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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자의 소원 ㅣ 봄봄 문고 7
이붕 지음, 김기린 그림 / 봄봄출판사 / 2021년 2월
평점 :
『놀자의 소원』은 악당을 물리쳐 통쾌함을 주는 마블 시리즈의 아이언 맨, 토르, 캡틴 아메리카도 히어로지만, 우리 조상들이 믿고 의지해 온 영웅을 어린이들과 만나게 하고 싶었다고 작가의 말(p.9)에서 밝히고 있다. 작의대로 작가는 산신령, 삼신할미, 도깨비를 생동감 있게 불러내어 선보인다.
주요 등장인물인 산신령, 삼신할미, 도깨비는 우리 민족에게 친근한 대상이다. 사람들은 영험한 산신령에게 소원을 빌었고, 아이를 점지해달라고 삼신할미를 찾았다. 소원을 들어주고, 아기 점지해주느라 바쁘던 그들이 심심하다. 사람들이 도통 찾지 않기 때문이다.
놀이도깨비인 자치기 도깨비 놀자도 마찬가지다. 같이 놀 인간 아이들이 없어서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위기에 처해 있다. 인간계와 더불어 존재하던 산신령과 삼신할미, 놀자는 인간 세상이 궁금하여 인간세상으로 향하는 역현상이 벌어진다. 발상부터 관심을 증폭시킨다. 앞으로 셋에게 어떤 일이 펼쳐질까?
삼산놀(산신령, 삼신할머니, 놀자를 줄여서 삼산놀이라고 명명함.) 셋은 입주 전 신축 아파트의 구경하는 집 102호에 머물게 된다. 놀자의 도깨비방망이는 능력을 요긴하게 발휘한다. 음식 나와라, 뚝딱! 하면 식사 준비가 되는 장면에서는 신비로운 방망이를 갖고 싶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소환한다.
셋은 흩어져서 각자 인간세상을 둘러보기로 한다. 산신령은 퀵 배달하는 할아버지를, 삼신할미는 아기를 키우고 싶지만 낳을 수 없는 젊은 여성을, 놀자는 놀고 싶지만 놀 수 없는 아이, 인성이를 만난다. 놀자의 활약은 생동감이 있다. 바로 어린이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도깨비 감투를 뒤집어 쓰는 투감은 어린이다운 발상이다.
각자 만난 인간들이 102호에 다 모인다. 아파트 살이 체험을 위해 모인 자리이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산삼놀은 인간 세상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인간 세상을 경험한 산신령과 삼신할미가 여전히 고개를 갸우뚱하는 게 있다. 문명사회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는 인간이,
‘단추만 누르면 뭐든 되는 생활을 바라면서, 바닷가나 숲으로 쉬러 가는 게 소원이라고’하며. 별별 음식을 만들어내면서, 옛날 먹던 보리밥과 된장을 먹으러 찾아다니는 것도 이해가 안 된다.(P.187)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연친화적 삶의 유전체를 품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기에 다들 고만고만하게 어려웠지만 서로 나누며 살았던 때가, 거친 음식을 먹고 살아도 바다와 산을 품고 살았던 때를 기억하고 그리워하는지도 모른다.
작가가 창작한 사물 이름도 눈길을 끈다. 인간 세상을 볼 수 있는 투시막, 신령세계의 시간을 나타내는 쏜살이나 흐를물, 어디든 드나들 수 있는 스윽통과술, 자동차는 굴러가마, 신령세계의 화폐, 두루머니 등은 상상으로 구축한 인물들에게 존재 논리를 세워주어서 신령세계가 그려지게 한다.
놀이는 참으로 좋은 것이다. 놀기 전에는 놀 생각만으로 기쁘고, 놀 때는 노니까 즐겁고, 놀고 나서는 놀았던 추억으로 행복하니 말이다.(p.127)
산신령이 놀자에게 하는 말이다. 아이들의 놀이문화가 빈약한 이 시대에 마음껏 놀 수 있는 놀이 부활을 꿈꾸게 하는 말이다. 작가의 상상력이 기저가 된 서사에서 희망을 갖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