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릉빈가 청소년 권장 도서 시리즈 5
김희숙 지음, 유시연 그림 / 틴틴북스(가문비)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가릉빈가는 통일신라시대 최상의 소리를 내는 종을 만들고자 하는 가릉의 이야기를 다뤘다. 가릉빈가는 경전에 나오는 상상속의 새다. 새 모양의 몸에 머리와 팔은 사람의 형상이고 용의 꼬리가 달려 있다. 머리는 새의 깃털이 달린 화관을 쓰고 있고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이다. 자태가 아름답고 소리 또한 묘하여 묘음조, 호음, 미음조라고 부르며 극락에 깃들인다고 하여 극락조라 부르기도 한다.

작가는 에밀레종의 전설과 가릉빈가를 모티브로 하여 가릉이라는 인물을 창조했다. 작가는 후기에서 사람에게는 누구나 자기만의 길이 있다.’라는 것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주인공 가릉은 최상의 소리를 내는 종을 만들고자 한다. 그런 소망이 깊은 탓인지 꿈에 가릉빈가를 보개 된다. 결국 가릉은 실행에 옮기기 위해 아내에게 당나라에 가서 종 기술을 배워오겠다고 한다.

 

달포 전에 꿈속으로 찾아들었던,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종을 만들어야겠소.” (p.19)

그런다고 누가 알아주기나 한답니까? 당신이나 나나 또 배 속의 아기도 모두 뼛속까지 천민인 것을.” (p.19)

 

아내의 만류에도 가릉은 아기 이름을 빈가라고 지어주고 당나라로 떠난다. 성덕대왕 신종은 에밀레종이라고도 하며 아이를 시주로 받아서 만들어서 에밀레 에밀레운다는 전설이 있다. 빼어난 소리를 내기 위해 시주한 아기를 가릉의 아내 뱃속에 있었던 빈가로 설정을 했다.

가릉은 당나라로 떠나고 빈가는 시주로 바쳐지고, 아내는 아이에 대한 그리움으로 비 오는 날 저수지 둑에 굴러 목숨을 잃는다.

가릉이 돌아왔을 때 들은 가정 비극은 예술혼을 흔들어 놓는다. 가릉은 현실이 너무 고통스럽다. 하지만 위대한 예술은 고통의 몸부림에서도 놓지 못하는 열정으로 탄생하는 터! 가릉은 꿈에 보았던 비천상을 떠올린다.

 

심혈을 기울여 만든 종의 형틀에는 상대와 하대는 반원의 연꽃이 곱게 그려져 있고, 종복에는 관음보살이 아이를 안고 살포시 웃음 지으며 서 있었다.(p.113)

 

사람들은 가릉의 아내와 빈가라고 여기며 숙연한 표정으로 기원을 한다.

 

관세음보살이시여! 기릉과 아내 그들의 딸을 받아주셔서 극락왕생하게 하소서!” (p.114)

 

고통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가야 했던 가릉의 예술혼이 천상의 소리로 울려 퍼진다.

 

역사동화 가릉빈가는  자신의 길을 가야 했던 예술가의 혼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아울러 과거를 통해 현재를 보고 미래를 그려보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늘이 낳은 아이들 단비어린이 역사동화
조연화 지음, 황여진 그림 / 단비어린이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늘이 낳은 아이들은 신분사회인 조선시대에 천민 백정들이 겪어야 하는 실상을 보여준다. 요즘 출생부터 빈자임을 통탄하는 흑수저라는 말이 있다. 금수저는 물론이고 은수저에도 못 미치는 흑수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계층 벽일 수 있다. 현실이 그러 할진데, 신분사회인 조선시대 천민의 삶은 어떠했을까?

작가는 광양 숯불고기 집 벽에 흥미로운 설화가 적혀 있는 걸 보고 이야기를 잉태할 수 있었다고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 전라남도 광양시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상상력과 역사 고증을 거쳐 빚은 작품이다.

