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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낳은 아이들 ㅣ 단비어린이 역사동화
조연화 지음, 황여진 그림 / 단비어린이 / 2020년 11월
평점 :
『하늘이 낳은 아이들』은 신분사회인 조선시대에 천민 백정들이 겪어야 하는 실상을 보여준다. 요즘 출생부터 빈자임을 통탄하는 흑수저라는 말이 있다. 금수저는 물론이고 은수저에도 못 미치는 흑수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계층 벽일 수 있다. 현실이 그러 할진데, 신분사회인 조선시대 천민의 삶은 어떠했을까?
작가는 광양 숯불고기 집 벽에 흥미로운 설화가 적혀 있는 걸 보고 이야기를 잉태할 수 있었다고 작가의 말에서 밝히고 있다. 즉, 전라남도 광양시에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를 모티브로 하여 상상력과 역사 고증을 거쳐 빚은 작품이다.
정당한 일이 아니면 하지 않았던 우의정 강 대감(강상효)은 모함을 받아 마로현(광양)으로 귀양을 온다. 강 대감은 오로지 백성을 위하고, 부패한 관리를 법대로 처리한다. 그 때문에 좌의정을 중심으로 부패한 조정 대신들의 음모를 받은 것이다.
강 대감은 유배지에 온 날, 백정의 목숨을 파리 목숨보다 더 경시하는 걸 보고 놀란다. 글을 모른다는 이유로 일개 이방에게 전 재산을 잃고, 그것도 모자라 마을 현감 한마디에 어머니를 잃은 불휘! 강 대감은 사람 취급받지 못하는 백정마을 아이들을 위해 느티나무 아래에 멍석사당을 열고 글을 가르친다.
“고기 판 금액, 외상값을 적어 돈을 많이 벌겠다고? 그걸로는 안 되느니라. 글을 깨우쳐 홍길동 이야기를 읽고 또 읽어 새로운 사람이 되겠다는 결심이 서야만 내게 글을 배울 자격이 있느니라. 너희가 세상을 바꿀 수는 없지만 너희가 다르게 살 수 있느니라.”(p.68)
백정마을 아이들에게 글을 안다는 것은 지금과 다르게 살 수 있는 희망이고 힘이었다.
“기억하거라. 양반이든 천민이든, 이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은 귀히 쓰일 데가 있어서 하늘이 낳은 것이다.”(p.73)
강 대감이 하는 말이지만 작가가 작품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마을 현감은 백정에게 글을 가르치는 강 대감을 역모죄로 감옥에 가두고, 강 대감을 모함했던 좌의정에게 올릴 장계를 작성한다. 다행히 강 대감의 진실이 밝혀져 다시 한양으로 가게 된다. 강 대감은 백정의 아이들 중에 불휘를 양자로 데려간다. 양반 사회에 대한 분노로 가득 찼던 불휘는 강 대감의 지지를 받으며 글공부를 열심히 해서 장원급제를 한다. 불휘는 형조좌랑으로 지원해서 백성들 간의 분쟁이나 노비 문제, 여러 재판에서 약자가 억울함을 당하지 않는 데 힘쓴다. 불휘는 강 대감이 해준 말을 새겼음이 분명하다.
“불휘야, 살아보니 한때 옳은 일을 많이 하고 마는 것보다, 적더라도 평생 옳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이 널리 이로운 것이더구나.” (p.162)
백정마을 아이들이 글을 배웠다고 해서 당장 약자들이 살 만한 세상으로 바꾸진 못할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올 그 날을 위해 한 걸음 내딛었다는 데 의미가 크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