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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을 배달하는 소년
대브 필키 지음, 엄혜숙 옮김 / 초록귤(우리학교) / 2024년 8월
평점 :

오랜만에 돌아온 그림책 복간 소식입니다.
1997년 칼데콧 아너상 수상작 [새벽을 배달하는 소년]이에요.
줄거리는 너무나 단순해요.
한 소년이 주말 새벽에 깨어나 자신의 개와 함께 신문배달을 끝내고 밝아오는 아침에 집에 들어와 따듯한 침대에 편안히 쉬기까지의 여정 담아낸 이야기거든요.
일반 대중에게 알려진 대브 필키 작가는...[캡틴원더팬츠], [도그맨]
보통 화장실유머 라고 하지요.
굉장히 짓궂고 웃긴, 기발한 주인공들의 이야기가 많아요.
만화책을 보는 듯한 이야기, 책 읽기를 싫어하는 아이들이 한번 책을 잡으면 그 재미에 푹 빠지게 하는 작가로도 유명합니다.
그런데 이 [새벽을 배달하는 소년]은 그에 반해 굉장히 진지하고 예술적인 그림으로 가득찬 그림책입니다.
대브 필키 작가는 1996년 출간된 이 그림책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1997년 칼데콧 아너상을 수상하지요.
하지만,
출간된지 거의 30년이 되어가는 책의 출간, 그것도 [복간]이라니.
어떤 책이길래 세월을 거슬러 다시 돌아오게 되었는가 살펴보아요.
저 멀리 조각달이 함께 하는 어둠에 잠긴 새벽. 신문배달 차량이 멈춰섭니다.
그렇게 동네의 하루가 시작되어요.
그리고
하루를 시작하는 또 한 사람이 있지요.

추운 새벽, 침대에 머물고 싶지만 소년은 일어나 옷을 입고 일을 시작하지요.
개도 기다립니다.

어둠깔린 길을 신문이 가득한 가방을 매고서 소년은 거침없이 자전거를 달립니다. 개도 열심히 따라가지요.

온 세상이 잠들어 깨어있는 존재라고는 소년과 개밖에는 없어요.
소년이 가장 행복해하는 시간이지요.

세상이 깨어나는 시간.
별과 달이 사라지고, 하늘이 곱디 고운 색으로 달아오를 즈음.
소년과 개는 집으로 달려갑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이번엔 개가 앞장을 섭니다.
그리고
소년의 등뒤로 배달을 끝내고 가벼워진 가방이 휘날려요.
마치 '슈퍼히어로의 빨간 망토'나 '개선장군의 빨간 망토' 같군요.
방으로 돌아온 소년은 '아직' 따스한 침대로 들어갑니다.
온 세상이 깨어나는 시간 소년은 개와 함께 다시 잠이 들어요.
해야할 일을 모두 끝낸 그들에겐 달콤한 꿈이 찾아옵니다.

이 책이 처음 출간된 해가 1996년, 거의 30년 전이지요.
과거를 생각해보면 한국에서도 청소년들 용돈벌이로 우유배달, 신문배달을 종종했었지요.
그런데 지금 아이들에게 이 책을 함께 읽는다면 아이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설까?
한국과 전혀 다른 마을 풍경과 정서.
이 책의 복간을 통해 과연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뭘까? 하고 말이지요.

