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헝거 게임 시리즈
수잔 콜린스 지음, 이원열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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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헝거게임은 어떻게 시작됐을까

스노우 대통령의 어린시절을 통해서 본 판엠의 전쟁 직후의 모습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살아남기 위한 인간의 본성을 낱낱이 파헤쳐 보여준다


가장 놀랐던 부분은 말미의 반전과 삶을 영위하고픈 본능적인 몸부림을 여과 없이 보여주는 묘사였다




+++스포주의+++





헝거게임을 머뭇거림 없이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는 이유는 극한 상황에 놓여 인간을 죽이는 정당성을 부여했다는 점이다 캣니스의 활약과 화려한 영상미(영화로만 봤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전개 등 충분히 매력적인 부분이 많다


2012년에 영화로 나왔고 약 8년이 지난 지금 헝거게임이 어떻게 시작되고 주요 규칙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이야기하는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를 본 나는 8년 전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았다


세상이 바뀐 건지 세상을 경험한 내가 바뀐 건지 모르겠다 단순히 서로를 죽이는 일종의 게임이라 치부해버린 설정에서 궁지에 몰린 사람의 분노와 슬픔, 계략과 속임수를 보았다 어려운 환경이지만 자존심과 명예를 지키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하는 코리올라누스 스노우라는 캐릭터에 지독히도 감정을 이입하게 만든 수잔 콜린스의 필력은 실히 대단했다 스토리에 필연성을 부여하고 주인공과 같이 고민하게 만든다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지만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서 미치게 만든다



골 박사가 코리올라누스에게 요구한 숙제인 3가지 C - 혼돈(Chaos) 통제(Control) 계약(Contract)은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 전반에 걸쳐 이야기하고 있다 전쟁으로 인해 무질서한 세계에 통제가 필요했다 수도 캐피톨은 통제의 방법으로 헝거게임을 도입했다 권력층이 도모한 일종의 계약이다 지역마다 희생자를 내보내면서 시민들에게 공포통치를 하는 것이다



전쟁 후 폐허가 된 판엠은 마치 코로나19가 휩쓸고 있는 현 상황과도 비슷하다 이전처럼 자유롭지 못하고 물자는 부족하다 일부 기득권층만 부를 누리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더 깊은 가난의 늪으로 빠진다 자유를 억압당해도 대의와 나라를 위해서라는 명분에 숨을 죽이고 순응해야 한다 건강과 안전을 담보로 국가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무척이다 척박하다


코리올라누스는 골 박사의 철저히 계획된 일종의 테스트를 거치면서 자신의 내면과 인간 본성을 마주한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보빈을 각목으로 내리치고, 세자누스와 루시를 보호하기 위에 메이페이를 총으로 쏘고, 자신과 세자누스를 위해 녹음한 모킹제이를 시타델에 보낸다 최악의 상황을 면하기 위해 그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면 칠수록 더욱더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사랑하는 루시 그레이와 떠나는 그 순간까지 코리올라누스는 경제적 안정이 주는 달콤한 유혹을 떨치지 못한다


나였다면, 내가 코리올라누스의 상황이라면 어땠을까 나이 드신 할머니와 사촌 티그리스를 위해서 사랑에 빠졌지만 목숨을 담보로 게임을 해야 하는 루시 그레이를 위해서 막강한 경제력을 지닌 부모를 둔 세자누스를 위해서 그렇게 할 수 있었을까


가장 마음이 아팠던 부분은 북쪽 호숫가에서 루시 그레이와 잔인한 결별을 하는 장면이다 현실적이고 경제적으로 안정된 장교가 되는 것과 루시와 광야 같은 척박한 자연에서 끼니와 잠잘 곳을 걱정하며 살아야 할 것을 고민하며 루시를 위협하는 것 겁에 질린 청년은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죽음의 길로 몰고 가는 것이 정당방위였을까 무기 자루는 왜 하필 그곳에 있었고 루시는 마지막으로 그곳을 들르자고 했을까



정교하게 짜인 이야기엔 잔혹함이 베어 있었다 예전 같으면 더 이상 볼 수 없고 보고 싶지도 않아 덮었을 책장을 마지막 장까지 읽은 이유는 지금 내가 사는 이곳과 판엠이 너무 닮아서 그리고 누구나가 코리올라누스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전의 내가 세자누스처럼 발버둥 치다 짧은 삶을 마감했을 거라면 지금의 나는 콜리올라누스처럼 변화를 가져올 권력을 갈망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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