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미 여행자다 - 일상이 여행이 되는 습관 좋은 습관 시리즈 13
섬북동 외 지음 / 좋은습관연구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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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대신 마스크를 쓰고 작은 모니터에 의지해 실내에서 지낸 지 2년이 다 되어간다. 백신으로 끝이 보일 거 같던 긴 터널의 끝은 계속해서 멀어지고 답답한 일상을 바꿔보고 싶어 <우리는 이미 여행자다>를 집어 들었다.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업무 스트레스, 관계의 어려움, 미래를 걱정하는 것 당장 내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움켜쥐고 전전긍긍하는 염려를 잠시 내려 둘 수 있다. 조심스러운 나를 버리고 새로운 것을 가볍게 도전하는 나여도 된다. 낯선 사람과의 대화도 새로운 음식도 새로운 장소에서 새로운 경험도 모두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할 수 없는 것을 그리워하지만 말고 우리의 일상에 이토록 매력적이 여행을 초대하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이 책이 시작됐다.



<우리는 이미 여행자다>의 매력은 우리도 이미 여행을 통해 생각해 보거나 경험한 것을 아름다운 글로 풀어내고 각자의 삶에 어떻게 초대해서 함께 지내고 있는지 소개해 주고 있다는 것이다.



공감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 그 말이야!


내가 이미 경험한 것도 있고, 스치듯 생각에만 머문 것도 있다. 7인의 여행자(글쓴이)가 쓴 글은 대부분의 공감과 약간의 듣고 싶은 새로운 시각과 의견으로 가득 차 있다. 시칠리아를 여행할 때 들은 'We don't talk any more'은 더운 지중해 열기와 약간은 촌스러운 시외버스 커튼 사이로 보이는 이오니아 해를 떠올리게 한다. '사. 계. 한'은 중국에서 친구들끼리 놀러 갔던 선양의 이름 모를 분봉을 떠올리게 한다. 너무 짧은 여행이 아쉬워 유튜브로 여행자의 영상을 찾아본다. 가봤던 곳이 나오면 생생한 기억이 떠오르고 가보고 싶은 곳이 나오면 코로나가 끝나면 가봐야지 하면서 마음에 담아둔다. 새로운 곳을 여행하는 대신 친구의 여행 이야기를 들으며 현지인이 운영하는 국내 식당을 찾아간다. 동대문 '사마르칸트'에서 우즈베키스탄 음식을 먹으며 친구의 중국 유학시절 이야기와 우즈벡 여행 이야기를 듣는다. 시칠리아가 그리워 성수 '푼토돌체'가 가서 로마 사람이 만든 카놀리를 먹고, 해외 직구로 그때 사 온 빌라레알레수프림 '피스타치오 스프레드'를 사 먹는다.



도전


여행과 일상을 가르는 가장 큰 차이는 어쩌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의 차이가 아닐까? 그렇다면 일상에서도 열린 마음과 호기심 어린 눈으로 하루를 보낸다면 나만의 당일치기 여행이 끊임없이 이어지지 않을까?


P. 63 처음 - 평소와는 조금 다른 길, '오늘이 처음' 중에서


일상을 대하는 나의 태도는 여행과는 전혀 달랐다. 익숙한 집, 익숙한 사람, 익숙한 동네, 한정된 공간이었지만 잊고 있던 것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하게 됐다. 자주 가던 종각에 있는 보신각을 한 번 더 눈여겨보고, 광화문에 있는 고종 즉위 40년 칭경 기념비를 멈춰서 바라봤다. 사실 보려고 하지도 않았고 존재도 희미한 유적이었다. 단청 끝에 그려진 무늬를 유심히 본 적이 있을까? 돌계단의 해태를 누가 조각했을까 하는 생각하며 외국에 나갔을 때 수많은 성당과 궁전을 감상했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언제든 볼 수 있는 우리 것을 유심히 본 적은 없구나 생각했다.


어릴 적 자주 다닌 골목길로 가봐야지. 많은 시간 동안 건물도 가게도 달라져 처음 방문한 사람처럼 두리번거리며 느린 발걸음을 옮겼다. 어릴 적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고 넓던 길은 이제 골목이 되었고, 골목은 차가 다닐 만큼 넓어지기도 했다. 새로운 식당이 생겨서 나중에 가봐야지 하고 마음에 담아두었고, 잠시 살던 빌라의 현관 방향이 달라진 것도 발견했다. 이탈리아의 골목보다 깨끗하고 익숙하지만 새롭다. 만나기로 한 친구에게 지나오면서 본 것을 신나게 이야기했다. 동네라서, 익숙해서, 빠른 길을 아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러 돌아가면 새로운 만남이 있다.




새로움


노을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 <노을 - 노을을 보려고 하루를 산 것 같았다>는 한 번은 노을을 다르게 바라보게 하는 글이었다. 주어진 하루의 마감을 알리는 노을은 나에게 막연한 우울감과 내가 원하는 하루를 살지 못한 아쉬움을 상기시켜주는 것 같았다. 글쓴이에게 노을이란 퇴근길 한강 다리를 지나며 보는 유일한 탁 트인 공간이었고, 여행지의 아름다운 추억을 더 멋지게 만들어주는 조명이었다. 매일 그 충실한 업무를 다하는 노을이지만 날씨에 따라 내가 볼 수 있을지 말지 운이 갈리는 도박 같은 기회에 감사하기도 한다. 노을을 보는 것을 마치 다시 올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여행지를 눈으로 마음으로 담는 심정으로 보기에 자신만의 매일 반복되는 여행이라고 표현한 것이 아름다웠다.


내가 좋아하고 사랑하는 여행을 일상으로 가져올 수 있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사실 나의 여행이 특별했으면 해서 특별하게 대했다. 귀한 기회를 더 오래 강렬하게 기억하고 싶어 일상이라는 누추한 곳으로 초대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인 역병으로 특별한 기회가 잠시 사라졌기에 생각을 달리한 글쓴이들을 따라 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 나를 위해서 그리고 삶의 소중한 부분을 상기하려고. 매일을 사는 우리의 일상이 상대적으로 푸대접을 받고 있음을 이제 알았다. 이 소중함이 쌓여 나를 이루고 있고 여행도 그 일부를 조금 특별하게 한 것임에도 나도 모르게 특별한 여행은 가치 있고 무던한 일상은 '가치가 없다'라고 생각하게 됐나 보다.




평소에 스치듯 드는 생각들을 누군가도 하고 있었으며 나의 표현 보다 더 정확하고 더 세세하게 것이 마음에 든다. 친구와 이야기하듯 가볍게 그리고 마음을 열고 <우리는 이미 여행자다>를 읽으면 좋겠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아하기 마련이니까 7인의 여행자와 수다를 떨어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재밌게 읽은 <팬츠 드렁크>를 번역한 김경영님도 7인의 여행자 중 한 명이라니 신기한 인연이 여기도 있다.



이 책은 좋은습관연구소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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