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위한 노래
메리 올리버 지음, 민승남 옮김 / 미디어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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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믿음이 깊어졌다가,

믿음을 잃었다가,

다시 어려움에 처하면 그것을 되찾기도 하지.

...(생략)

우리는, 그야말로 갈팡질팡.

흔들림이 없다는 건 아무래도

우리보다는 개에 대한 말인 것 같다.

그건 우리가 그토록 개를 사랑하는 이유이기도 하지.


메리 올리버 <우리는 어떻고, 그들은 어떤가> 중에서



잠시 외출하고 돌아와도 며칠은 못 봤단 듯이 꼬리치며 반겨준다.

단 한 번도 피곤한다고, 아침에 했으니까 오후엔 건너뛰자며 반겨주지 않은 적이 없다.

매번 매 순간마다 최선을 다해서 반가움을 내비친다.

개는 우리에게 흔들림 없는 믿음을 갖고 있다.


메리 올리버는 흔들림 없는 믿음을 가진 털북숭이 친구들과의 함께한 삶을 아름다운 시로 담아냈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 작가 메리 올리버는 1984년 <미국의 원시 (American Primitive)>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퓰리처상은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보도, 음악, 문학상이다.)



시와 짧은 수필이 담긴 <개를 위한 노래>에는 여러 마리의 개의 이름이 나온다. 루크, 벤저민, 퍼시, 리키, 베어 등 메리 올리버와 함께 시간을 보낸 친구들이다.


유기견인 세미를 입양하게 된 재밌는 이야기가 가슴을 따뜻하게 울렸다. 동물보호소 직원의 재치 있는 입양 권유와 동네 주민들이 합심해서 자유로운 세미를 보호해 주고 집으로 돌려보내는 이야기. 세미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이 아름다웠다.


표지와 같이 펜촉으로 그린 삽화가 중간중간 삽입돼 있어 메리 올리버가 사랑한 개들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차분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눈빛이 담겨있는 삽화에선 요즘과는 다른 예전 느낌과 미국에서 자라는 중대형견의 자유가 베어 있다.


나에게도 사랑스러운 반려견이 함께 있기 때문에 시를 읽으면서 개를 사랑하는 메리 올리버의 마음이 어떤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사람의 언어로는 통하지 않지만 우리는 매일 대화를 한다. 기쁨과 두려움을 나누고 서로를 응시하며 가장 신뢰하기도 한다. 대화하는 듯이 표현한 구절에서는 그 마음을 알 수 있어 눈시울이 붉어졌다.



얼마 전에 일이다. 나의 반려견과 산책을 나갔는데 개가 짖는다고 견주인 나에게 상스러운 욕을 한 아저씨를 보며 분을 삭인 적이 있다. 사람이 말을 하듯 개들은 짖기 마련인데 이해하지 못하고 조용해야 하는 물건 취급을 한 것이다. 들끓는 화가 사그라지고 나서는 그 아저씨를 포함한 반려견을 모르는 무지한 사람들이 안타깝게 생각됐다.


메리 올리버는 개는 '소유'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어느 순간 내가 잊고 있던 부분이다. 같이 살면서 나의 반려견을 계속해서 소유하려 했다. 내가 원하는 방식에 맞추어 이 아이를 바꾸려고 했다. 반려견이 사람과 함께 사는 훈련은 결국 사람이 변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작가는 개들에게 뛰어놀 수 있는 자유와 해변에서 물장구치며 뒹굴 수 있는 기쁨을 주었다. 반면에 난  반려견에게는 내 욕심으로 많은 행동의 제약을 주고 있는 것이 미안했다.



메리 올리버의 아름다운 개를 위한 마음을 담은 글귀를 이해하지 못하는 아니, 이해할 수 없는 나에게 욕을 한 아저씨와 같은 사람들이 많아질까 봐 두렵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기쁨을 모르고, 동물을 사랑할 줄 모르며,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함께 사는 삶을 위해 노력할 줄 모르는 사람들.

메리 올리버는 자유로운 개와 공존하는 삶을 사랑했다. 자유롭게 노는 개를 보호해주고, 짖는 개에게 말을 건내며, 마당에, 들판에, 바다에 목줄 없이 마음껏 뛰어 놀게 하는 견주가 많아지면 좋겠다.








미디어창비에서 책을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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