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신저, 파리
패신저 편집팀 지음, 박재연 옮김 / Pensel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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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신저,파리
패신저 편집팀 글/ 박재연 옮김/도서출판서내 (@seonaebooks)

감성적인 노천카페의 풍경 사진과 [패신저,파리]라는 제목의 감각적인 표지에
낭만 가득한 파리 안내서, 여행 잡지를 기대했다면,
어쩌면 표지를 넘기자마자 만나게 되는 목차에서 당혹감을 느꼈을지도.


흔히 파리하면 떠올리는 낭만과 패션의 도시, 아름다운 건축물과 미술관, 미식의 도시가 아닌
한 도시를 둘러싼 여러가지 이슈들, 도시 풍경을 만들어가는 도시행정과 정치, 그 안에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민들과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었다.
북커진(북+매거진)이라는 명칭이 어울리게 글마다 깊이있는 생각거리와 시선을 잡아끄는 사진들과 주제들.



그중 나의 눈길을 잡아끌었던 기사는 보부르 효과였다.
퐁피두 센터가 가져온 사회적, 문화적 영향을 말하는 조금은 낯선 단어.
도시 환경에서 문화 시설이 주변 지역을 어떻게 활성화시키고 지역의 활기를 불어넣고 경제적 변화를 이끌어내는지 보여주는 단어랄까.


1990년대 대학을 다녔던 나에게 파리는 미테랑 대통령이 추진했던 그랑프로젝트의 도시였다.
기존의 시테섬-루브르 궁전- 개선문-샤를 드골 거리까지 주욱 이어진 [역사의 축]을 더 연장하여 현대적인 업무지구로 신설한 라데팡스 지역까지 이어지게 했다. 그 끝에 있는 그랑 아치는 에펠탑이 지어졌을 때만큼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
하긴 미테랑 대통령 시절 만들어진 여러 건축물중 논란과 화제의 중심이 되지 않았던 것이 있을까.
루브르 박물관 앞의 유리 피라미드에...오르세 미술관까지.

각 대통령마다 자신의 시대를 나타내고자하는 주요 건축 프로젝트는 파리의 고전적인 건물과 대비되면서도 한데 어우러져 새로운 에너지를 나타낸다.



그중 가장 충격적인 프로젝트라 일컬을 수 있었던 퐁피두 센터. 과거 무조건 보이지 않게 숨겨야했던 건축물의 기능적 요소들...배관, 기계설비,철골 구조 등 복잡하고 지저분해볼 수 있는 요소들을 솔직하게 공개하고 그 건물이 필요로 가는 기능적인 공간을 최대한 확보한 디자인의 건축물.
이 건축물을 본 파리시민의 충격은 에펠탑을 처음 본 충격에 버금가지 않았을까.
이러한 혁식적이고 대담한 시도들이 만들어낸 건축물이 가득한 파리...
사실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과거 고전적인 양식의 건축물 역시 그 당시에는 가장 최신의 최고의 기술로 만들어낸 혁신의 총체였을테니..

한 도시를 소개하면서 그 도시의 주요 관광지나 즐길거리만을 소개하는 것이 아닌..실제 그 도시의 거주민이 되어 보고 느끼고 고민하는, 부딪치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시선을 공유해주는 도시 안내서.
낯설면서도 신선하다.
패신저 편집팀이 바라보는 도시 이야기. 그 다음은 어떤 도시 이야기를 펴낼 지...

이 도서는 나예님(@nayeh)과 서내출판사(@seonaebooks)가 함께한 서평이벤트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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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가 문제야 - 양과 늑대의 이야기 바람그림책 157
신순재 지음, 조미자 그림 / 천개의바람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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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표지에 화사한 색감이 시선을 머물게 하는 책입니다.

어라? 책 제목이 양과 늑대의 이야기 [문제가 문제야] 입니다.

음??? 양과 늑대???

표지부터 잘못된 만남인가...문제이긴 하네. 라는 가벼운 맘으로 읽기 시작해요.


문제 풀기를 좋아하는 양은 늑대에게 문제를 내달라 조르고,

늑대는 양을 위해 문제를 내곤 합니다.

여기서 늑대가 내는 문제는 이런 거에요.

"무당벌레 한 마리 더하기 무당벌레 한 마리는?"


이런...이런 문제는 백 개, 아니 천 개도 백점 맞을 자신이 있다고요.

