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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 걸린 뇌과학자 - 절망 속에서도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대니얼 깁스 외 지음, 정지인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8월
평점 :

출판: 더퀘스트
저자: 대니얼깁스, 터리사 H
320 pages
본 글은 더퀘스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주관적인 제 서평입니다.
알츠하이머를 진단하던 의사, 환자가 되다
평소 자신의 후각에 이상을 느끼고 있던 저자는 우연찮은 기회에 DNA 검사를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이 신호탄이 되어,
60대 초반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진단을 받게 됩니다.
신경과 의사로 수많은 환자를 진단하던 그가,
이제는 스스로 환자가 된 것이죠.
그는 곧 은퇴를 결정합니다.
이 책은
진단의 순간부터 진행되는 병의 경과,
환자로서 느낀 감정과 과학자로서의 분석,
그리고 이 병이 조기 진단되고, 언젠가 완치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까지를 서술한
의학적 기록이자 인간적인 고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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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을 대하는 이성적인 태도
이 책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의사이자 과학자인 저자가 자신의 병을 감정에 잠식되지 않고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서술하려 했다는 점입니다.
물론 인간적인 불안과 두려움이 없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는 “공포보다는 지적 탐구심”으로 병을 마주합니다.
그가 이 책을 쓴 이유는 분명합니다.
• 알츠하이머가 조기 진단될 수 있도록 대중의 관심을 높이기 위해
• 이 병에 대한 연구가 더 활발히 이뤄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 후세가 치료 혜택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과학자로서의 책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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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츠하이머란 어떤 병인가요?
알츠하이머는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타우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쌓이면서
신경세포가 손상되고 인지기능이 서서히 떨어지는 질환입니다.
특히 APOE-4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면 발병 확률이 높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 병의 무서운 점은, 증상이 나타나기 10~20년 전부터 병은 이미 시작된다는 사실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지능력이 눈에 띄게 저하된 뒤 병원을 찾게 되죠.
그때는 이미 병이 많이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저자는 조기 발견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자신도 후각 상실이라는 미세한 변화가 병의 전조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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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 진행을 늦추는 생활 습관
그렇다면, 알츠하이머는 완치가 어려운 병인가요?
지금까지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병의 진행 속도는 늦출 수 있습니다.
저자가 강조하는 일상 속 실천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꾸준한 유산소 운동
2. 지중해식 식단 유지
3. 뇌를 자극하는 지적 활동
4. 사회적 관계 유지
5. 충분하고 양질의 수면
6. 혈압, 혈당 등 만성질환 관리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게 들리는 말들이죠.
하지만 이 평범한 실천이 병의 속도를 늦추는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습관은 결국 우리의 건강을 만든다는 사실을 다시금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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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 인지능(Cognitive Reserve)이란?
같은 알츠하이머를 앓더라도,
어떤 사람은 인지기능 저하가 금세 나타나고
어떤 사람은 비교적 오랫동안 잘 버팁니다.
이 차이를 설명하는 개념이 바로 ‘예비 인지능‘입니다.
쉽게 말해, 뇌의 회복 탄력성 같은 개념입니다.
예비 인지능이 높은 사람은
손상된 뇌 회로를 대체할 수 있는 다른 경로를 더 잘 만들 수 있습니다.
이 예비능력을 키우는 방법은
새로운 경험, 교육, 지적 자극, 긍정적 정서, 사회적 교류 등
삶을 능동적으로 살아가는 방식과 맞닿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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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할 수 있는 벽돌 한 장
저자는 알츠하이머의 완치를 ‘피라미드의 꼭대기’로 표현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그 꼭대기에 도달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는 꼭대기를 못 보더라도,
그 피라미드를 쌓는 데 필요한 벽돌 하나쯤은 놓고 싶다.”
책의 곳곳에는 그런 태도가 녹아 있습니다.
의학적 기록을 남기고,
임상실험에 참여하고,
스스로의 변화를 기록하고…
그 모든 과정이 결국 누군가에겐 커다란 힌트가 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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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 일상을 지켜낸다는 것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저자가 병을 대하는 태도였습니다.
병의 진행에 대한 두려움도,
언젠가 스스로를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도
그는 감정에 휩쓸리기보다는 “지금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합니다.
가족과의 관계를 돌보고,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며,
기록하고, 배우고, 실천합니다.
어쩌면 이 책은 알츠하이머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우리 모두가 언젠가 마주할 수 있는
“삶의 소멸 앞에서 어떻게 하루를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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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분들께 추천드려요
• 알츠하이머나 치매에 대해 알고 싶은 분
• 가족 중 관련 질환이 있는 분
• 건강한 노년을 미리 준비하고 싶은 분
• 삶의 의미와 하루의 소중함을 다시 느끼고 싶은 분
• 의학적 이야기를 넘어서, 인간적인 이야기에 위로받고 싶은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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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나를 잃어갈 때도 나로 살아가기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하루하루를 의식하며 살아가는 삶의 자세가
어쩌면 가장 중요한 해답일지도 모르겠어요.
오늘도, 조금 더 나답게 살아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