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드 오브 타임 - 브라이언 그린이 말하는 세상의 시작과 진화, 그리고 끝
브라이언 그린 지음, 박병철 옮김 / 와이즈베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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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브라이언 그린이 말하는 세상의 시작과 진화 그리고 끝


컬럼비아대학교의 물리학과 및 수학과 교수인 브라이언 그린의 신작 <엔드오브타임>

눈에 보이지 않는 분자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그 끝은 철학적 질문에 닿아있었다


과학 특히, 물리에 매우 취약한 난 학창 시절 물리 공부를 하면서 울었던 경험이 있다 (살면서 공부하다가 딱 두 번 울었는데 하나는 물리였고 다른 하나는 회계원리였다) 다른 과학 과목 (생물, 화학, 지구과학)에 비해 물리는 원리도 이해가 안 갔으며 심지어 문제를 풀 수 없는 지경이었기에 아직도 수학만 보고 이과를 가지 않음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엔드오브타임>은 어쩔 수 없이 시험을 위해 물리를 공부해야 했던 시절을 졸업하고 성인이 된 내가 오직 호기심과 자유로운 선택권을 가진 어른이 됐음을 자만하는 일종의 표현으로 읽게 됐다 <엔드오브타임>은 결국 과학은 지구과학, 생물, 화학, 물리가 다 유기체처럼 연결되어 있음을 상기시켜줬다 그리고 내가 걱정했던 어려운 물리 법칙을 적용한 문제는 나오지 않았으며 또한 문제를 풀지(?) 않아도 됐다


제목처럼 <엔드오브타임>은 내가 태어나서 살고 있는 지구뿐만 아니라 태양계가 속해있는 이 광활한 우주의 끝을 향한 궁금증을 풀어가는 물리학자의 철학적 질문을 풀어가는 여정이다 물리학 안에서 미시적 관점에서 연구를 거듭하다 보면 그 끝은 거시적 관점의 우주와 맞닿아 있다 원자에서 세포로, 뇌에서 사람으로, 지구에서 다른 은하계로 확장해 나가다 보면 시작과 끝을 궁금해하기 마련이다 우리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는 본능에서 나오는 질문인가 보다



창조부터 구조체, 생명, 마음, 상상 그리고 의미까지 11장을 모두 찬찬히 읽다 보면 책을 읽기 시작했을 때 기대한 명확한 답은 없다 우주가 그리고 내가 사는 지구가 이곳에 생명체가 어떻게 시작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여러 가지 가설과 현재까지 발견된 과학적 증거물들로 유추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풀어나가는 이야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이유는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고 관심 가지 않았던 사과가 왜 땅으로 떨어지는가 하는 문제를 풀어나가면서 나란 존재의 이유를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지성을 대표하는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도 우주의 미래가 암울하다면서 신의 존재를 부정했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우리를 비추는 빛과 우리가 떠올리는 생각은 단명하지만, 과학은 이것이 정말로 희귀하고, 경이롭고, 가치 있는 사건임을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P. 396

라는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인간이 밝힐 수 있는 부분을 과학이라 부르지만 그것은 우주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다 하지만 이것을 알아가는 과정에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단지 세포의 집합체로 생명을 얻은 것으로 끝나지 않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연구하고 밝혀가는 과정이 경이로운 것이다 우리는 생명을 유지하는 생존에서 더 나아가 생존이 중요한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


결국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의미 부여라는 저자의 말은 삶의 목적과 연결된다 유한한 삶을 사는 우리게 필요한 건 의미를 찾는 여정을 즐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내면으로 들어가야 한다 끊임없이 영혼을 자극할 이야기를 찾는 것이다 우리가 어디서 왔고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도 결국 우리의 의미를 찾은 여행이다



물리학 용어도 많이 나오고 과학에 근거한 이야기를 풀어가는 책이지만 단순히 과학 이론을 열거한 이론 집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연관 지어 말해주는 인문학 저서라고 말하고 싶다 중간에 저자의 잔개그도 나와 코드가 맞아 재밌었다

(끊임없이 팽창하는 당신의 허리둘레는 다이어트 실패 때문이다 같은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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