갑자기 문제적 관계, 양과 늑대는 두 친구에서 혹...이거 양육자와 아이인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만물MBTI설에서 성향은 늑대와 양으로 갈라지지만,

그래도 아이의 시선에서 다정하게 질문하고 생각하게 하는,

아이의 자신감 지킴이 양육자...^^


이런 문제는 또 어떨까요?

"무당벌레 한 마리 더하기 꽃향기 한 줌은? "


이거야 말로 신선한 문제인데... 싶어집니다.

딱히 정답도 없지 싶지만, 좀더 재미난 대답은 없을까 자꾸 생각하고 싶어집니다.

옆에 사람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도 보고 싶고요.

아니 아니...이제는 내가 이런 재미난 문제를 만들어 상대에게 물어보고 싶어집니다.

이렇게 두 친구는 문제와 답을 주거니 받거니 이어갑니다.

" 모두 다 문제야.때로는 답을 맞히는 것보다,문제가 중요해. "


늑대는 마치 소크라테스의 산파술 처럼, 양과 계속 질문을 던지며 주거니 받거니 생각을 키워갑니다.

아이의 성장을 응원하는 양육자의 모습같기도 한 늑대를 바라보며

지난 육아기의 저를 되돌아봅니다.


하지만 아무리 다정한 산파가 있어도

결국 문제에 직면한 순간엔 온전하게 대화를 나누어야하는 건 나 자신이지요.


세상의 파도가 밀려올때도 있지만...

제일 당혹스럽고 힘이 들고, 나를 걸려 넘어지게 만드는 건...

내가 문제일때죠.


책장 속 양과 늑대의 대화를 보며 가만, 가만 미소짓다가 이 부분에 와서 문득 저의 이야기가 되는 듯해요.

아이가 어릴적에는

아이가 물어오는 질문에 턱턱 대답을 할 수 있었지요.

아이는 엄마가 체험학습날 하늘의 비구름도 훠이 훠이 치워줄만한 능력자를 보는 듯한 눈으로 바라봐주기도요.

시간이 흐르고, 아이가 자라고

이제는 아이의 질문도 자라고

아이가 고민하는 문제의 종류도, 깊이도, 또한 저의 대답도 달라졌어요.

즉각적인 답보다는 같이 고민하고, 때로는 입을 다물게도 됩니다.

시간이 흘러 아이들이 성인이 되자

아이가 하는 이야기에 질문을 하는 때가 더 많아집니다.

아이가 처한 상황이 내 눈엔 문제거리가 가득한 지뢰밭처럼 보일 때도 있구요.

아이가 내딛는 행보가 내 눈에 서툴고 미숙해보일 때도 있지요.

하지만 급변하는 세상사에, 상황에 더이상 저의 해법이, 저의 문제 제기가 나침반이 되지 못할 때도 많아집니다.

그저 맘의 위로를 더하고 응원을 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답이 될지도요.

머리로는 알 듯하면서도 현실에 치여 굳어진 감성의 중년 부모는 자꾸 불안함과 조급함을 내비치게 됩니다.


이 책은 다양한 문제로 생각주머니를 키워가는 어린이와 양육자를 위해서도 좋지만

세상으로 나아가 온전히 문제와 맞서게 된 20대 친구들과도 함께 나누고픈 그림책입니다.

여전히 당신들을 바라보는 내 눈길과 마음엔 사랑과 응원이 가득하다고 말이지요.


"한번 가 보는 거야. 문제에 빠져 허우적대더라도.

때로는 답을 맞히는 것보다,문제가 중요해!"


*네이버 카페 제이그림책포럼의 서평이벤트에 응모, 도서만을 제공받아 리뷰를 남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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넬이 나무를 심다 딱따구리 그림책 37
앤 윈터 지음, 다니엘 미야레스 그림, 김경미 옮김 / 다산기획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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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소녀가 아름드리 나무에 올라 책속에 푹 빠져있는 책 표지에요.


표지를 펼쳤더니 한 소녀가 책 속에 몰입해있는 사이 나무 아래에선 할머니와 아이들이 무언가 열매를 가득 줍고 있어요. 이 나무의 열매인가 봐요. 휴식처와 열매를 선물해주는 넉넉한 나무의 모습입니다.


이 책은 2024년 에즈라 잭 키츠 상 글작가 부문 수상작입니다.

글 작가 앤 윈터는 2022년 그림책계 데뷔작 [빨간 벽돌 건물에 사는 사람들]로 에즈라 잭 키츠 상 글작가 부분 명예상 수상자이기도 합니다.

