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한 표, 누구를 뽑을까? 키다리 그림책 63
마키타 준 지음, 오카야마 다카토시 그림, 고향옥 옮김 / 키다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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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에서, 그림책 읽기
김장성 지음 / 이야기꽃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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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암동에서 만나게 된

김장성 작가님, 그리고 이야기꽃 출판사 대표님의 <사이에서, 그림책 읽기>

표지에 빼꼼히 벌어진 '사이', 그리고 그 속에 아슬아슬하게 적혀있는 제목.

과연 어떤 '사이'를 말하는 걸까?

그리고 표지를 넘기니 선물해주신 분이 직접 받아주신

작가님의 친필 싸인 "세상 모든 '사이'에 平和"속의 '사이'라는 단어를 보며

'사이' 라는 말을 가만히 되뇌어 본다.

 

 

첫 번째 사이, '공감의 힘'

<위를 봐요>, 정진호/현암주니어

 

'시선'이라는 말은 분명 사람과 사람 사이에 오가는 것인데

시선을 일컫는 말들의 대부분이 차갑고 일방적인 뜻을 담고 있다는 작가의 말에

평소에는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낱말들을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다.

무시, 멸시, 천시, 경시, 감시, 좌시, 질시, 냉시, 홀시, 도외시, 백안시, 적대시, 등한시, 사갈시

정말 그렇다.

시선을 일컫는 말이 왜이리 차갑고 매서운 것일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시선'에서 비롯되는 '관계'가 만들어내는 '공간'이

따스함을 품지 못하고 있다는 것일까?

아니, 공감을 품지 못한 시선은 차갑고 매섭지만

그 속에 공감을 품은 따스한 '눈길'은 더이상 차갑지 않다.

오히려 황량한 세상에 온기를 돌게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나의 '시선' 과 너의 '시선' , 그 '사이' 의 따스함이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도 있는 커다란 힘을 가지게 되는 것 아닐까.

예전에 서울대학교 행복교육연구센터에서 연수 받을 때

메모해놓았던 문장이 떠올라서

얼른 찾아 적어놓아 보았다.

자극과 반응사이에 공간이 있다.

그리고 그 공간에서의 선택이

우리 삶의 질을 결정짓는다.

빅터 프랭클


두 번째 사이, '사람답게'

<아주 아주 큰 고구마>, 아까바 스에끼찌/양미화 옮김/창비

 

아마 이 챕터는

교사인 나에게 더욱 와닿을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현실'과 '상상'의 사이

'기대'와 '실망'의 사이

'교사'와 '학생'의 사이

비 예보에 좌절된 고구마 캐기,

실망한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기대와 상상,

그리고 표현을 자극하고,

현명한 질문과 해법으로

아이들을 고구마밭보다 더욱 신나고 재미난

상상의 세계 속으로 데리고 다녀온다.

그리고 나를 되돌아보게 한,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자신을 비춰보았으면 했던

묵직한 마지막 문장.

나는 사려 깊은 어른인가?

 

사려 깊은 어른이 아이들을 바꾼다.

어른들의 언행이 이처럼 무겁다.


세 번째 사이, '유년의 얼음판'

<고구마구마>, 사이다/킨더랜드

 

 

다양한 고구마들의 보랏빛과 노란색 '사이'

고구마들의 대화 속에서 우리네 인생살이를 본다.

내가 더 잘났니, 니가 더 잘났니

내 말이 맞니, 니 말이 맞니

허구헌날 티격태격하고 쌈질을 해대지만

금새 툭툭 털고 다시 함께 삶을 나누며 살아가는

반 아이들,

동네 사람들,

가족들의 정겨운 '사이'가 느껴진다.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

어떤 대통령이 어떤 국정기조를 삼아 나아갈지는 모르겠지만

'책 읽는 대한민국'

'책 읽어주는 대통령'

이 나와서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모습을 볼 수 있게 된다면

참 좋겠다는 희망을 작가님과 함께 품어 본다.

그나저나 사전투표 열기가 엄청나게 뜨거워서

한 시간 대기해서 겨우 투표하고 왔네그려.


네 번째 사이, '사이에서'

<검은 강아지>, 박정섭/웅진주니어

 

 

착하지? 여기서 기다려.

곧 데리러 올께......

<검은 강아지> 중

귀여운 강아지에 대한

해맑은 이야기인줄만 알았던

<검은 강아지>를 도서관에서 처음 읽었던 날의 충격이

아직도 가슴에 선선하다.

검은 강아지의 기대섞였던 기다림은

점차 불안의 어두운 색을 섞게 되고,

그저 애태우며 속절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는

절망의 상태에 빠지게 된다는 것.

하얀 털빛이 검정색으로 변하도록

찾아오지 않는 무정한 주인,

그 곁을 지켜주는 건 그와 똑 닮은 흰 강아지.

하늘에서 무심하게 내려오는 하얀 눈을 함께 맞으며

흰 강아지가 나즈막히 이야기했을 것 같은 문장에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이 핑 돌았었다.

