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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요테의 놀라운 여행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13
댄 거마인하트 지음, 이나경 옮김 / 놀 / 2021년 4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스쿨버스로 대륙을 가로지르는 열두 살 소녀의 눈물 나는 귀향기
청소년 장편소설이지만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건 '열두 살'과 '대륙을 가로지르는'이었다. 어느 덧 커버린 난 천진난만했던 청소년의 모습을 잊고 있었고, 모험과 여행이 같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인터넷에 단어 하나만 검색해도 경험자의 사진과 글, 동영상까지 완벽하게 미리 알 수 있는 편리한 세상에 길들여져 어릴 적 꿈꾸던 모험은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져버렸다.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이라면 그때 내가 가지 못한 여행을 대신 갈 수 있을거란 막연한 기대감이 생겨 첫페이지를 펼쳤다.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의 작가인 댄 거마인하트는 부인과 세명의 딸과 함께 청소년 문학을 쓰는 전업작가다. 어느 날 작가의 머리를 스친 우울한 공상으로 이 소설은 시작됐다고 한다. 작가가 생각하는 가족의 소중함을 구석구석 엿볼 수 있다.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으로 2019년 아마존 올해의 책 선정, 2019년 미국학부모협회 권장도서 픽션 부문 금메달, 2019년 시빌 어워드 청소년 부분 수상 했다.
웃음과 기대감 그리고 중간 중간 쉼의 시간이 필요한 책이었다. 아이반을 데려올 때는 한껏 숨죽여 읽고, 할머니와 통화로 포플린 스프링스 파크가 사라진다고 할때는 추억의 상자를 포기할지 말지 고민했다. 코요테가 아빠 로데오에게 자신의 결심을 말할 때는 어찌나 울었는지 지금도 눈이 퉁퉁부어 있다. 어른이 되어 여러가지 삶의 경험을 해서 그런지 로데오와 코요테의 마음을 둘 다 느낄 수 있었다. 코요테 가족 뿐만 아니라 레스터의 사랑고민과 살바도르 가족의 고민까지 모두 삶에서 조금씩은 경험한 부분이다. 아이반을 여행의 동반자로 들이는 과정까지 모두. 그래서 더 깊이 빠져들어 읽었다.
책을 좋아하는 저자는 책관련 요소를 구석구석에 넣었다. 로데오와 코요테는 책읽기를 좋아해서 스쿨버스 안에 서재를 만들고, 차를 태워주는 테스트 질문에 가장 좋아하는 책을 물어본다. 등장인물의 이름을 좋아하는 책과 연관짓고, 코요테는 자신이 좋아하는 책을 살바도르에게 추천한다. 그리고 살바도르는 달리는 차 안에서도 그 책을 읽는다. 아마도 작가가 생각하는 책이란 삶과 밀접해서 그저 삶의 한 부분으로 보여주고 싶었나보다.
책을 읽다보면 어린아이지만 조금은 어른스럽고 사려깊은 코요테에게 빠져들게 된다. 편의점에서 슬러시를 먹고싶어하는 아이에게 슬러시를 사준다거나 레스터에게 태미를 사랑하는 레스터만의 이유를 묻는 부분, 살바도르가 엄마앞에서 연주할 수 있게 몰래 공연장을 빌리는 부분은 어른도 선뜻 생각하기 힘든 부분이다. 모두 다른 사람을 위해 하는 행동을 실제로 옮긴 것이다. 작게 크게 사람에게서 상처받고 마음의 문을 아주 좁게 닫아버린 나에겐 무척이나 순수한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기억된다.
책을 읽다보면 어른인 난 있는 그대로 읽을 수가 없는 딜레마에 빠진다. 한순간에 3명의 가족을 잃은 코요테와 로데오의 슬픔이 너무 크고 그걸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예거(스쿨버스)를 타고 5년동안 초등학교 나이의 아이를 데리고 정처없이 여행하는 것이 맞을까, 가정폭력범인 남편을 떠나 살바도를 데리고 떠난 에스페란사가 겪는 취업난, 아직 성인이 되지도 않은 벨에게 성정체성과 가족을 저울질 하는 부모 등 조금은 과한 듯한 설정에 의문을 갖게 된다.
한편으론 내가 지금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것을 외면하고 싶어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내가 청소년기 때 겪었던 문제보다 지금의 청소년들은 더 많은 그리고 무거운 현실을 감당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삶의 문제를 좀 더 단순화해서 바라보기 위해 <코요테의 놀라운 여행>을 어른들이 많이 읽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삶은 문제를 안고 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코요테처럼 단순하게 생각하고 도움이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는 순수하게 베풀 필요가 있다. 열세살 아이에겐 아빠가 필요하고 엄마와 자매의 추억의 상자가 잊어야할 과거가 아니라 현재 내가 필요한 추억임을 당차게 말하는 코요테 처럼 우리의 필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인정해야 한다.
또한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받아 들이고 가족의 중요성을 알면 좋겠다. 도전에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힘을 주는 건 언제나 나를 사랑하고 지지해줄 가족이다. 형태가 어떻게 됐는진 상관없다. 회색 줄무늬 고양이 한마리 일수도 있고, 음악을 진짜 진짜 좋아하는 가난한 남자 친구일 수도 있다. 일자를 찾는 엄마 한 분일 수도 있고,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 한 분일 수도 있다. 스쿨버스를 모는 괴짜 히피 아빠일 수도 있다. 중요한건 항상 그자리에 나를 작은새라고 불러줄 가족이 있다는 것이다. 코요테의 스쿨버스는 하나의 공동체를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여러 다양한 가족이 모여 서로를 위해 베푸는 곳이다. 우리 사회도 그런 작은 스쿨버스가 모여 좀 더 따뜻하고 믿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곳이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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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산북스에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