에즈라 잭 키츠상은 다양한 인종과 문화 배경 속에서 가족간의 사랑을 담아낸 그림책을 만들어낸 신진 작가들(글 작가, 그림 작가)에게 수상하는 상입니다. 수상작 외에 3권 이하의 책을 출간한 작가들의 작품을 심사대상으로 삼기에 한 작가가 2회나 수상한다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지요.

[넬이 나무를 심다]는 거대한 피칸 나무를 중심으로 한 자리에 모인 대가족의 떠들썩하고 즐거운 한 때를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나무를 오르내리고 나무 위 새둥지에서 아기 새가 알을 깨고 깨어나는 것도 보고

나무에 올라 해 붉은 해를 바라보기도 하지요.

커다란 피칸 나무는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주고 경주장이 되어주고 때로는 고요한 혼자만의 쉼터가 되어주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뒤에는 누군가의 손길이 숨어있었습니다.

옛날 그 옛날 노란 원피스의 넬이 주은 씨앗 하나가 그 시작이었지요.

넬은 씨앗을 주워 화분에 심고 돌보지요.


그림책은 대가족 아이들의 일상과 과거의 넬의 이야기를 같이 이끌어갑니다.

마치 평행세계가 같이 이어지는 것처럼요.

현대의 아이들 이야기가 이어지다가 그 다음 페이지에는 과거 넬의 이야기가 바로 이어지는 것이지요.

이야기는 계속해서 계절이 무르익으며 이런 저런 수확물을 거두는 아이들의 모습과 피칸나무를 돌보는 넬의 모습을 교차시킵니다.



책읽기에 몰입하던 책표지 속의 여자아이는 싹이 난 피칸 열매를 하나 발견하지요.

그리고 할머니는 다정히 물어요.

그 씨앗으로 무엇을 할 것이냐고...

혹 눈치채셨을려나요?

피칸 씨앗을 심던 노오란 원피스의 소녀, 넬의 정체를????

그리고 어쩌면 우리 모두 저 질문의 답을 알고 있을지 몰라요.

저 멜빵바지의 소녀가 작은 씨앗으로 무엇을 할 지 말이지요.

세대를 이어가는 새로운 유산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너무나 재미있는 또 다른 이야기도 숨어있답니다.

피칸 씨앗을 심고 돌보는 넬에게는 조력자가 있어요.

넬에게 다가와 화분에 물을 줄 때도, 구덩이를 파고 옮겨 심을 때도, 나무가 자라 아름드리 나무가 될때에도

넬 옆에서 든든히 자리를 함께 해주던 사람이 있었지요.

이 소년은 또 누구일까요?

흰 셔츠와 바지를 차려입은 소년, 이 소년의 차림새 색도 눈여겨 보시고요.


작은 피칸 씨앗은 그렇게 사랑과 보살핌 속에 자라고 자라나 아름드리 거대한 나무가 되었답니다.

풍성한 가지와 잎이 만들어준 지붕아래

또한 소년과 소녀가 만나 이룬 가정이 뿌리를 내리고 그 자녀들이 또 가족을 이루고 커다란 피칸 나무아래 모였네요.

책을 다 읽고나면 뒷면지의 퀼트 콜라쥬가 다시 한번 새롭게 보입니다.

조각 하나하나가 각각의 이야기를 담고 있거든요.


삶의 한 조각, 조각이 모여 아름다운 퀼트가 되고 커다란 피칸 나무에도 새겨졌습니다.

오래전 작은 소녀의 행동 하나가 이렇게 아름다운 결과로, 많은 이에게 선물로 다가오네요.

또한 가지를 넓게 펼친 나무 한 그루의 시작이 작은 씨앗 하나에서, 또한 땅 속에서 뿌리들이 단단히 자리하고 서로를 굳건하게 잡아주는 것을 보며 서로가 힘이 되는 가족의 사랑도 느끼게 됩니다.

가을날 잘 어울리는 아름다운 그림책이었습니다.

글 작가 앤 윈터의 아름다운 글을 그림작가 다니엘 미야레스는 펜과 잉크, 구아슈 물감을 이용해 아름답게 그려내었습니다.

글 작가와 그림 작가 모두 어린 시절 피칸 나무와 함께 했던 유년기의 기억을 가지고 있어요.