정당한 일이 아니면 하지 않았던 우의정 강 대감(강상효)은 모함을 받아 마로현(광양)으로 귀양을 온다. 강 대감은 오로지 백성을 위하고, 부패한 관리를 법대로 처리한다. 그 때문에 좌의정을 중심으로 부패한 조정 대신들의 음모를 받은 것이다.

강 대감은 유배지에 온 날, 백정의 목숨을 파리 목숨보다 더 경시하는 걸 보고 놀란다. 글을 모른다는 이유로 일개 이방에게 전 재산을 잃고, 그것도 모자라 마을 현감 한마디에 어머니를 잃은 불휘! 강 대감은 사람 취급받지 못하는 백정마을 아이들을 위해 느티나무 아래에 멍석사당을 열고 글을 가르친다.

 

고기 판 금액, 외상값을 적어 돈을 많이 벌겠다고? 그걸로는 안 되느니라. 글을 깨우쳐 홍길동 이야기를 읽고 또 읽어 새로운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이 서야만 내게 글을 배울 자격이 있느니라. 너희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너희가 다르게 살 수 있느니라.”(p.68)

 

백정마을 아이들에게 글을 안다는 것은 지금과 다르게 살 수 있는 희망이고 힘이었다.

 

기억하거라. 양반이든 천민이든,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은 귀히 쓰일 데가 있어서 하늘이 낳은 것이다.”(p.73)

강 대감이 하는 말이지만 작가가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마을 현감은 백정에게 글을 가르치는 강 대감을 역모죄로 감옥에 가두고, 강 대감을 모함했던 좌의정에게 올릴 장계를 작성한다. 다행히 강 대감의 진실이 밝혀져 다시 한양으로 가게 된다. 강 대감은 백정의 아이들 중에 불휘를 양자로 데려간다. 양반 사회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찼던 불휘는 강 대감의 지지를 받으며 글공부를 열심히 해서 장원급제를 한다. 불휘는 형조좌랑으로 지원해서 백성들 간의 분쟁이나 노비 문제, 여러 재판에서 약자가 억울함을 당하지 않는 데 힘쓴다. 불휘는 강 대감이 해준 말을 새겼음이 분명하다.

 

불휘야, 살아보니 한때 옳은 일을 많이 하고 마는 것보다, 적더라도 평생 옳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널리 이로운 것이더구나.” (p.162)

 

백정마을 아이들이 글을 배웠다고 해서 당장 약자들이 살 만한 세상으로 바꾸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올 그 날을 위해 한 걸음 내딛었다는 데 의미가 크게 다가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한락궁이야, 네 집을 지어라 모해 창작동화 1
안수자 지음, 정인성.천복주 그림 / 모해출판사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락궁이야, 네 집을 지어라는 신화를 바탕으로 서사를 빚고 있다. 다양한 화소를 지니고 있는 우리 신화인데도 그리스 로마신화처럼 아이들이 볼 수 있는 책들이 많지 않음을 인식한 작가는 제주신화 '한락궁이와 서천꽃밭'을 가져와서 스토리텔링을 했다.

 

천년장자가 아버지인 줄 알고 자란 한락궁이가 천부가 서천꽃밭의 꽃감관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어떤 마음이었을까? 천년장자의 무서운 개들에게 쫓겨 흰 사슴을 타고 도망간 그 길에는 무엇이 있었을까? 한락궁이가 아버지를 찾아가는 길이 정말로 그렇게 쉬웠을까? (지은이의 말 중에서)

 

꼬리를 잇는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행간을 읽는 작가의 탁월한 상상력이 작용했음을 볼 수 있다.

