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언어를 만나다 - 당신의 시선을 조금 바꿔줄 스페인어 이야기
그라나다 지음 / 북스토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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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언어를 배우면 그 언어에 담긴 가치관과 생각도 배울 수 있다.

스페인어로 해외영업과 마케팅을 하는 저자 그라나다의 스페인어 이야기

'태양의 언어를 만나다'를 보니 스페인어관련 추억이 떠올랐다. 





어느 날 깊어가는 저녁 갑자기 스페인어가 배우고 싶었다. 서점도 도서관도 문을 닫는 시각 인터넷을 뒤져 간단한 단어와 인사 몇 개를 찾아 새벽이 될 때까지 외웠다. 불타는 열정은 현실에 부딪혀 학점과 취업에 도움이 되는 영어에 몰두하자로 끝나버렸다. 유명한 아나운서가 삶의 기로를 바꾸고 열정의 스페인을 이야기했을 때도 내 안에 스페인어와 스페인을 향한 열망은 아직 남아 있구나 했다.







미국에서는 제2외국어로 사용한다는 스페인어. 전 세계적으로 약 5억 명의 인구와 20여 개의 국가에서 사용하는 스페인어. 로망스어 계열로 이탈리아어, 프랑스어와 같이 민중 라틴어에 뿌리를 둔 스페인어.


스페인어의 매력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 저자 그라나다도 아마 이런 매력에 매료되었을 것이다.







축복과 존중의 언어


스페인어는 고맙다는 말의 대답으로 "너는 호의를 받을 만한 사람이야." 혹은 "내 기쁨이지."라는 우리에게 다소 낯간지러운 말을 한다. 아니야 또는 뭘 이런 걸 갖고라고 손사래치는 우리말과는 달리 상대의 감사한 마음을 인정하는 언어다. 심지어 고맙다는 뜻의 Gracias [그라시아스]는 은총, 자비란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호의를 베푼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존재 자체로 인정하고 축복하는 것이 스페인어에 담긴 마음이라는 것이다. 아침 인사 Buenos dias. [부에노스 디아스]는 당신에게 좋은 날들을 베풀길' 이란 말을 축약해서 사용한다는 이 있다. 언어는 사고를 지배하지 않는가. 고마움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상대를 인정하고 축복하는 것에 인색했던 건 아닌지 되돌아봤다. 조금은 어색하더라도 서로서로를 축복하는 말을 나부터 많이 사용해야겠다.





다른 외국어를 배우며 한국어만 썼다면 알 수 없는 새로운 소리를 익힌다. 외국어 덕분에 세상에 존재하는 새로운 소리를 만나는 열쇠를 얻는다.

P.165








사고의 전환


스페인어로 생일을 뜻하는 단어 cumpleaños를 풀면 '수행하다 + 해'합성어다. 여러 해를 수행한다는 뜻으로 한 해, 한 해 버티면서 성장하는 것을 축복하고 격려하는 날이다. 태어남을 축하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난 노력과 현재를 축하하는 것이란 게 다음 해를 살아갈 힘을 주는 것 같다.


Sueño는 졸음이란 뜻을 갖고 있고 앞에 관사가 붙으면 꿈(미래에 이룰)이란 뜻이 된다. 내가 생각하기엔 평소에 매일 하는 것은 일상적인 피곤함을 씻어낼 졸음이고, 내가 의지를 갖고 숫자를 정하고 명명하는 것은 꿈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실체를 갖게 되는 것은 생생하게 눈에 보이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말도 잘 때 꾸는 꿈과 미래에 이룰 꿈이 같은 단어로 돼있는 것 같다란 생각을 했다.







식민지의 아픔을 품고


스페인어를 태양의 언어라고 칭하는 이유는 과거 대항해 시대에 수많은 식민지를 거느렸기 때문이다. 한 국가에서 해가 져도 다른 국가에는 해가 떠 있었기 때문에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 그 나라에서 쓰는 언어인 태양의 언어라는 것이다. 과거에는 국가의 번영과 위력을 칭송하기 위해 쓰였겠지만 지금에서 보면 부끄럽기 그지없는 표현이다. 그 시기 침탈의 영향으로 중남미 국가는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있고, 나름의 시대적 변화를 거쳤다. 그래서 유럽 스페인과 달리 중남미 스페인어에는 식민지의 아픔이 담겨 있다. 중남미에서는 2인칭 복수격 주어인 너희들 Vosotros [보소뜨로스]를 아예 쓰지 않고, 당신들(격식) Ustedes [우스떼데스]만 쓴다고 한다. 지배자에게만 사용한 언어에서 평어는 사용하지 않아 없어진 것이다. 멕시코에서는 뭐라고? 대신에 명령하세요?라고 되묻는다. 피지배자가 쓰는 언어여서 부드럽고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방향으로 발전한 것 같다고 한다. 나도 이에 동의한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식민 지배가 타국에 비해 짧았고, 불굴의 의지로 우리의 언어를 지켰기 때문에 이런 불상사를 피할 수 있던 것이다. 수많은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라와 언어를 지켜낸 조상님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그리고 중남미 국가에서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날을 칭하는 명칭을 보고 나는 누구에 시각으로 생각하고 바라보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 봤다. 유럽인의 입장에서는 대륙을 '발견한' 날이지만 그곳에 살던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원래 있던 대륙을 '침탈한' 날이기 때문이다. 칠레의 완고한 '두 세계 만남의 날'이 우호적으로 보일지 몰라도 베네수엘라의 '원주민 저항의 날'이 어쩌면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배우지 못했던 언어를 통해 세상을 보았다. 책을 통해 얻는 즐거움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에게 익숙한 영어와 가까운 나라 일본어까지 섭렵한 저자의 언어 비교를 통해 배우는 통찰이라니. 쉽게 접할 수 없는 귀한 이야기를 들어서 참 고맙고 뿌듯하다.











북스토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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