배달을 끝나고 아이는
1층의 거실을 지나 2층 부모 부모님 방과 동생(원작엔 여동생 방)을 지나 다락방인 자기 방으로 갑니다.
배달을 나갈 때 온통 고요한 어둠속에서 모두 잠이 들어있던 부모님은 깨어나 두런두런 이야기 소리가 들리고,
동생을 일어나 1층 거실에서 토요 만화를 보고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주말 토요일 아침, 가족과 동떨어져 소년은 혼자 하고 있습니다.
현 시대에 이 책을 읽는 아이들은, 독자는 어떻게 이 내용을 받아들이려나요?
아이가 왜 신문배달을 하지? 용돈이 부족한가? 무언가 사고 싶은 게 있나?
깜깜한 새벽에 왜 저 아이는 혼자 일어나 아침 밥을 차려먹고 신문배달을 나가지?
이 소년...혹시 가족내 왕따야? 이거 혹시 아동학대인거야?
이런 의식의 흐름이라니요.
30년의 세월 흐름이, 시대 변화가, 한국과 미국의 정서차이가 이런 생각의 흐름을 부르는 걸까요?
이 시대에 30년 전 책을 다시 읽는 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저는 이 책이 어린이 독자를 만나는 것도 좋지만 이 시대 부모님들과 함께 나누어보면 좋을 책이라고 생각해요.
1997년 칼데콧 수상작이어서가 아니라 이 시대에 정말 자녀교육과 양육에 있어서 중요한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의 '자아효능감'과 '독립성'"
아이가 자라 사춘기에 다다르면서 꼭 필요한 경험이 있습니다.
자기 자신을 시험하고 한계와 능력을 알게 되고 자신을 신뢰하고 믿게 되는 경험이 꼭 필요합니다.
자기 자신만의 공간에서 온전히 자신의 능력을 펼쳐보이고 자신의 왕국처럼 '나'라는 존재를 온전히 만끽하는 시간.
사실 이 책은 작가 대브 필키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어린 시절,난독증과 ADHD, 행동장애로 학교에서 문제아였던 시절.
대브 필키는 수업시간에 집중하지 못하고 낙서와 만화를 그렸고 종종 학교 복도로 쫓겨나기도 했지요.
소년은 그 상황에서도 만화를 그렸답니다.
"뭐든지 느려요.","애가 항상 문제에요."라던 소리를 듣던 자녀를 부모님은 사랑으로 믿음으로 지켜봐주셨지요.
"이런 쓸데없는 그림을 그려서 뭐가 될거야." 하며 그림을 찢어버리던 학교 선생님들과 달리 부모님은 그의 그림을 벽에 붙여주고 소중히 간직해두었지요.
그림책 속의 소년의 방은 꿈의 산실이 된 공간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아무리 부모님의 사랑과 지지가 있더라도 다른 사람의 시선과 배척을 이겨내기란 힘들었지요.
그 시절 대브 필키를 지켜준 귀한 시간과 경험이 있었답니다.
바로 10대 청소년 시절 했던 새벽 신문배달이었어요.
모두가 잠들어있던 그 시간과 공간에 홀로 깨어 자유롭게 달리는
모든 일의 과정과 여정을 그 누구보다 자신있게 익히고 잘할 수 있는
마치 승리의 개선장군처럼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그런 경험.
그 때 느꼈던 '독립심'이 자신을 지켜주었다고 후에 고백을 했어요.
그는 어린 시절, 책읽기가 힘들어 너무나 부끄럽고 비참했던 시절, 그림과 글쓰기가 자신에게 힘이 되어주었다고 해요. 자신의 책으로 어린이들이 위로를 받고 영감을 받기를 희망합니다.
사춘기 자녀를 키우고 성인이 된 지금
[새벽을 배달하는 소년] 과 같은 경험이 얼마나 소중하고 필요한 것인지 더더욱 느끼게 됩니다.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야.
온전히 내 의지로,
내가 책임지며 이 일을 하고 있어.
내가 가장 잘해!! 나는 모든 것을 책임질 수 있어!!
여긴 나의 왕국이고 내가 왕이야! "
만용과 자만심이 아닌 책임감이 수반된 독립심과 자아효능감.
그러한 것은 부모가 만들어줄 수도, 강제로 키워줄 수 있는 것도 아니지요.
모든 것이 계획표처럼 잘 짜여져있고 보호받는 환경에서, 애정이 과용되어 과보호가 되어버린 이 시대에
이런 경험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가
경험의 가치와 의미를 양육자에서 실사례로 보여드릴 수 있는 책이에요.
이런 이야기를 드리면 또 아 그럼, 신문배달 시켜야 되나 하실까요?
이 시대에 이런 경험을 아이들은 어디서 어떻게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해봐야한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저는 이 책을 아이들과는 아름다운 책으로 함께 보는 것도 좋지만,
양육자들과 양육 환경, 태도에 대해 좋은 예시 작품으로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이 책은 네이버 카페 제이그림책포럼에서 운영하는 서평이벤트에 응모하여 도서를 제공받아 제 감상을 적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