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는 토끼를 만났을까요?
동명이인도 있을 수 있지만 이름은 개체의 존재를 인식하게 하지요.
오리가 언덕 위에 사는 토끼를 일반화하지 않고, 처음부터 깡충이로 인식하고 찾았다면 어땠을까요.
그림책은 전반부를 지나 중반에 도착했을 때도 오리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습니다.
그림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오리는 일반적으로 만나는 오리 중 하나일 수도 있겠어요.
이 중 하나의 오리가 토끼를 찾아가는 구나 생각할 수 있지요.
하지만 오리가 토끼의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존재하듯,
토끼에게도 오리는 하나의 개체, 꽥꽥이로 존재하지요.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토끼를 존재하게 하고, 오리를 하나의 개체로 피어나게 하지요.
마치 어린왕자의 장미꽃이 모두 똑같은 장미가 아니듯이 말이에요.
이처럼 <우리 집은 언덕 위에 있어>는 오리가 깡충이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이름을 부르는 행위의 가치를 이야기합니다.
오리 괙꽥이에게 토끼 깡충이를 찾아가는 과정은
어쩌면 우리에게 누군가 하나의 개체로 들어와 존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일지도요.
내가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고, 그 이름이 내 안에 존재한다는 것은
오리가 이런저런 과정을 겪으며 깡충이를 찾아가듯 때로는 물 폭탄도 맞고, 움찔움찔 흔들리기도 하는
짐승스러운 시간이 모여 하나의 개체로 존재하게 되는 것은 아닐런지요.
이렇게 생각하니 누군가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행위인것 같네요.
그림책은 서사 뿐 아니라 그림도 눈여겨 볼 만 한데요.
작가는 단순미를 추구하듯 캐릭터와 배경 묘사를 단순화합니다.
최대한 절제한 차분한 색감의 사용은 책의 판형이 작은데도 불구하고 답답하지 않고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지요
또 오리나 양 등 캐릭터를 붓선과 연필선을 이용해 생동감을 불어넣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이 그림책의 묘미는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숨어있는 건데요.
이야기를 숨겨 놓아 열린 구조로 취하는 그림책은 사고를 확장하게 하지요.
숨어 있는 이야기가 궁금하다고요?
<우리 집은 언덕 위에 있어>에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