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불렀지만 그 사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을 때 우리는 상실을 가장 크게 느낀다고 한다. 누구나 유한한 삶을 살기에 사랑하는 이들과의 이별 또한 피할 수 없다. 그럼에도 사별에 대한 마음의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 준비를 한다고 해서 될 일도 아니다. <사랑하는 당신>의 할아버지는 아내가 떠나고 구멍 난 양말을 신을 때처럼 허전함이 불쑥 밀려오기도 하고, 불 꺼진 집처럼 마음이 어두워져 아내 곁에 그만 쉬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이를 두고 정신과 의사이자 전 세계 호스피스 운동의 선구자인 엘리자베스 퀴블러 로스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야 하는 상실의 현실은 깊은 충격과 절망을 가져온다고 말한다. 이 그림책의 할아버지가 아내 곁에서 그만 쉬고 싶은 마음처럼 말이다.
그림책은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할아버지의 상실을 잘 드러낸다. 해서 어떤 독자들은 행간에서 느껴지는 할아버지의 아내에 대한 그리움과 슬픔에 동화되어 아릴 수도 있다. 그럼에도 마냥 우울하거나 슬프지만은 않는다. <사랑하는 당신>에는 사랑과 따듯함이 베여있다. 이는 글 그림을 쓰고 그린 두 작가의 상실의 경험에서 오는,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를 아는 진함일 수도 있다. 또 밝은 색의 그림은 상실의 아픔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허한다.
나는 당신처럼 부지런히 사랑하며 살까 합니다.
아내가 떠나면서 사랑하는 이를 위해 떨리는 손으로 레시피 공책을 채워갔듯, 할아버지는 사랑하는 이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할아버지는 아내의 손맛을 흉내 내며 반찬을 하거나, 아내가 아끼던 화분에 물을 주면서 상실의 아픔을 조금씩 천천히 사랑으로 채워간다.
그림책은 홀로 남은 할아버지의 외로움에 시리기도 하고, 할아버지 마음 한켠 사랑하며 살겠노라 노란빛이 자리해 따뜻하기도 하다. 삶은 끊임없이 무언가를 잃어가는 반복 속에 완성되는 것이라고 한다.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과 이로 인한 상실은 누구나 겪게 된다. 하지만 상실이란 모두 끝났다가 아니라 아직도 계속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사랑하는 아내가 남기고 간 화분에서 새순이 돋고 꽃이 피듯, 오늘도 어디선가 지고 피는 꽃이 있으리.
삶에서 마주할 상실의 어느 날이 오기 전, 더 늦기 전에 당신에게 전합니다.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