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마음을 읽는 법 - 개는 무엇을 보고, 느끼고, 아는가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지음, 전행선 외 옮김 / 동그람이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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솜사탕 같은 보송한 털 뭉치에 까만 콩 세 개가 콕콕콕 박힌 작은 생명체가 화면 가득히 들어온다.


제주도에 있던 나와 우리 반려견의 첫 만남이다.





벌써 5년 반이란 시간이 흘렀다. 우당탕탕 울고 웃고 싸우고 지지고 볶는 시간을 통해서 서로를 알아가고 맞춰서 지금까지 어찌어찌 지내고 있는 걸 보면 신기하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다.





오랜 시간 함께 했지만 알듯 말듯 한 반려견의 생각이 궁금해 『개의 마음을 읽는 법』을 펼쳤다.



반려견의 생각이 궁금해서 읽은 책인데 오히려 나의 모습을 돌아보게 했다. 얼마나 내 중심적이었는지 그리고 나의 세계관에 그 작은 존재를 맞추려 억지를 부리고 있었는지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두서없이 마구 올라왔다.






삶의 방식이 전혀 다른 개체를 나의 세계에 들여놓고 나의 사고방식으로 이해하려는 했었다. 개를 이해하려는 방식이기도 했으나 더 기대하고 실망하고 무리한 것을 요구하는 방식이기도 했다. 저자인 알렉산드라 호로비츠는 이 '개를 의인화하는 행위'를 내려놓고 개를 있는 그대로 관찰해 보라고 말한다.






'개는 인간을 관찰하는 인류학자'라는 표현이 참으로 멋지다. 우리 입장에서만 생각했기에 개가 우리를 관찰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일련의 패턴을 알 때에는 그저 우리 반려견의 천재성에 의미를 더 둔거 같다. 관찰력이라는 강점을 활용해 훈련보다는 스스로 깨침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부분이었다. 우리도 어릴 때 배운 것을 바탕으로 경험하며 자랐다. 바람직한 행동을 했을 때 원하는 것을 주는 것으로 개의 행동을 유도하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동물 병원을 무서워하는 이유가 두려움의 냄새인 항문낭 분비물 냄새 때문이었다는 것은 충격적이었다. 매번 긴장하며 예민하게 구는 반려견에게 짖지 말라는 다그침만 했었다. 기본적으로 개에게 좋은 곳으로 인식될 리 없는 곳을 편안하게 느끼도록 간식도 주고 여유를 갖고 방문해야겠다.



사람 눈엔 보이지 않는 전구의 깜빡임과 티브이 화면의 변화가 개에게는 보인다니. 외출 시에 티브이보다는 음악을 틀어 주는 게 더 낫겠다. 자신의 잘못을 알고 귀를 접고 의기소침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저 꾸짖는 소리를 아는 관찰자 인류학자인 것이다. 사람이 사는 공간은 여러모로 개에겐 불편한 환경이다. 인공적인 향이 계속 채워지고 소음은 끊임없이 들리고 실내는 끊임없는 깜빡임과 느린 화면 프레임 등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불편함이 가득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는 우리 곁을 떠나지 않는다. 등을 마주하며 안심하고 외출 후 그 누구보다 반겨준다. 함께함을 즐거워하고 매일같이 반복해도 항상 그대로 좋아해 준다. 저자가 펌프와 함께한 시간을 묘사할 땐 마음이 뭉클해진다.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은 절대 알 수 없는 그 따스하고 고마운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사람의 언어로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가 든든해지고 위로가 되는 경험이다.







『개의 마음을 읽는 법』 인간인 나의 입장에서만 했던 생각을 바꿔 생각해 볼 기회를 줬다. 개는 평생 책임지고 돌봐주는 존재가 아니라 함께하는 위로하고 위로받는 가족이라는 것이다.







우리 둘 사이의 유대관계는 오직 우리만 아는 스텝으로 출 수 있는 고유한 춤이다. 이 춤을 가능하게 하는 두 가지 요소는 바로 길들이기와 관계 발전이다. 우선 길들이기는 무대를 마련한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의식 절차는 둘이 함께 만든다, 우리는 서로에게 자신을 투영하거나 서로를 분석하기 전, 우리가 하나라는 사실을 미처 깨닫기도 전에 이미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P. 354



둘만의 세계가 새로 구축되는 것이다. 우리만의 세계. 그 안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새로운 세계가 그렇게 자라난다.





반려견이 두 살을 갓 넘겼을 때 헤어짐을 생각하면 눈시울이 붉어졌다. 주책이라고 했다. 지금은 다섯 살을 넘겼다. 그래도 눈물이 난다. 함께함이 기쁜 만큼 헤어짐이 너무 슬플 것 같아 지레 겁이 난다. 그래서 지금을 더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 저자인 알렉산드라도 이 마음으로 책을 쓴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 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개가 이해하고 관심 두는 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길 바란다고. 옮긴이의 글도 마음에 와닿았다. 이 책을 통해 반려동물의 복지에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






나의 반려견에게


함께해 줘서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덧, [2022 서울국제도서전] 동그람이 부스 넘 기여웠어요 :D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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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 사이의 유대관계는 오직 우리만 아는 스텝으로 출 수 있는 고유한 춤이다. 이 춤을 가능하게 하는 두 가지 요소는 바로 길들이기와 관계 발전이다. 우선 길들이기는 무대를 마련한다. 무대 위에서 펼쳐지는 의식 절차는 둘이 함께 만든다, 우리는 서로에게 자신을 투영하거나 서로를 분석하기 전, 우리가 하나라는 사실을 미처 깨닫기도 전에 이미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 P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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