특히 그림 작가 다니엘 미야레스는 자신에게 의미가 깊었던 할머니의 조각 퀼트 이불을 이 작품에 되살려놓았습니다. 한 조각, 조각에 가족들에 대한 사랑을 담아내 만들고 함께 한 시간만큼의 추억도 더해져 낡아가지만 그래서 더 애착이 가고 소중해지는 퀼트 이불요.

그렇게 앞, 뒤 면지에 넬과 소년의 이야기를 가득 담아 퀼트를 만들었답니다.

이제 포근한 퀼트 이불 면지를 가진 이 그림책은 독자들을 찾아가 또다른 추억 이야기를 만들어주겠지요.

*이 글은 네이버 카페 제이그림책포럼 서평이벤트에서 제공된 도서를 읽고 감상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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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배달하는 소년
대브 필키 지음, 엄혜숙 옮김 / 초록귤(우리학교)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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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돌아온 그림책 복간 소식입니다.

1997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새벽을 배달하는 소년]이에요.

줄거리는 너무나 단순해요.

한 소년이 주말 새벽에 깨어나 자신의 개와 함께 신문배달을 끝내고 밝아오는 아침에 집에 들어와 따듯한 침대에 편안히 쉬기까지의 여정 담아낸 이야기거든요.

일반 대중에게 알려진 대브 필키 작가는...[캡틴원더팬츠], [도그맨]

보통 화장실유머 라고 하지요.

굉장히 짓궂고 웃긴, 기발한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많아요.

만화책을 보는 듯한 이야기,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한번 책을 잡으면 그 재미에 푹 빠지게 하는 작가로도 유명합니다.

그런데 이 [새벽을 배달하는 소년]은 그에 반해 굉장히 진지하고 예술적인 그림으로 가득찬 그림책입니다.

대브 필키 작가는 1996년 출간된 이 그림책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1997년 칼데콧 아너상을 수상하지요.

하지만,

출간된지 거의 30년이 되어가는 책의 출간, 그것도 [복간]이라니.

어떤 책이길래 세월을 거슬러 다시 돌아오게 되었는가 살펴보아요.


저 멀리 조각달이 함께 하는 어둠에 잠긴 새벽. 신문배달 차량이 멈춰섭니다.

그렇게 동네의 하루가 시작되어요.

그리고

하루를 시작하는 또 한 사람이 있지요.


추운 새벽, 침대에 머물고 싶지만 소년은 일어나 옷을 입고 일을 시작하지요.

개도 기다립니다.


어둠깔린 길을 신문이 가득한 가방을 매고서 소년은 거침없이 자전거를 달립니다. 개도 열심히 따라가지요.


온 세상이 잠들어 깨어있는 존재라고는 소년과 개밖에는 없어요.

소년이 가장 행복해하는 시간이지요.


세상이 깨어나는 시간.

별과 달이 사라지고, 하늘이 곱디 고운 색으로 달아오를 즈음.

소년과 개는 집으로 달려갑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번엔 개가 앞장을 섭니다.

그리고

소년의 등뒤로 배달을 끝내고 가벼워진 가방이 휘날려요.

마치 '슈퍼히어로의 빨간 망토'나 '개선장군의 빨간 망토' 같군요.

방으로 돌아온 소년은 '아직' 따스한 침대로 들어갑니다.

온 세상이 깨어나는 시간 소년은 개와 함께 다시 잠이 들어요.

해야할 일을 모두 끝낸 그들에겐 달콤한 꿈이 찾아옵니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된 해가 1996년, 거의 30년 전이지요.

과거를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도 청소년들 용돈벌이로 우유배달, 신문배달을 종종했었지요.

그런데 지금 아이들에게 이 책을 함께 읽는다면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설까?

한국과 전혀 다른 마을 풍경과 정서.

이 책의 복간을 통해 과연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뭘까? 하고 말이지요.


배달을 끝나고 아이는

1층의 거실을 지나 2층 부모 부모님 방과 동생(원작엔 여동생 방)을 지나 다락방인 자기 방으로 갑니다.

배달을 나갈 때 온통 고요한 어둠속에서 모두 잠이 들어있던 부모님은 깨어나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들리고,

동생을 일어나 1층 거실에서 토요 만화를 보고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주말 토요일 아침, 가족과 동떨어져 소년은 혼자 하고 있습니다.

현 시대에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독자는 어떻게 이 내용을 받아들이려나요?


아이가 왜 신문배달을 하지? 용돈이 부족한가? 무언가 사고 싶은 게 있나?

깜깜한 새벽에 왜 저 아이는 혼자 일어나 아침 밥을 차려먹고 신문배달을 나가지?


