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끊임없이 곁눈질을 하는가 니체의 눈으로 읽는 니체 2
이진경 지음 / 엑스북스(xbooks)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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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경은 배반하지 않습니다.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을 쉽게 풀어내는 힘이 있습니다. 쉽다고 결코 가벼운 책은 아닙니다. 그가 "니체적인 가벼움, 춤추는 듯한 리듬"으로 읽으려고 한 때문일까요. 이진경의 화법, 글법이 책을 편안하게 읽게 합니다.

니체. 재미있겠다 보다는 어렵다가 먼저 떠오를 수 있습니다. 이진경은 <우리가 왜 끊임없이 곁눈질을 하는가>에서 니체의 시선으로 <도덕의 계보>를 살살 풀어놓습니다. 저자가 풀어놓는 니체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몰입해 있는 자신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니체의 철학은 '지혜에 대한 사랑'입니다. 니체는 철학은 '삶을 사랑하라'(p.7)라고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는데요. 이진경은 묻습니다. “도대체 자기 삶을 사랑하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p.7) 그렇습니다. 자신의 삶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겠지요. 그럼에도 자신의 삶을 살지 못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그것도 곳곳에 말이지요.

삶을 오도하는 것 가운데 가장 중요하고 지배적인 역할을 했던 것은 바로 ‘선악’의 개념으로 삶에 대해 ‘이래야 한다, 저래선 안 된다’며 직접 가르치고자 했던 도덕이었습니다. 덕분에 우리는 ‘한다더라’(They say)의 삶을 살게 됩니다.

-p.8

저자는 ' 한다더라 They say'는 내가 아닌 그들이 주어이기 때문에 그들의 눈으로 보고 그들의 말을 듣고 살게 된다고 합니다. 해서 '끊임없이 곁눈질하는 삶을 살게'(p.8) 된다고 하는데요. 참 씁쓸하면서도 동의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관습처럼 배어 있는 '한다더라'의 삶은 자신의 삶을 산다고 착각하게 만듭니다. 이에 이진경은 "삶을 사랑하기 위해, 선악의 도덕으로 인해 삶에 대한 증오와 가책을 삶에 대한 사랑이라고 오인하게 된 세상에서, 삶의 적대자를 가려내고 좋은 삶의 친구를 얻기 위해" 읽어야 할 책으로 <도덕의 계보>를 풀어나갑니다.

도덕에서 인간은 자신을 분할할 수 없는 것, 즉 개체(Individuum)로서가 아니라 분할할 수 있는 것(Dividuum)으로 다룬다.

- 54

니체는 "우리 몸은 수많은 영혼들의 집합체"(p.54)라고 합니다. 이질적인 것들이 모여있고, 그러면서도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마다 특정한 의지를 선택하고 다른 의지를 제압하는 공동체라고 하는데요. 우리가 무언가를 할 때 하려는 의지외에 또 다른 의지도 있다는 거지요. 갈등은 그래서 있을 수 있는 거고요. 니체는 괜찮아 너만 망설이고 동요하고 갈등하는 건 아니야, '의지의 단일성'은 대중의 통념이고 선입견이라며 위로합니다.

니체는 이런한 '의지'를 긍정과 부정의 두 가지 질로 보는데요. 긍정은 '할 수 있는 것을 하려는 것', '하고자 하는 것을 하려는 것'을 뜻한다면, 부정적인 의지는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거나 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힘 내지 능력을 부정하려는 의지이고, 욕망 내지 의지를 부정하려는 의지"(p.88)를 말합니다. 하지만 이진경은 의지에서 긍정과 부정은 언어적인 것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주의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가령 '하지 말자'는 하려는 의지가 없음이 아니라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선택이란 점에서 하지 않으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이는 언어상으론 부정적으로 표현되지만 꼭 부정적인 의지는 아닙니다. 왜냐하면 어떤 것을 하지 않음으로써 좀 더 나은 것을 선택하려는 의지가 표현된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p.89

부정적인데 꼭 부정적인 의지는 아닐 수 있다뇨. 말이야 방귀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참 철학적입니다. 찬찬히 들여다보면 수긍을 할 수 있거든요. 예를 들면 시를 쓰고 싶지만 먹고살기 힘들 것 같으니 하지 말자는 하지 않게 하려는 의지에 복종한 것이고, 하고자 하는 욕망과 자신의 능력을 분리하는 것이니 부정적인 의지의 작용이라는 겁니다. 반면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마시고 싶지만 하지 말자고 하는 것은 술에 중독되지 않으려는 것의 선택이니 긍정적인 의지라는 것이지요. 언어에 있어 세심한 구별, 엄밀한 독해가 필요한 대목입니다.

이처럼 니체의 시선을 따라 차근차근 풀어주는 책은 내 삶이 아닌 타인의 삶을 끊임없이 곁눈질하고 있지는 않는지 질문합니다. 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의 삶을 사랑하기 위해 어떠해야 하는지 생각하게 되는데요. 내 삶의 주인으로서 힘에 의지를 촉발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나는 사랑할 만한 삶을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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