됐다. 이 책에는 <구름해석전문가> 외에 <콘도르는 날아가고>, <완전한 집> 등 총 6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첫 소설집 『꽃』 이후 11년 만에 낸 소설집이라고 하니 부희령 작가님의 긴 공백에 담긴 변화와 경험이 녹아 있을 것 같아 기대됐다.








『구름해석전문가』에는 다양하고 현실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을 만나 볼 수 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보편적인 일이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마주하는 주인공들. 앞에 세 편에서는 씁쓸함 뒤에 오는 희망의 향기를 맡을 수 있다면 뒤에 세 편은 삶이 주는 차갑고 비릿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떠올린 질문은 '삶은 왜 이리 힘든가?'였다.

부희령 작가의 글은 매끄러웠으며 예상을 빗나가는 전개가 매력적이다. 작가의 다짐이, 삶의 깨달음이 투영된 구절은 자연스레 내 마음으로 파고 들어왔다. 하지만 연인이라 생각했던 사람의 구질구질한 연락을 참아야 하고, 갓 사춘기 변화를 겪는 아이에게 손을 대는 어른을 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며, 헤어진 전 남편의 말을 기억하며 온전한 헤어짐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알 수 없는 그 감정을 자신의 현실에 풀어 놓는 주인공을 마주할 때면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졌다.












우리는 이별, 고통, 상처 등을 겪으면서 살아간다. 피하고 싶으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과정이며 단계이기도 하다. 우리는 이런 경험을 통해 성장한다. 때로는 시간이 해결해 주기도 하고, 우연한 기회에 깨닫기도 하면서 삶을 살아내는 것임을 말하고 있다. 의도하지 않아도 계획하지 않아도 인연과 우연을 통해서 발걸음을 내딛음과 동시에 내가 걸어갈 길이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마냥 즐겁기만 할거 같은 청소년기에도 짝사랑에 깊은 고민을 한다. 다 큰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맘처럼 되지 않는 연인과의 이별로 큰 슬픔에 빠지기도 한다. 결혼 후에 배우자의 약한 면을 마주하여 당혹감을 느끼기도 하고 가장 힘든 순간에 내 안에 잔인한 본성을 발견하기도 한다.




선우가 쓴 선우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경이 쓴 이경의 이야기를 읽고 싶었어야 했다고, 그의 삶이 아니라 나의 삶을 바라보아야 했다고. P. 59 <구름해석전문가>




<구름해석전문가>에서 이경의 깨달음이 참 좋았다. 나도 한때 나를 잊고 사랑이란 감정에 매몰됐었다. 사람의 감정과 관계를 지극히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무심코 본 드라마의 한 대사가, 지하철에서 혹은 자기 전 누워 문뜩 떠오른 깨달음이 있었다. 이경처럼 그 순간 그 생각을 받아들이는 순간 자유를 가질 수 있었다. 나를 속박했던 생각을 버리고 온전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다.









『구름해석전문가』를 통해 짧지만 깊이 있는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장편 소설과는 다른 종류의 몰입하는 즐거움을 경험했다. 그래서 부희경 작가님도 소설을 사랑하고 소설을 집필하시는 것 같다.





어느 날 문득 스스로에게 정직해지고 싶어졌다. 나를 추궁했다. 가장 좋아하는 건 소설책이라는 사실을 이제 인정하는 게 어때? P.199 <작가의 말>











다른 독자들도 『구름해석전문가』를 읽으면서 짧은 몰입감을 느끼면 좋겠다. 글로 쓰이지 않은 부분을 상상하면 좋겠고 그 순간 그 작품에 깊이 빠져들고 나오는 연습을 하면 좋겠다. 작은 화면 속 짧은 영상 대신 『구름해석전문가』 한편 읽어 보는 것은 어떨까.








소설책을 덮을 때마다 나는 절대로 사랑에 빠지지 않을 것이고 어두운 길을 혼자 걷는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P.12 <콘도르는 날아가고>



나는 상처가 아물어도 흉터는 남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P. 31 <콘도르는 날아가고>





구름은 산을 타고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요. 산을 완전히 보려면 구름 아래에 있어서도 안 되고, 구름 속에 있어서도 안되고, 구름 위에 있어야 해요.


네? 여기서도 보인다면서요?