이 소년...혹시 가족내 왕따야? 이거 혹시 아동학대인거야?

이런 의식의 흐름이라니요.

30년의 세월 흐름이, 시대 변화가, 한국과 미국의 정서차이가 이런 생각의 흐름을 부르는 걸까요?

이 시대에 30년 전 책을 다시 읽는 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저는 이 책이 어린이 독자를 만나는 것도 좋지만 이 시대 부모님들과 함께 나누어보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해요.

1997년 칼데콧 수상작이어서가 아니라 이 시대에 정말 자녀교육과 양육에 있어서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자아효능감'과 '독립성'"


아이가 자라 사춘기에 다다르면서 꼭 필요한 경험이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시험하고 한계와 능력을 알게 되고 자신을 신뢰하고 믿게 되는 경험이 꼭 필요합니다.

자기 자신만의 공간에서 온전히 자신의 능력을 펼쳐보이고 자신의 왕국처럼 '나'라는 존재를 온전히 만끽하는 시간.


사실 이 책은 작가 대브 필키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난독증과 ADHD, 행동장애로 학교에서 문제아였던 시절.

대브 필키는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낙서와 만화를 그렸고 종종 학교 복도로 쫓겨나기도 했지요.

소년은 그 상황에서도 만화를 그렸답니다.

"뭐든지 느려요.","애가 항상 문제에요."라던 소리를 듣던 자녀를 부모님은 사랑으로 믿음으로 지켜봐주셨지요.

"이런 쓸데없는 그림을 그려서 뭐가 될거야." 하며 그림을 찢어버리던 학교 선생님들과 달리 부모님은 그의 그림을 벽에 붙여주고 소중히 간직해두었지요.

그림책 속의 소년의 방은 꿈의 산실이 된 공간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부모님의 사랑과 지지가 있더라도 다른 사람의 시선과 배척을 이겨내기란 힘들었지요.

그 시절 대브 필키를 지켜준 귀한 시간과 경험이 있었답니다.

바로 10대 청소년 시절 했던 새벽 신문배달이었어요.

모두가 잠들어있던 그 시간과 공간에 홀로 깨어 자유롭게 달리는

모든 일의 과정과 여정을 그 누구보다 자신있게 익히고 잘할 수 있는

마치 승리의 개선장군처럼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그런 경험.

그 때 느꼈던 '독립심'이 자신을 지켜주었다고 후에 고백을 했어요.


그는 어린 시절, 책읽기가 힘들어 너무나 부끄럽고 비참했던 시절, 그림과 글쓰기가 자신에게 힘이 되어주었다고 해요. 자신의 책으로 어린이들이 위로를 받고 영감을 받기를 희망합니다.


사춘기 자녀를 키우고 성인이 된 지금

[새벽을 배달하는 소년] 과 같은 경험이 얼마나 소중하고 필요한 것인지 더더욱 느끼게 됩니다.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야.

온전히 내 의지로,

내가 책임지며 이 일을 하고 있어.

내가 가장 잘해!! 나는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있어!!

여긴 나의 왕국이고 내가 왕이야! "


만용과 자만심이 아닌 책임감이 수반된 독립심과 자아효능감.

그러한 것은 부모가 만들어줄 수도, 강제로 키워줄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모든 것이 계획표처럼 잘 짜여져있고 보호받는 환경에서, 애정이 과용되어 과보호가 되어버린 이 시대에

이런 경험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경험의 가치와 의미를 양육자에서 실사례로 보여드릴 수 있는 책이에요.

이런 이야기를 드리면 또 아 그럼, 신문배달 시켜야 되나 하실까요?

이 시대에 이런 경험을 아이들은 어디서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해봐야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아이들과는 아름다운 책으로 함께 보는 것도 좋지만,

양육자들과 양육 환경, 태도에 대해 좋은 예시 작품으로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이 책은 네이버 카페 제이그림책포럼에서 운영하는 서평이벤트에 응모하여 도서를 제공받아 제 감상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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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르르 팡 변신 우산 밤이랑 달이랑 8
노인경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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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8권, 차곡차곡 우리 아이들의 일상이 쌓이다.



2021년 처음 노인경 작가님의 '친구랑 안 놀아'를 시작으로 [밤이랑 달이랑] 시리즈를 만났을 때 환호성을 지르던 기억이 났어요.