 

아리아는 할머니와 둘이 산다. 며칠 전 할머니가 갑자기 쓰러져 중환자실에 입원한다. 친할머니가 아니지만, 세상에 의지할 사람은 할머니밖에 없다. 아리아는 할머니가 죽을까봐 두려워서 병원에 가지 못한다. 불안하고 무서운 아리아는 할머니의 비밀 서랍에서 한락궁이야, 네 집을 지어라라는 책을 발견한다. 할머니 책 속에서 한락궁이가 걸어 나온다. 할머니가 직접 그려놓은 책을 매개로 환상 세계로 들어간다.

 

둘은 할머니의 상상 속 숲인 천태산에서 숨트일꽃을 찾는다. 아리아는 할머니를, 한락궁이는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서다. 둘은 눈 속에 묻혀 얼어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약초꾼 수피아를 만나 살아난다. 친구가 된 세 사람은 숨트일꽃을 찾기 위해서 천태산으로 가지만 찾지 못한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서는 생명을 걸어야 하는 상태에 이른다. 주요등장인물이 완수해야할 과제의 가치가 크면 클수록 쉽게 이루어질 수 없음을 보여준다.

 

한락궁이는 아버지가 있는 서천꽃밭에 가기 위해 힘들게 서천강을 건넌다. 하지만 아버지는 없고, 꽃밭은 꽃 한 송이 찾아볼 수 없어서 절망한다. 한락궁이가 숨트일꽃을 잃어버려서 깊은 꽃들이 깊은 잠에 빠진 것이다. 한락궁이는 서천꽃밭을 살리기 위해서도 숨트일꽃을 찾아야 한다.

한락궁이는 숨트일꽃을 찾아서 어머니를 살리고 서천꽃밭도 살릴 수 있을까? 아리아도 중환자실에 있는 할머니를 살릴 수 있을까? 극적 질문을 던지며 전개되는 서사는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지 않게 한다.

 

하지만 찾으려는 숨트일꽃은 보이지 않고 멸망꽃이 나타난다. 한락궁이는 멸망꽃을 가지고 가서 천년장자를 죽이겠다고 한다. 한락궁이의 분노와 멸망꽃이 만나서 한락궁이를 파괴적으로 변하게 한 것이다. 급기야 말리는 아리아에게 폭력을 쓴다. 그러면 엄마와 서천꽃밭을 살릴 수 없을 거라는 수피아의 외침에 한락궁이는 폭력을 멈춘다. 정신을 차린 한락궁이는 멸망꽃을 불속에 던져버린다. 그제야 숨트일꽃이 나타난다.

 

나와 멸망꽃은 양면 거울의 앞뒷면과 같단다. 넌 앞면인 멸망꽃만 보고 있었던 거지. 거울 앞에 서면 절대로 뒷면은 볼 수 없잖아.” (p.98.)

 

한락궁이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버린 거야.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지. 엄청난 용기가 필요했을 텐데 정말 고마워. 네가 우리 모두를 살렸어.” (p.96.)

멸망꽃과 숨트일꽃은 어둠과 빛 같은 존재이다. 양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할 때, 잘못된 선택을 했다면 과감히 거울을 깨는 용기가 필요하다. 한락궁이가 멸망꽃을 불속에 던져 태우듯이.

 

아리아, 한락궁이, 수피아는 숨트일꽃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많은 일을 겪는다. 특히 선택이 잘못된 것을 깨닫고 바로잡는 부분은 행동하는 용기를 보여주고 있다.

 

한락궁이야, 네 집을 지어라는 신비로운 배경,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위기에 몰리는 주요 등장인물, 긴장감 있는 구성으로 서사전개가 흥미진진하다. 환생꽃, 숨트일꽃, 피오름꽃, 살오를꽃, 웃음꽃, 울음꽃, 멸망꽃도 서천꽃밭 이미지를 돕고 있다. 또 수피아를 돕는 놈, 얼굴만 사람인 사람물고기, 몸은 인간이고 머리는 메기인 메기사람 등도 신비로움을 주고 있다.

