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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스름 나라에서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지음, 마리트 퇴른크비스트 그림, 김라합 옮김 / 창비 / 2022년 1월
평점 :
스웨덴 작가로서 전 세계적으로 너무나 유명한 어린이책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그녀의 동화로 그림책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그림작가 마리트 퇴른크비스틀의 작품입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작가는 삐삐 시리즈로 너무나 유명한데,
삐삐 뿐만 아니라 작가의 다른 작품들 속에서도 한결같이 느껴지는 것은
바로 어린이의 마음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것 처럼,
어린이들이 원하는 것,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꿰뚫어 보고
그것을 아름다운 이야기로 풀어내는 탁월함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이라는 수식어는
그게 어떤 책이든 일단 집어들고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마력이 있습니다.
마치 마법 주문에 걸린 것처럼요.
그렇게 이 아름다운 그림책 속으로 빠져 들어가 보았습니다.
이 그림책의 제목 속 '어스름' 이란 언제를 말하는 걸까. 생각해 봅니다.
하루 중 조금 어둑한 상태를 지닌 때는 아마 낮에서 밤으로 변화하는 시간,
짧지만 가장 아름다운, 그렇지만 항상 아쉬움을 남기는 시간을 말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영원할 수 없고, 아쉬움이 진하게 남지만
그래도 그 찰나의 아름다움에서 무한한 행복과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시간.
고된 인생 속에서 나를 다시 살게 해주는 하나의 희망,
그 시간을 기다리는 것만으로도 나머지 절망의 시간들을 이겨낼 수 있는,
그런 시간들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림책 속 주인공 예란은
다시는 걸을 수 없다는 부모님의 말을
차라리 듣지 않았으면 하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 앞으로 아무데도 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던 중,
백합 줄기 아저씨를 만나 함께 '어스름 나라'로 여행을 떠나게 되는데요,
어스름 나라에서는
예란이 걱정하는 그 어떤 일들도,
이상하고 신기하게 보이는 그 어떤 일들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는
무한한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어스름 나라'는
예란의 몸을 지배하고 있는 무기력과 절망에서 벗어나서
삶에 대한 희망을 다시금 가져볼 수 있게 해주는 곳입니다.
그리고 예란이 침대에 누워서는 절대 볼 수 없었던
어스름 녘에 아름답게 빛나는 도시의 모습을
백합 아저씨와 함께 자유롭게 날며 보는 장면은
눈이 부시게 아름다우면서도
가슴 한 켠이 저릿한 듯한 감정을 전해 주었습니다.
짧디 짧은 어스름 나라에서의 시간은
금방 끝이 나고 다시 나를 옭아매는 현실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예란은 더 이상 속상함과 절망 속에만 파묻혀 있지 않을 겁니다.
아름답고 자유로운
'어스름'의 시간은
내일도 또 예란을 찾아올 테니까요.
예란에게 백합 아저씨가 들려준 것처럼
나에게 스스로가 들려주고 싶은 마법의 주문.
괜찮아.
어스름 나라에서는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아.
본문 중
현실 속 절망 앞에 서성일 때면
어스름이 깔리는 하늘을 쳐다보며
백합 아저씨와의 여행을 떠나는 상상을 하게 될 것만 같다.
"괜찮아. 그런 건 문제가 되지 않아." 라고
스스로에게 주문처럼 되뇌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