자기주장이 강하고 호기심 강한 동생 밤이와 든든하고 넉넉한 마음의 누나 달이가 함께하는 바로 우리 아이들의 일상 생활 이야기. 너무나 사랑스러운, 딱 그 나이때 아이들의 생각과 일상의 고민, 생활을 노인경 작가님의 따스한 시선을 통해 만날 수 있었지요.

그간 영유아 대상의 베스트 그림책 목록을 떠올려보면 항상 그 책이 그 책.

20년전이나 지금이나...대부분이 일본 작가의 그림책들이었거든요.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는데 딱!! 안성맞춤

역시나 기대했던 대로 많은 분들의 사랑도 받고

2024년 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 대상 수상도 하였군요.


이야기는 비오는 날 창밖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밤이와 달이 모습으로 시작됩니다.

비 오는 날엔 웬지 심심하고 몸이 비비꼬이는 듯하지요.

일단 밖으로 나가보기로 하는 아이들


우산 하나에 꼬옥 붙어있는 남매.

쏟아지는 비 속에 우산도 없이 모여있는 지렁이들이 두 아이의 눈길을 집중시킵니다.

우산도 없어 비를 맞는다면...음...일단 우산을 권해 보는게 인지상정???

하지만 호의가 꼭 응답으로 돌아오지않을 때도 있지요.

아이들의 다정한 물음에 저리 매몰차게? 거절하는 모습에 마음이 살짝 아프기도 하지만,

각각 나름의 합당한 대답과 상황 묘사에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비오는 날 모두가 비 피할 우산을 꼭 필요로 하는 건 아니니까요.

비에 젖는 걸 오히려 반기는 이도, 때론 모든 것을 상시 준비하고 다니는 이도 있으니까요.

아이들은 상처를 받았을려나요.

가뿐하게 상황 수긍을 한 밤이와 달이는 길을 가며 만나는 우산이 필요해보이는 동물 친구들에게 더욱더 적극적으로 다가갑니다.



"모두 모두 들어와. 집에 데려다줄게."


그나저나 친구들이 다 우산 속에 들어올 수 있을려나요?

와우!!!

책 제목이 [우르르 팡 변신 우산]

우르르 팡???

우르르 쾅??? 아니고??? 했더니.

팝콘 펑튀기 하듯....팡! 팡! 팡! 커지는 마법의 변신 우산이었군요.

아이들 어릴 적...3단 자동 우산을 펼치면 나던 팡! 소리. 튕기던 빗방울에 이어지던 깔깔 거리는 웃음소리도 급소환됩니다.


하지만

비 오는 날 우르르 쾅 쾅!! 도 빠지면 아쉽지요.


밤이와 달이의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변신 우산 탐험기는 어떻게 끝이 날까요.

밤이와 달이가 빗속에 동물 친구들을 만나며 그들의 집을 궁금해하고 자신의 우산 속으로 초대하는 모습.

조건없이 자신들의 곁을 내주는 그 마음.

순수한 마음에 절로 미소지어집니다.


비오는 날 하면 생각나는 게...

아이들 어린 시절 비오는 날엔 집안에서 뒹굴뒹굴거리다가 그래, 나가자아아 맘의 준비를 하고 비옷과 장화 신고 신나게 물웅덩이 풍덩 밟기 놀이하고

욕조에 물받아 목욕후 달달한 코코아 한 잔까지가 저희 집 비오는 날 풀코스 풍경이었거든요.


그 기억 기대로의 밤이랑 달이랑 모습이네요.


뒷표지를 보면서

현관문 들어서는 밤이와 달이에게 뽀송한 수건으로 감싸며 달달한 마쉬멜로 코코아 한 잔을 건네주고 싶어요.

2024년 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 대상 이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옵니다.

2025년 트렌드를 나타내는 용어 중에 [무해력]이라는 신조어가 있더라구요.

작고 순수한 것들이 힘을 갖는다는 뜻으로 세상이 더 각박하고 힘들어질 때 사람들의 일상에 무해한 존재가 그 자체로 강한 힘을 갖는다는 것이지요.

밤이와 달이가 보여주는 유년기의 이야기들이 그러한 무해함의 집합체 같아요.

노인경 작가님의 사랑스러운 그림선과 수채화 기법이 보는 이의 마음을 몽글몽글 해제시킨다고나 할까요.

두 아이의 순수함과 평범하지만 특별한 하루 하루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져 독자들의 소소한 일상의 행복이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이 책은 네이버카페 제이그림책포럼의 서평 이벤트에 응모하여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한 감상을 적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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