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불량소년, 안고
<불량소년과 그리스도>(사카구치 안고 지음, 이한정 옮김, 그린비, 2021)
어떤 책은 읽는 중에 다음에 나올 스토리가 궁금해 멈출 수 없는가 하면, 또 어떤 책은 읽을수록 작가가 궁금해지는 경우가 있다. 사카구치 안고의 산문집 <불량소년과 그리스도>(그린비, 2021)가 그랬다. 읽을수록 안고가 궁금했다. 안고가 궁금하다는 말은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이 읽고 싶어졌다와 내가 이 작가의 책을 처음 만났다는 말이기도 하다. 핑계를 대자면, 일본 작가에 대한 개인적인 선호도가 낮은 편이 안고를 이제서야 만나게 한 이유 중 하나이다.
안고의 글에서 <인생 따위 엿 먹어라>의 저자 마루야마 겐지가 떠올랐다고 하면 안고가 화를 내겠지. 불량기 철철 넘치는 그가 '내가 왜 겐지와 닮았느냐고, 난 안고다'라며 무덤에서 벌떡 일어날 수도. 그래도 어쩌겠는가. 난 겐지가 떠올랐는걸. 겐지가 떠올랐다는 것은 안고의 글투도 만만치 않게 쎄다는 점이다. 안고는 거침없이 내뱉는다(물론 겐지와 안고의 글 색깔은 다르다). '어른은 교활하다'라는 등 거르지 않는다. 하지만 거침없는 안고의 글투가 이 책을 놓지 못하게 한다. 나쁜 작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