그런데 있잖아,

사실은 내 옆에... 네가 같이 있어 줘서

참, 고마워

<검은 강아지> 중

저승와 이승 '사이'

그 곳에 처절한 기다림과

좌절된 기대, 그리고 불안과 절망이 도사리고 있었다.

그렇다고 기다림을 멈출 수도 없고,

마냥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 아닐런지.

순정만화 속에나 나올법한

애틋한 기다림만 기대하기엔

세상이 참으로 매정하고 빨리도 변화하는 것 같다.

개똥밭에 굴러도 저승보다 이승이 낫다지만

검은 강아지는 저승에서 반짝이는 별이 되었길 바란다.


그림책을 주제로, 혹은 소재로 한 에세이집은 많지만

읽으면서 무언가 2% 부족함을 느낀 적이 많았기 때문에

이 책도 뭐 그리 다를까 하는

나의 교만했던 첫 마음을

책장을 넘기면서 부끄럽게 만들어준 이 책.

그림책을 좋아하는 사람,

그림책 작가를 꿈꾸는 사람,

혹은 그저 그림책을 가끔이라도 읽어본,

아니 어릴 때 이후로 그림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

모든 사람들에게도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세상의 많은 '사이'들이

그림책을 매개로

조금은 그 벌어짐의 각도가

작아지기를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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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릴리 머레이 지음, 세라 메이콕 그림, 김지연 옮김 / 반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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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에서부터 느껴지는 따스함,

황제펭귄(인 것 같아요) 가족의 단란한 모습과

저자, 그린이 이름 없이

'사랑은' 이라는 제목만 쓰여진 표지가

첫눈에 보자마자

이 그림책과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책 표지를 넘겨보니

면지에는 다양한 동물들의 모습이

역동적으로 표현되어 있었는데요,

색 없이 선과 농담만으로

마치 색이 입혀진 듯한 생생함을 느끼게 합니다.

면지에 그려진 사랑스러운 동물들의 모습에

한참을 책장을 넘기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으로

펼쳐 든 그림책!

선 하나,

붓질 하나,

물감이 떨어진 자국 하나까지도

제 두 눈을 너무나 황홀하게 만들어 주어

페이지 넘기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한 발 한 발 찬찬히 떼며

그림책장 속을 거닐어 보았습니다.

 

사랑은 요란해요.

하지만 때로는

조용한 노래이기도 해요

본문 중

사랑할 때 우리는 요란해집니다.

나를 더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분주해지고,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하며 발을 동동대고,

나의 사랑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머릿 속은 요란하게 뒤죽박죽합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둘만의 시간에는

둘만의 언어로

조용히 노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또 충만해집니다.

사랑은 강렬해요.

그러나 사랑은 또한

온화하고 부드러운 순간들로

가득 차 있어요.

본문 중

사랑은 강렬합니다.

너무도 강렬해서 어떨 때는

내 자신이 다 타버릴 것 같기도 하고

부서져 버릴 것 같기도 하고

죽을 것 같은 순간들도 찾아옵니다.

그래도 사랑하는 순간들 속에는

온화하고 부드러운

눈길과

손길과

따스한 포옹이

보물처럼 숨어 있습니다.

사랑은 함께하는 것이예요.

하지만 때로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요.

생각하고, 여행하고,

자유를 느끼는 순간을 주는 것.

그것 또한, 사랑이랍니다.

본문 중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구절입니다.

사랑하면 우리는 항상 함께 있고 싶어져요.

사랑하는 사람이 눈앞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하고,

걱정되고,

초조해요.

하지만 사랑에도 여백이 필요해요.

사랑에 깊게 빠져 있는 순간에도

우리는 나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혼자만의 여행을 떠나고,

자유를 느끼는

나를 찾을 수 있어야 해요.

그렇게 온전히 내가 나로 존재할 수 있을 때만이

함께 해도 행복할 수 있어요.

강렬한 붓 터치와

화려한 색감으로

사랑에 대한 철학적 사유들을

아름답게 풀어놓은 그림책

<사랑은>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랑을 하고 싶은

사랑이 무엇인지 알겠다거나

잘 모르겠다는

모든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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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 나라에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마리트 퇴른크비스트 그림, 김라합 옮김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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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작가로서 전 세계적으로 너무나 유명한 어린이책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그녀의 동화로 그림책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그림작가 마리트 퇴른크비스틀의 작품입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작가는 삐삐 시리즈로 너무나 유명한데,

삐삐 뿐만 아니라 작가의 다른 작품들 속에서도 한결같이 느껴지는 것은

바로 어린이의 마음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 처럼,

어린이들이 원하는 것,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꿰뚫어 보고

그것을 아름다운 이야기로 풀어내는 탁월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이라는 수식어는

그게 어떤 책이든 일단 집어들고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마력이 있습니다.

마치 마법 주문에 걸린 것처럼요.

그렇게 이 아름다운 그림책 속으로 빠져 들어가 보았습니다.

 

이 그림책의 제목 속 '어스름' 이란 언제를 말하는 걸까. 생각해 봅니다.

