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은 언덕 위에 있어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67
전금자 지음 / 시공주니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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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우리 집은 언덕 위에 있어>(전금자, 시공주니어, 2020)

<우리 집은 언덕 위에 있어>는 글쓰기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그림책 작가가 되었다는 전금자 작가의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의 '2020년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사업 선정작이기도 한데요. 작가는 첫 책 <사소한 소원만 들어주는 두꺼비>로 2017년 황금도깨비상 우수상을 받기도 했지요. 그럼 누구의 집이 언덕위에 있다는 건지 그림책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오리는 누군가에게 초대장을 받았습니다.

'놀러와' 글씨 옆에 토끼 얼굴이 그려진 것 보니 토끼가 초대장을 보냈나 본데요.

초대장이 참 간략하네요.                            

우리 집은 언덕 위에 있어

놀러와

여러분이라면 저 초대장을 받고 어떻게 찾아갈 것 같아요?

오리는 언덕 위에 있다는 토끼의 집을 어떻게 찾아갈까요?

오리는 언덕 위에 있다는 토끼의 집을 찾아 나섰습니다.

길을 가다보니 여기저기 언덕이 있었지요.

물 위에도 언덕이 있네요.

오리는 잠시 생각했지요.

- 물 위에 있는 언덕인가?

그런데 물 위에 있는 언덕은 움찔움찔 움직이는거에요.

알고보니 언덕이라고 생각했던 것은 거북이 등이었어요.

거북이란 걸 안 오리는 미안하다며 사과를 하고 다시 토끼가 산다는 언덕을 찾아나섰지요.

하지만 토끼가 사는 언덕을 찾기란 생각보다 어려웠는데요.

 

힘이 빠질 쯤, 땅 위로 고개를 내민 두더지를 만났어요.                       

 

저기······ 혹시

토끼가 사는 언덕을 아니?

어떤 토끼?

토끼들은 다 언덕에 살아.

이런 토끼들은 다 언덕에 산다는데요.

오리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오리는 나름 토끼의 특징을 말했어요.

 

깡충깡충 뛰는 까만 반점이 있는 토끼를 봤니?

그런데 오리가 말한 토끼에 대한 특징은 대부분의 토끼들이 가지고 있을법한 생태적 특징이였어요. 이것으로 오리가 찾는 토끼를 찾아갈 수 있을까요?

까만 반점도 깡충깡충으로는 찾을 수가 없다니...

오리는 토끼를 어떻게 찾아야 할지 낙담이 됐나봐요.

고개를 푹 숙인 모습을 하고 있네요.

그때 양이 묻습니다.

토끼 이름이 뭔데?

 

깡충아아 ---

깡- 충아 ---

깡- 충아 ---

오리는 토끼를 만났을까요?

동명이인도 있을 수 있지만 이름은 개체의 존재를 인식하게 하지요.

오리가 언덕 위에 사는 토끼를 일반화하지 않고, 처음부터 깡충이로 인식하고 찾았다면 어땠을까요.

그림책은 전반부를 지나 중반에 도착했을 때도 오리의 이름이 언급되지 않습니다.

그림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오리는 일반적으로 만나는 오리 중 하나일 수도 있겠어요.

이 중 하나의 오리가 토끼를 찾아가는 구나 생각할 수 있지요.

하지만 오리가 토끼의 이름을 불러주는 순간 존재하듯,

토끼에게도 오리는 하나의 개체, 꽥꽥이로 존재하지요.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토끼를 존재하게 하고, 오리를 하나의 개체로 피어나게 하지요.

마치 어린왕자의 장미꽃이 모두 똑같은 장미가 아니듯이 말이에요.

이처럼 <우리 집은 언덕 위에 있어>는 오리가 깡충이를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이름을 부르는 행위의 가치를 이야기합니다.

오리 괙꽥이에게 토끼 깡충이를 찾아가는 과정은

어쩌면 우리에게 누군가 하나의 개체로 들어와 존재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일지도요.

내가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주고, 그 이름이 내 안에 존재한다는 것은

오리가 이런저런 과정을 겪으며 깡충이를 찾아가듯 때로는 물 폭탄도 맞고, 움찔움찔 흔들리기도 하는

짐승스러운 시간이 모여 하나의 개체로 존재하게 되는 것은 아닐런지요.

이렇게 생각하니 누군가의 이름을 부른다는 것은 참으로 소중한 행위인것 같네요.

그림책은 서사 뿐 아니라 그림도 눈여겨 볼 만 한데요.

작가는 단순미를 추구하듯 캐릭터와 배경 묘사를 단순화합니다.

최대한 절제한 차분한 색감의 사용은 책의 판형이 작은데도 불구하고 답답하지 않고 여백의 미를 느낄 수 있지요

또 오리나 양 등 캐릭터를 붓선과 연필선을 이용해 생동감을 불어넣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이 그림책의 묘미는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숨어있는 건데요.

이야기를 숨겨 놓아 열린 구조로 취하는 그림책은 사고를 확장하게 하지요.

숨어 있는 이야기가 궁금하다고요?

<우리 집은 언덕 위에 있어>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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