아, 그랬나? 내가 구름전문가는 아니거든요. P.44 <구름해석전문가>





한때는 금희의 심장 속에서도 구구절절한 사금파리들이 뾰족하게 박혀 있었다. 혈관을 따라 굴러다니다가 불쑥 자신을 찌르고 밖으로 튀어나가 타인을 겨냥하기도 했다. P. 73 <완전한 집>



금희는 아무것도 빌지 않았다. 다른 사람을 미워하지 않게 해달라니, 아직은 모두 좋은 사람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복잡한 인연으로 쌓인 업을 스스로 풀 길이 없음을 깨닫게 되면,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믿음은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 P.85 <완전한 집>





현대문명은 바퀴와 소음과 빛의 혼장임을 실감했다. P.105 <만주>



임돈은 누구의 세계에도 속하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만 속한 사람이었다.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경옥이 아니라 바로 임돈 자신이었다. 세상과의 아득한 거리를 모르핀 삼아 자기만의 세계로 달아나고 또 달아나는 사람이기도 했다. P. 126 <만주>





불행을 목격하는 일은 불편하다. 나도 모르게 불행에 감염될까봐 두렵다. P.135 <귀가>





어쩌면 나는 은폐해야 할 욕망이 남들의 객곽적인 시선에 낱낱이 드러나는 게 싫었을지도 몰라. P.168 <내 가슴은 돌처럼 차갑고 단단하다>



우리가 정말로 원했던 것은 선한 삶이 아니라 그저 삶을 불필요하게 짓누르는 무거움을 털어버리고 싶었을 뿐이라는 것을. P.180 <내 가슴은 돌처럼 차갑고 단단하다>








교유서가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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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책을 덮을 때마다 나는 절대로 사랑에 빠지지 않을 것이고 어두운 길을 혼자 걷는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P.12 <콘도르는 날아가고> - P12

나는 상처가 아물어도 흉터는 남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P. 31 <콘도르는 날아가고> - P31

구름은 산을 타고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가요. 산을 완전히 보려면 구름 아래에 있어서도 안 되고, 구름 속에 있어서도 안되고, 구름 위에 있어야 해요.



네? 여기서도 보인다면서요?



아, 그랬나? 내가 구름전문가는 아니거든요. P.44 <구름해석전문가>

- P44

한때는 금희의 심장 속에서도 구구절절한 사금파리들이 뾰족하게 박혀 있었다. 혈관을 따라 굴러다니다가 불쑥 자신을 찌르고 밖으로 튀어나가 타인을 겨냥하기도 했다. P. 73 <완전한 집> - P73

금희는 아무것도 빌지 않았다. 다른 사람을 미워하지 않게 해달라니, 아직은 모두 좋은 사람인가 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복잡한 인연으로 쌓인 업을 스스로 풀 길이 없음을 깨닫게 되면,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는 믿음은 저절로 사라지게 된다. P.85 <완전한 집> - P85

현대문명은 바퀴와 소음과 빛의 혼장임을 실감했다. P.105 <만주> - P105

임돈은 누구의 세계에도 속하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만 속한 사람이었다. 오로지 자기 자신만을 위해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경옥이 아니라 바로 임돈 자신이었다. 세상과의 아득한 거리를 모르핀 삼아 자기만의 세계로 달아나고 또 달아나는 사람이기도 했다. P. 126 <만주> - P126

불행을 목격하는 일은 불편하다. 나도 모르게 불행에 감염될까봐 두렵다. P.135 <귀가> - P135

어쩌면 나는 은폐해야 할 욕망이 남들의 객곽적인 시선에 낱낱이 드러나는 게 싫었을지도 몰라. P.168 <내 가슴은 돌처럼 차갑고 단단하다> - P168

우리가 정말로 원했던 것은 선한 삶이 아니라 그저 삶을 불필요하게 짓누르는 무거움을 털어버리고 싶었을 뿐이라는 것을. P.180 <내 가슴은 돌처럼 차갑고 단단하다> - P180

선운가 쓴 선우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경이 쓴 이경의 이야기를 읽고 싶었어야 했다고, 그의 삶이 아니라 나의 삶을 바라보아야 했다고. P. 59 <구름해석전문가> - P59

어느 날 문득 스스로에게 정직해지고 싶어졌다. 나를 추궁했다. 가장 좋아하는 건 소설책이라는 사실을 이제 인정하는 게 어때? P.199 <작가의 말>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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