하루 중 조금 어둑한 상태를 지닌 때는 아마 낮에서 밤으로 변화하는 시간,

짧지만 가장 아름다운, 그렇지만 항상 아쉬움을 남기는 시간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영원할 수 없고, 아쉬움이 진하게 남지만

그래도 그 찰나의 아름다움에서 무한한 행복과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시간.

고된 인생 속에서 나를 다시 살게 해주는 하나의 희망,

그 시간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나머지 절망의 시간들을 이겨낼 수 있는,

그런 시간들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림책 속 주인공 예란은

다시는 걸을 수 없다는 부모님의 말을

차라리 듣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 앞으로 아무데도 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중,

백합 줄기 아저씨를 만나 함께 '어스름 나라'로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요,

어스름 나라에서는

예란이 걱정하는 그 어떤 일들도,

이상하고 신기하게 보이는 그 어떤 일들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무한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어스름 나라'는

예란의 몸을 지배하고 있는 무기력과 절망에서 벗어나서

삶에 대한 희망을 다시금 가져볼 수 있게 해주는 곳입니다.

 

그리고 예란이 침대에 누워서는 절대 볼 수 없었던

어스름 녘에 아름답게 빛나는 도시의 모습을

백합 아저씨와 함께 자유롭게 날며 보는 장면은

눈이 부시게 아름다우면서도

가슴 한 켠이 저릿한 듯한 감정을 전해 주었습니다.

짧디 짧은 어스름 나라에서의 시간은

금방 끝이 나고 다시 나를 옭아매는 현실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예란은 더 이상 속상함과 절망 속에만 파묻혀 있지 않을 겁니다.

아름답고 자유로운

'어스름'의 시간은

내일도 또 예란을 찾아올 테니까요.

 

예란에게 백합 아저씨가 들려준 것처럼

나에게 스스로가 들려주고 싶은 마법의 주문.

괜찮아.

어스름 나라에서는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아.

본문 중

현실 속 절망 앞에 서성일 때면

어스름이 깔리는 하늘을 쳐다보며

백합 아저씨와의 여행을 떠나는 상상을 하게 될 것만 같다.

"괜찮아.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아." 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처럼 되뇌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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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춘당 사탕의 맛
고정순 지음 / 길벗어린이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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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읽어보고 싶었던 그림책이었지만

그래서 서평단 선정되었을 때 넘넘 감사하고 행복했지만

막상 책을 펼치게 되기까지 왜이리 시간이 오래 걸렸을까.

 

아마도

표지 속 마주잡은 두 손,

그리고 할아버지의 '가자'는 한 마디 글만 보고도

눈물이 왈칵 쏟아져서

바라만 볼 뿐 쉽사리 책을 펼쳐 읽을 용기가 나지 않았다.

책을 읽으며 얼마나 펑펑 울어버릴지

스스로가 넘 잘 알고 있어서였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많이 오버랩되어 떠올랐던 건

지난 2014년 9월 개봉되었던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였다.

결혼생활 76년,

서로가 서로에게 부부이자 유일한 친구였던

영화 속 조병만, 강계열 부부의 모습과

옥춘당 속 고자동, 김순임씨의 모습이

데칼코마니처럼 닮아 있었다.

 

부부의 연을 맺어

한 평생을 함께 아껴주고 사랑하면서

친구처럼,

연인처럼,

아니 친구나 연인, 부부라는 말로는 다 담기 힘든

서로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나누며 살아간 두 사람.

 

할아버지의 건강에 먼저 이상이 생기고,

떠나기 전까지 함께 평범한 일상을 나누는 모습이

아름답지만 가슴이 찢어질 듯 슬펐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두 사람을 갈라놓을 수 있는 건

오직 '죽음' 뿐이었다.

밝았던 표정이 무표정으로 바뀌고,

장난을 치던 모습이 점차 사라지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며

서서히 떠날 준비를 하는 할아버지와

그 모습을 바라보는 할머니의 절망과 슬픔.

두 사람의 웃음이 넘치던 집안에는

더 이상 웃음이 들어설 자리가 없어졌다.

 

그리고 혼자 남게 된 할머니는

현재의 시간이 더이상 의미없게 되어버렸다.

할아버지와의 기억만을 붙들고 있기에도

힘겨운 시간이었을 테니까.

 

남편에게 자주 이런 이야기를 하곤 했다.

"내가 당신보다 하루라도 먼저 세상을 떠나고 싶어. 난 당신 없는 세상에서 하루도 못 버틸 것 같거든."

 

참으로 다정하고 따뜻한 사람,

벌써부터 나는 남편이 없는 삶을 살아가나야 한다면 버틸 수 없을 것 같은데,

20년간 김순임 씨는 어찌 버텼을까.

아마 20년의 시간동안 머릿속에서는

옥춘당처럼 달달한 고자동씨와의 추억을

무한 반복 버튼을 누른 영상처럼 재생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고 싶다는 말에 남편은

"한날 한시에 같이 가자." 라고 답한다.

정말 여러 번 보았던 영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 <노트북> 속 앨리와 노아처럼.

 

 

"편히 자요."

"당신도."

"다시 만나."

 

 

고자동 씨와 김순임 씨도

다시 만난 그 곳에서는

영원히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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