상상력을 바탕으로 개성 있는 서사를 보여주는 한락궁이야, 네 집을 지어라 독자를 책 읽는 즐거움에 기꺼이 초대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놀자의 소원 봄봄 문고 7
이붕 지음, 김기린 그림 / 봄봄출판사 / 2021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놀자의 소원악당을 물리쳐 통쾌함을 주는 마블 시리즈의 아이언 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도 히어로지만, 우리 조상들이 믿고 의지해 온 영웅을 어린이들과 만나게 하고 싶었다고 작가의 말(p.9)에서 밝히고 있다. 작의대로 작가는 산신령, 삼신할미, 도깨비를 생동감 있게 불러내어 선보인다.

 

주요 등장인물인 산신령, 삼신할미, 도깨비는 우리 민족에게 친근한 대상이다. 사람들은 영험한 산신령에게 소원을 빌었고, 아이를 점지해달라고 삼신할미를 찾았다. 소원을 들어주고, 아기 점지해주느라 바쁘던 그들이 심심하다. 사람들이 도통 찾지 않기 때문이다.

놀이도깨비인 자치기 도깨비 놀자도 마찬가지다. 같이 놀 인간 아이들이 없어서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위기에 처해 있다. 인간계와 더불어 존재하던 산신령과 삼신할미, 놀자는 인간 세상이 궁금하여 인간세상으로 향하는 역현상이 벌어진다. 발상부터 관심을 증폭시킨다. 앞으로 셋에게 어떤 일이 펼쳐질까?

삼산놀(산신령, 삼신할머니, 놀자를 줄여서 삼산놀이라고 명명함.) 셋은 입주 전 신축 아파트의 구경하는 집 102호에 머물게 된다. 놀자의 도깨비방망이는 능력을 요긴하게 발휘한다. 음식 나와라, 뚝딱! 하면 식사 준비가 되는 장면에서는 신비로운 방망이를 갖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환한다.

셋은 흩어져서 각자 인간세상을 둘러보기로 한다. 산신령은 퀵 배달하는 할아버지를, 삼신할미는 아기를 키우고 싶지만 낳을 수 없는 젊은 여성을, 놀자는 놀고 싶지만 놀 수 없는 아이, 인성이를 만난다. 놀자의 활약은 생동감이 있다. 바로 어린이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도깨비 감투를 뒤집어 쓰는 투감은 어린이다운 발상이다.

각자 만난 인간들이 102호에 다 모인다. 아파트 살이 체험을 위해 모인 자리이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산삼놀은 인간 세상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인간 세상을 경험한 산신령과 삼신할미가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하는 게 있다. 문명사회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인간이,

단추만 누르면 뭐든 되는 생활을 바라면서, 바닷가나 숲으로 쉬러 가는 게 소원이라고하며. 별별 음식을 만들어내면서, 옛날 먹던 보리밥과 된장을 먹으러 찾아다니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P.187)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연친화적 삶의 유전체를 품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기에 다들 고만고만하게 어려웠지만 서로 나누며 살았던 때가, 거친 음식을 먹고 살아도 바다와 산을 품고 살았던 때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지도 모른다.

 

작가가 창작한 사물 이름도 눈길을 끈다. 인간 세상을 볼 수 있는 투시막, 신령세계의 시간을 나타내는 쏜살이나 흐를물, 어디든 드나들 수 있는 스윽통과술, 자동차는 굴러가마, 신령세계의 화폐, 두루머니 등은 상상으로 구축한 인물들에게 존재 논리를 세워주어서 신령세계가 그려지게 한다.

