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지음,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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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 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로 우리에게 깨달음을 준 '마이클 샌델'이 <공정하다는 착각>으로 다시 한번 인식의 경종을 울린다


<공정하다는 착각>을 읽으면서 내 삶을 가득 채웠던 사회가 가르쳐준 개념들이 떠오르며 일종의 회의감마저 느꼈다 과연 사회와 정부가 추구하는 것이 나에게 옳은 것인가? 비판적으로 생각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책은 대학입시가 과연 모두에게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냐는 물음을 던지면서 시작한다

물론 나도 학창 시절 대학입시를 준비하면서 수많은 불평등에 불만을 가진 사람 중 하나이다 주변에 변변한 수능 준비 학원도 없고 입시 전문 과외 선생님은 더더욱 어려웠다 일찍이 고등학교를 강남으로 가거나 미국 혹은 중국으로 유학 간 친구들이 부럽다고 부모님께 말하기엔 내가 너무 터무니없는 요구를 하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결국 강남학원 정도는 다니고 고액과외 정도는 해야 서울에 이름 들으면 아는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물론 나는 운이 좋아 별다른 전략과 고액과외 없이도 괜찮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으나 대학교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대부분이 부모님이 어릴 때부터 유난스럽게도 신경을 많이 써주긴 했더라


졸업하고 사회에 나오니 그리 티 나지 않은 차이가 커졌다 사립대학교 등록금을 빚으로 떠안고 취직을 했으나 대기업 연봉이 아닌 이상 타지에서 집세와 학자금 대출에 허덕이며 살아야 하고 심지어 그런 대학조차 못 나온 친구들은 정부가 정한 최저시급에 밑도는 연봉을 받아 가며 일해야 했다 대학교 학비를 책임져줄 수 없는 부모에게 반발심을 갖고 대학은 나와야 어디 이력서는 낼 수 있다고 압박하는 사회에 맞추면서 주말엔 과제와 아르바이트로 묶이며 평일엔 왕복 2시간씩 할애하며 피곤한 몸을 방학에도 아르바이트 걱정에 한껏 긴장감에 묶어놓는 삶은 사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눈시울 적신 적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2016년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폭로되면서 최순실의 딸 정유라는 승마 국가대표 자격으로 이화여대 특례입학이 밝혀졌다 승마라는 스포츠가 일반인들은 하기 힘들뿐더러 특히 한국에서는 비싼 비용으로 더더욱 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서민들의 배신감은 말할 수 없이 컸다


정유라는 SNS에 '능력 없으면 너네부몰원망해'라고 올려 큰 파문이 일기도 했다 한 번 더 서민들을 씁쓸하게 만드는 대목이었다



규칙을 지키며 열심히 일하는 자는 누구나 자기 재능이 허용하는 한도까지 성공할 수 있으리라고 주문을 외워댔다 (중략) 사회적 상승의 담론은 그런 이들에게 있어 약속이라기보다는 조롱이었다

P.124 chapter 3 사회적 상승을 어떻게 말로 포장하는가


우리도 어릴 때부터 부모와 학교, 미디어와 사회에서 열심히 하는 만큼 인정받고 성공할 수 있다고 주입당했다 결과가 안 좋은 면 나의 노력을 탓했다 계층 간의 이동도 내가 노력해서 좋은 실력을 쌓으면 가능하리라고 생각했었다


2015년 기준 13개 국가 30대 부자 중 자수성가 비율을 살펴보면 중국이 1위로 97%고 한국은 꼴찌로 23%에 불과하다 계층 이동을 할 부를 쌓기에 가장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이다


출처 : https://newstapa.org/article/EMK-R


미국에선 소득분 수준을 5개로 나누고 그 가운데 가장 하층에서 태어난 사람의 겨우 4~7%만이 최상위층에 도달한다 북유럽 국가의 반 정도 되는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성공을 위한 길에 대학이 지름길이라는 이름으로 서 있지만 그곳을 들어가는 것조차 어렵고 대학을 가지 않은 노동 계급의 일에 대한 존중도 사라지게 만든다 우리 신체에 불필요한 부분이 없는 것처럼 모든 종류의 일이 제자리에서 역할을 충실히 다 할 때 사회가 알맞게 돌아간다 밤중에 보이지 않는다 하여 청소부의 역할지 하찮은 게 아니고 배관공이 오물을 뒤집어쓴다고 하여 불필요한 존재가 아니다 수백억의 자산을 움직이는 사업가의 집에도 청소부가 필요하고 전기 설비사가 필요한 것이다


 마이클 샌델이 능력주의의 혹독한 면을 정확히 꼬집어 주었기에 좀 더 철학적인 질문을 스스로 던질 수 있었다 과연 사회가 정해놓은 평가와 제도가 우리를 줄 세울 수 있는 것일까? 내가 가진 능력이 지금 이 사회가 요구하고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해서 내가 가치가 없는 사람일까? 혹은 그 반대일까


우리를 덜 악의적이고 공정함으로 이끄는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는 저자의 결론에도 내 생각이 맞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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