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
존 그린 지음, 최필원 옮김 / 북폴리오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KakaoTalk_20200313_223126181.jpg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차인 다음 날 아침, 그는 목욕을 했다.

콜린은 깊은숨을 들이쉬고는 머리가 물에 잠길 때까지 스르르 미끄러져 내려갔다.

난 울고 있어.

그 후 열네 시간 동안 콜린은 먹지도, 마시지도, 속을 비워 내지도 않고 나흘 전 받은 졸업앨범을 반복해서 읽었다.

그는 열네 시간 중 상당 부분을 열아홉 번째 캐서린의 메시지를 반복해 읽는 데 썼다.


콜린은 어떤 캐서린을 19번 만났고 19번이나 차였을까?

 

소설책을 진득하니 오랫동안 못 보는 나도 꽤 오래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가볍게 귀여운 십 대 이야기지만 다 읽고 나면 누구나 십 대 때 고민해 볼 만한 문제를 잘 담아냈구나 하며 다시 생각해봤다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의 작가 존 그린은 사랑스러운 영화로 인기가 많은 <안녕, 헤이즐>의 원작인 <잘못은 우리별에 있어>의 저자이다

 

movie_imageO77G41RH.jpg

1.JPG

 

<열아홉 번 재 캐서린에게 또 차이고 말았어>는 전형적인 십대의 사랑 이야기라기보다는 어딘가 좀 독특한 구석이 있는 주인공을 통해 작가의 오타쿠적인 전문성을 보여주면서 그걸 통해 우리가 고민하는 부분들을 풀어낸다


애너그램이라는 철자 변형 놀이를 머릿속으로 쉬지 않고 하는 콜린은 전형적인 아싸(아웃사이드) 화법을 구사한다 (역시 작가의 블로그명이 너드 파이트였다)

어릴 때 천재 혹은 영재라는 소리를 듣고 교육자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을 듬뿍 받아 영재교육을 받으면서 자랐다 고등학교도 일 년 일찍 졸업할 정도의 수재지만 항상 천재가 되지 못한 열등감에 괴로워한다

이성을 볼 때도 평범하지 않다 바로 '캐서린'이란 이름에서 매력을 느낀다 C로 시작하는 캐서린과 K로 시작하는 캐서린 모두가 운명적인 이성으로 느껴지다니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차인 후 콜린은 유일한 절친인 하산의 제안에 따라 함께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여름방학 자동차 여행을 떠난다

캐서린에게 차인 슬픔을 정리하기 위해서이다

 

KakaoTalk_20200313_223126181_01.jpg

 

유일한 친구인 하산도 그리 평범하지는 않다 아랍 이민 2세에 콜린과 함께 영재교육 수업을 같이 들었지만 대학에 합격하고도 갈 생각이 없어 1년째 휴학을 했다

부모님께 손만 안 벌리고 하루 종일 티브이나 보며 사는 게 꿈인 친구다


둘이 자동차 여행을 떠나고 테네시 주의 건드 샷이라는 곳으로 가 린지를 만난다 린지는 엄마 홀리스의 성화에도 계속해서 동네에 머물며 대학 진학을 안 하려고 한다


콜린과 하산은 린지 엄마 홀리스의 제안에 아르바이트를 하며 린지의 집에 머물게 된다


천재가 되지 못한 영재라는 타이틀이에 힘들어하는 콜린을 보고 있자니 주변의 기대에 짓눌려 살았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법을 가르쳐 주지 않아서 당연한 듯 다른 사람의 기대에 기대어 살았지만 막상 커서 어른이 되었더니 한순간 스스로 살아야 한다고 정답이 없다며 차가운 조언을 주는 사람들만 가득했다 콜린은 계속해서 그걸 고민했을 텐데 기대가 큰 부모님에겐 이야기 할 수 없어 수 많은 캐서린에게 사랑을 갈구했나보다

 

KakaoTalk_20200313_223126181_02.jpg

하산은 새로운 캐서린이 나타나고 사라질때마다 친구 콜린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짐에 화가나고 서운했을 것이다 유일하게 자신과 개그코드가 맞고 자신의 모국어를 아는 친구인데 말이다 콜린을 알게되고나서 사귄 캐서린의 이야기를 진득하니 들어주고 열아홉 번째 캐서린에게 차였을 때는 같이 여행도 가주니 말하는 것과는 다르게 콜린을 엄청 생각해준다 대학에대한 부담도 나중에는 콜린에게 털어놓고 우리도 10대때 겪을 수 있는 일들이었지

 

반면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해지지 않기를 원하는 린지 엄마 홀리스의 기대와 권유에도 자신의 길을 가려고 노력한다 좋은 머리를 갖고 외국어를 구사하고 콜린의 흥미로운 그래프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이지만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건샷을 사랑해 떠나고 싶지 않아한다 자신을 사랑한만큼 다른 자신이 속한 곳을 사랑하는 린지를 보면서 나도 그럴 수 있을까 내가 저나이로 돌아간다면 린지처럼 당당하게 내가 원하는걸 말하며 살 수 있을까 생각해 봤다

 

제일 가슴찡한 부분은 린지의 엄마 홀리스가 공장직원들을 위해 제조한 물품을 땅에 뭍는 사실을 알았을 때다 물론 해피앤딩으로 콜린과 린지가 이어지지만 코로나사바이러스로 마스크대란이 일어난 지금 자신의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인데 홀리스는 직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적자를 감수하고 함께 극복할 방법을 찾아가려는 모습이 현재 내가 있는 곳과 무척이나 대조되어 잠시 생각하게 만들었다

 

작가가 어떻게 콜린이 말하는 언어와 전문적인 정보 그리고 수학공식을 알았나 했더니 수학자 친구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부록에 나온다 소설한편을 쓰기 위해 여러모로 공을들였기에 이렇게 재밌었나보다

나중에 이책도 영화로 나오면 좋겠다 :)

 

 

 

 

#존그린 #잘못은우리별에있어 #안녕헤이즐 #열아홉번째캐서린 #소설 #장편소설 #십대소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