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베이비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274
데이비드 위즈너 지음, 서남희 옮김 / 시공주니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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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일어나지 않은 것들에 대해 마음껏 상상하는 일은 인간에게 주어진 특권이다.

-<로보베이비>에서

상상하는 일이 인간에게 주어진 특권 중 하나라면, 그 특권을 제대로 누리는 그림책 작가가 있습니다. 그는 평소에도 기계적 이미지에 관심이 많다는 데이비드 위즈너. 작가는 <이상한 화요일>, <시간 상자> <구름공항>, 칼데콧 아너 상을 받은 <이봐요 까망 시!>등 이미 다수의 작품을 국내에 선보이며 익히 알려져 있지요.

 

 

문학에 SF 소설이 있다면, <로보베이비>는 단연 SF 그림책이지요. 이 그림책은 로봇가족을 보여주는데요. 어느 날 '내용물 플랜지'라고 써진 택배 박스가 도착한답니다. '캐소드'의 동생이라고 하네요. 엄마, 아빠, 캐소드는 설명서를 보면서 플랜지를 조립합니다. 업데이트도 해가면서 말이죠.

 

 

미래의 가상 세계를 그리는 SF를 어떤 독자들은 차갑게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로보베이비>는 그림책 전체에 따뜻함이 있지요. 플랜지가 왔다는 걸 안 이웃은 '슬러지 케이크'를 들고 축하 하러 옵니다. 작가는 따뜻한 이웃의 관계 뿐 아니라 캐릭터의 이름을 기계 부품에서 따와 로봇 사회를 섬세하고 흥미롭게 그리고 있습니다. 또 위즈너는 기존 작품과 달리 모든 장면을 말풍선으로 구성하고 있는데요. 그림책을 통해 그림책과 그래픽노블, 만화의 특징을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로보베이비>의 이야기 구조는 단순합니다. 하지만 섬세한 독자라면 이 그림책에서 많은 것을 읽을 수 있답니다. 그림책은 가족, 친척, 이웃과의 관계와 여러 인간 군상을 보여주는데요. 가족이 이루어지는 형태로 현실에서 가족의 형태를 생각해 볼 수 있지요. 이제는 '가족'이라는 낱말의 개념이 무색할 정도로 가족은 여러 형태로 형성될 수 있습니다. 꼭 혈연이 아니어도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까지 이야기 해볼 수 있겠지요. 맞춤형의 아기가 택배로 배달되지만 실은 아기가 부모의 맞춤형은 아니겠지요. 이 그림책에서는 엄마, 아빠 삼촌 등 기성세대와 신세대 캐소드와의 관계를 볼 수 있는데요. 경청하지 않는 관계에서는 소통이란 있을 수 없겠지요. 엄마와 아빠, 삼촌 로봇은 플랜지를 조립하는 과정에서 조립 메뉴얼을 무시하고 자신들만의 방법을 고집합니다. 캐소드의 의견은 무시되지요. 어디서 많이 본듯 익숙한 모습은 아닌가요. 아이한테 "네가 뭘 안다고?"라며 어리다고 무시하든 나의 모습은 아닌지요? 때로는 아이가 스승일 때도 있습니다. 관계는, 소통은 서로 배려하고 잘 들어줄 때 가능하지요. 가상의 세계에서 현실의 세계를 봅니다. 때로는 가상의 세계가 현실의 세계보다 더 인간적일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SF일까요.

 

아, 마지막 장면은 생각지 못했던 반전이 있답니다. 궁금하다면.... 봐야겠지요. 아이들도 어른들도 유쾌하고 의미 있게 볼 수 있을거에요. 상상력 가득 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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