 

놀이는 참으로 좋은 것이다. 놀기 전에는 놀 생각만으로 기쁘고, 놀 때는 노니까 즐겁고, 놀고 나서는 놀았던 추억으로 행복하니 말이다.(p.127)

 

산신령이 놀자에게 하는 말이다. 아이들의 놀이문화가 빈약한 이 시대에 마음껏 놀 수 있는 놀이 부활을 꿈꾸게 하는 말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기저가 된 서사에서 희망을 갖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바닷속 아수라 병원 웅진책마을 107
원유순 지음, 소복이 그림 / 웅진주니어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질문에서 비롯한 상상력의 확장

바닷속 아수라 병원』 

 

내가 내린 곳은 낡아빠진 난파선 앞이었어. 삐딱하게 기울어진 선체는 사방이 녹이 슬어 슬쩍 건드리기만 해도 바스러질 것 같았어. 깨진 창문에는 미역 줄기와 다시마 즐기가 커튼처럼 일렁였어. 그 모습이 을씨년스럽기 짝이 없었어. 조금 의아하긴 했지만 요즘 용궁은 이런가 싶었어. (p.49.)

 

바닷속 아수라 병원은 작가가 상상력을 확장하여 형상화한 작품이다. 경험하지 않은 것, 현재에 없는 대상을 직관하고 머릿속으로 그려보는 능력을 상상력이라고 한다. 상상력이 풍부한 작품을 읽으면 머릿속이 환해지고 읽는 재미가 가미된다.

 

몇 해 전, 노르웨이의 바닷가에 향유고래 한 마리가 파도에 떠밀려 왔다. 열 살 정도밖에 안 되는 고래의 뱃속에 무려 백 킬로그램에 달하는 쓰레기가 공처럼 뭉쳐 있었다. 그 기사를 본 작가는 육지에 동물병원이 있듯이, 바닷속에 물고기들을 위한 병원이 있다면?’ 하는 질문을 했고, 질문은 상상력으로 이어져 바닷속 아수라 병원을 탄생시켰다.

동물병원 수의사인 엄마가 사라진다. 아빠와 승리는 엄마를 찾기 위해 애쓰지만 찾을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승리는 엄마의 휴대폰으로 온 문자를 받고 바닷속으로 가게 되는데.

 

바닷속 아수라 병원은 별주부전의 상황과 겹쳐서 남생이의 등장, 용왕의 등장이 친숙하다. 그래서 승리가 남생이를 타고, 돌고래를 타고 물속으로 가는 모습이 자연스럽다.

하지만 바닷속 아수라 병원은 낡아빠진 난파선이다. 다시마 이파리들이 이어붙인 칸막이 안에는 산호 껍질과 조개껍데기로 만든 병상이 줄지어 있다. 초라한 병상에는 바다 생물들이 앓고 있다. 승리는 인간들이 만든 재앙을 직접 보게 된다.

 

한참 만에 상어의 배 속이 눈에 들어왔어. 상어의 배 속에는 그야말로 각종 잡동사니가 그득했어. 페트병을 비롯해 플라스틱 컵, 플라스틱 빨대, 찌그러진 알루미늄 캔, 비닐봉지 같은 생활 쓰레기들이 가득했어. 정말 끔찍했지. (p.66.)

 

남생이는 바닷속 사태에 대해 말한다.

 

백년 넘게 살다 보면 세상 이치쯤은 훤히 꿰뚫어 볼 수 있지. 그러나 여전히 알 수 없는 건 왜 우리가 인간들 때문에 이 고생을 하는 거야.”(p.92.)

죄 없는 바다 생물들이 인간들 때문에 고통받는 것을 남생이가 항변하고 있는 것이다.

남생이를 따라 바닷속 아수라 병원을 다녀온 승리는 생태의식이 성장한다. 그래서 바닷속을 지키겠다는 생각을 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하는 중요성도 깨닫는다. 엄마처럼 적극적으로.

하지만 승리 혼자 하는 데는 한계가 있기에, 모두 관심 갖고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열린 결말 안에 담고 있다.

바닷속 아수라 병원바닷속에 물고기들을 위한 병원이 있다면?’하는 질문에서 비롯한 상상력 확장의 실제를 음미할 수 있는 작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