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인간에 대하여 - 라틴어 수업, 두 번째 시간
한동일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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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피상적인 인간관계에 속에 부족한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진중한 삶의 고민을 나눌 기회의 부족이라고 말하고 싶다. 자연스럽고 가벼운 만남 속에서 의도하지 않게 나오는 서로의 진실을 마주할 기회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가벼운 커피 한 잔의 시간에서 우연히 맥주 한 잔 주고받는 과정에서 낯선 곳에서 만난 새로운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 속에서 나오는 순간순간의 고민을 담은 대화는 사라진지 이미 오래다.


치료제가 없는 역병이 주는 공포에서 벗어나려 무던히 애쓰는 모습만 남았다. 힘없는 정부와 타인의 배려가 없는 몰상식한 행동을 비판하는 악만 남았다고 해야 하나.

그러나 한동일 교수는 인간 내면에 담긴 우리가 끊임없이 고민해왔어야 하는 문제에 대한 생각을 제시한다. 그동안 우리가 잊고 지내고 잊고 싶었던 그런 것들을.




한동일 교수의 삶의 경험에서 나오는 깨달음과 연륜에서 나오는 통찰력이 매력적이다. 그리고 담담하고 담백한 문체가 편안함을 주는 책이다. 요즘 흔한 에세이와는 또 다른 깊이가 있다. 더불어 신앙이 있다. 원한다고 해서 가질 수 없는 믿음을 바탕으로 개인의 욕심과 이익을 오롯이 뺀 타자의 시선으로 본 경험과 생각이 놀라울 정도였다.



일부를 발췌한 도서지만 저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부분을 알 수 있었다. 저자는 겉으론 드러나지 않는 내면의 치열한 싸움을 매일 매 순간하고 있었다. 이는 나의 치열한 싸움의 삶이 언제였는지 자문하게 만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놓아버린 의지와 열정, 세상이 주는 압박에 굴복하고 내 선의 기준을 슬며시 놓아버렸다. 답 없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은 힘겹기만 하다. 교수님은 그 여정을 계속해서 하고 있었고, 나는 그만둔지 오래였다. 고민을 멈추면 나의 세계가 좁아진다. 전 인류를 향한 소망은 나 하나의 부족함을 찾는데 머문다. 하나님을 향한 감사는 타인의 부도덕함을 가리키는 날카로운 말로 바뀐다. 그리고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못한다. 기준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한동일 교수님은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다른 사람이 변화하게 만들었다. 이것이 차이점이다. 성경처럼 들을 귀 있는 사람만이 들을 수 있도록 비밀의 통로를 만든 것이다.




Quod non possint ibi veræ esse virtutes, ubi non est vera religio.

쿼드 논 포신트 이비 베래 에세 비르투테스. 우비 논 에스트 베라 렐리지오.

참다운 종교가 없는 곳에 참다운 덕성이 있을 수 없다.



힘겨운 삶을 핑계 삼아 믿음과 나를 분리해두었다. 저자는 매일매일 치열하게 종교의 가르침을 삶에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었고 난 이 책을 보고 나의 삶의 목적과 방향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불투명한 미래보다 행복한 오늘을 살아가고 자 했던 나 스스로는 결국 길을 잃었던 것이다. 균형을 맞추려던 것이 균형을 잡고 있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게 만든 것이다. 어른이 되는 것은 내 안의 나를 살펴봐야 하는 것인데 엉뚱한 곳에서 답을 찾고 있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지구의 분리 장벽을 본다면 나도 한동일 교수가 했던 고민을 동일하게 할 수 있을까?

나는 올바르게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능동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일까?

장벽은 쉽게 세울 수 있지만 무너트리기에는 수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는 말의 뜻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타인에게 세운 편견의 장벽, 나를 사랑하지 못하는 미움의 장벽, 욕심의 장벽, 오해의 장벽 등등 아직도 단단하게 내 안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할 수 없는 것을 구별하는 지혜는 고통과 고민을 주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생각이 나 행동을 바꿀 수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가끔 욕심내어 억지로 시도하다 결국엔 할 수 없었지라며 깨닫곤 한다.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는 좌절감을 느끼기도 한다. 팀장으로서 팀원을 이끌어야 하는데 의견이 안 맞거나 가족원으로서 서로의 타협점을 찾을 때는 다름에 한탄을 하기도 한다. 그래도 조금씩 내려놓는 훈련을 하고 있다. 어쩔 수 없다라기 보다 다름을 인정하고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다. 스스로를 괴롭게 만들지 않기 위서기도 하다. 어려운 삶에 한숨이라도 적게 쉬기 위해서이다.





신앙이 혹은 종교가 없다 해서 편견을 갖고 책을 피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가 속한 삶의 이야기를 하고 있으며 다른 시선의 의견도 들어보면 좋겠다. 그리고 한 번쯤은 왜 우리가 이타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지도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존재의 의미와 삶의 목적에 정해진 답은 없지만, 답에 근접한 성찰과 고민이 우리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건 확실하기 때문이다.


최근 어떤 계기를 통해 선과 악을 구별짓는 요소와 신이 왜 인간에게 자유의지를 주었는가를 고민한 적이 있다. 죄책감의 굴레에서 벗어나 소명을 찾는 여정은 길고 고통스러웠지만 그 기쁨은 고통을 감내할만한 것이었음을 믿고 싶었다. 고통과 기쁨의 양면성이 잔인하기도 했다. 좌절과 실패와 고통이 없인 성장할 수 없었기에 머리론 알고 있지만 그 과정은 너무나도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도망치고 싶고 회피하고 싶고 때론 포기하기도 한다. 믿음이 있다면 다양한 방법으로 나에게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준다. 이번이 그랬다. 슬프고 마음 아팠지만 태고 때부터의 사랑이 느껴졌다.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일하시는 분이 있기에 믿는 인간은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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