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도자기 여행 : 북유럽 편 - 개정증보판 유럽 도자기 여행
조용준 지음 / 도도(도서출판)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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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자기 덕후'인 조용준 저자가 재미난 북유럽 도자기 여행 이야기를 업그레이드해서 들고 왔다. 좋아하는 취미에 푹 빠진 수다스러운 친구처럼 재밌고 신기한 이야기를 가득 담았다. 가득 담긴 사진을 보면서 여행 이야기를 풀어놓으면 어느새 빠져 600페이지가 넘는 책도 후루룩 읽게 된다.



책 표지를 장식하고 있는 코발트블루는 고급 도자기의 상징이다. 새하얀 바탕에 푸른색으로 새겨진 무늬는 단정하면서도 은은하게 테이블 위를 장식한다. 신비로운 파란색이 어디서 어떻게 생겨났는 지를 설명하며 <유럽 도자기 여행 북유럽 편>은 시작한다.




동양의 아름다운 청화백자를 좇아


청금석은 울트라마린으로 불리는 파란색을 내는 물감의 원료이자 청자의 파란색을 내는 도료의 원료이다. 당시 비싼 몸값을 자랑하던 청금석을 사용한 파란색이 있는 그림은 부의 상징이었다. 또한 파란색 그림이 그려진 새하얀 동양의 자기는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선명한 파란색을 내는 청금석은 비싼 값을 내고 수입할 수 있었으나 얇고 내구성 있는 새하얀 자기를 만들 자연적 요건도 기술도 부족한 유럽은 중국과의 교역이 어려워지자 이를 모방하기 위해 긴 시간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는다. 이것이 델프트 지역을 유명하게 만든 델프트 블루의 시작이다.


세계사를 배웠다는 것이 무색해지며 유명하고 비싼 자기는 모두 유럽제품라고 생각했던 내가 스스로 부끄러웠다. 그리고 백제의 기술을 전수받은 일본의 자기가 중국 청자의 빈자리를 대신해 유럽을 장악한 것도 매우 놀라웠다. 동양의 기술이 훨씬 앞서 나갔었는데 현재는 유럽의 것이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고급 제품으로 인식되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포르투갈 파란 타일의 시작


델프트 블루가 유럽 전역으로 퍼지면서 포르투갈은 이례적으로 델프트 블루 타일로 성당, 예배당, 왕국과 귀족의 저택, 유명 관공서와 식당, 기차역 등 수많은 곳을 뒤덮었다. 습한 바닷가를 끼고 아프리카와 가까운 국가 특성상 바다와 같은 파란색 타일이 굉장히 유용했던 것 같다. 마카오에서 본 포르투갈의 푸른 타일이 이렇게 생겨났다니 신기할 따름이다.

[마카오에 있는 포르투갈 방식의 타일 안내판]


비교적 추운 지방인 독일 뮌헨 파고덴부르크 궁에도 델프트 블루 타일로 내부 장식을 했다. 겨울에 난방효과가 떨어지는 타일이지만 비싼 인테리어 자재를 수입해서 호사스럽게 꾸민 샤냥쉼터이다. 반면에 스웨덴에서는 난로의 난방효율을 높이기 위해 타일을 단열재로 발전시키기도 하였다. 이렇게 델프트 블루 자기는 지역특색에 맞게 발전해 나갔다니 흥미로웠다.



예카테리나 2세가 황실 도자기 제작소를 세우기까지


그 당시 얇고 견고한 하얀 도자기가 귀하다 보니 생활필수품인 식기를 넘어 부의 과시를 위한 장식품 역할까지 하였다. 이를 관리하기 위해 국가에서 발달시킨 것도 매우 흥미롭다. 자국에서 구하기 힘든 도자기 재료인 청금석과 질 좋은 점토를 수입할 수 있던 것도 해상무역 발달에 기인한 것도 놀랍고, 도자기 전문가가 매우 귀중한 사람이어서 관련 정보가 철저히 비밀로 가려져 크리스토프 헝거가 여러 나라에 사기를 친 것도 재밌는 일화다.




대항해시대를 시작으로 해상무역이 발달하면서 엎치락뒤치락 변해가는 국제 정세 가운데 도자기가 발전한 역사를 북유럽 국가별로 설명해 주어 잘 이해 되었다. 기자 출신의 저자가 찍은 수준 높은 자료 사진은 지루할 법한 도자기 이야기에 생명력을 불어 넣어 한편의 화보집 같기도 했다. 형형색색의 도자기 사진을 비롯하여 북유럽 풍경과 브랜드 이해를 높이기 위한 제품 사진까지 가득하여 보는 재미가 있다.



일본과 유럽과의 교역이 먼저 시작되고 일본 시장이 큰 것도 한몫하겠지만 국내 자기 시장 이야기도 같이 해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리고 주부들이 열광하는 식기라고 필자가 여러 번 표현하는데 그 누구보다 글쓴이가 가장 열광한다는 사실은 책에 구석구석 잘 나타나 있다.




<유럽 도자기 여행 북유럽 편>은 한편의 잘 만들어진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했다. 방대한 사진자료와 상세한 설명은 저자가 가진 도자기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 귀한 도자기의 이동과 발전에 따라서 가다보면 쉽게 역사의 흐름도 이해되고, 도자기뿐만 아니라 국가 무역과 정세 변화를 이해하는 데 도 도움이 됐다. 부끄럽지만 이제 유럽 도자기의 시작은 동양의 청화백자란 것을 알고 나니 자부심이 생기고 뿌듯했다. 도자기 부문에서는 선도자리를 빼앗겼지만 현재 세계에서 내노라하는 반도체와 전기차 기술 부문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역사에 남을 선구자, 선도자가 되길 희망한다. 유럽 도자기 여행의 다른 시리즈도 모두 개정증보판이 나오면 읽어봐야겠다.




저자인 조용준은 기자 출신으로 주간동아 편집장까지 지낸 평생을 활자와 함께 보냈다. 자신의 책을 쓰기 위해 기자를 그만두고 70여 개국을 여행하면서 창조적 컬처 트래블을 하는 문화탐사 저널리스트로 유럽 도자기 여행 시리즈 3권과 일본 도자기 시리즈 3권을 포함하여 다수의 책을 집필하였다.


<유럽 도자기 여행 북유럽 편>은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덴마크, 스웨덴, 핀란드, 러시아를 직접 여행하며 기업 박물관, 국립박물관 등을 방문하고 집필하였다. 도자기는 힐링이라고 칭하며 시작하는 <유럽 도자기 북유럽 편>은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유명세에 비해 전체적인 맥락과 브랜드들이 서로 어떠한 유기적인 연관성을 갖고 있는지 사람들에게 소개해 주기 위해 쓰였다.



YES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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