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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뜬 자들의 도시 (리커버 에디션)
주제 사라마구 지음, 정영목 옮김 / 해냄 / 202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고 감동이 식기 전,
<눈먼 자들의 도시>의 4년 후 이야기라고 하길래
바로 <눈뜬 자들의 도시>를 읽어 보았다.
두 권 모두 읽어본 바로는
<눈먼 자들의 도시>를 읽어 보지 않고
바로 <눈뜬 자들의 도시>를 읽어도 되겠다 싶다.
하지만, 두 책이 서로 다르면서도 비슷한 점이 있어
서로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도 있었기에
<눈먼 자들의 도시>를 먼저 보고
<눈뜬 자들의 도시>를 보는 것을 권하고 싶다.
문장 부호 생략, 직, 간접 화법 구분 없음,
인물들의 이름이 없는 것은 두 책이 모두 같다.
사실 이것들은 책을 읽기 힘들게도 하지만,
집중해서 책을 읽게 해 주는 장점도 있다.
주제적인 면에 있어서 비슷한 점이 있다면
두 권 모두 '재난 상황'을 설정하였다는 점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눈먼 자들의 도시>는 백색 전염병으로 인한
알 수 없는 자연적인 감염 때문이라면,
<눈뜬 자들의 도시>는 백지 투표라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인위적인 백색이라는 점이
확연하게 서로 다른 상황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는
물리적으로 눈먼 자들이지만,
<눈뜬 자들의 도시>에서는
물리적으로 눈먼 자들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는 눈먼 자들이라는 것이다.
지방 투표가 실시되었지만,
선거 당일의 너무 많은 비로 인해
일요일에 다시 선거를 실시하게 되었다.
선거 결과는
우익정당 8퍼센트, 중도정당 8퍼센트,
좌익정당 1퍼센트, 기권 없음,
무효표 없음, 백지투표 83퍼센트.
백지투표의 결과에 대해 정치가들은
근본적인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사람들을 감시하고, 나아가 계엄령을 내리고,
마지막 방법으로 정부는 수도 밖으로 나가버리고는
수도의 경계를 막고 밖에서 사람들을 통제한다.
정부 조직이 없지만 사람들은 필요를 못 느끼고,
점점 초조해진 정부는 폭탄 테러로 맞서는 등
문제를 크게 만들어 가던 중
한 통의 편지로 돌파구를 찾아보려고 한다.
그 편지는 4년 전 백색으로 인한 실명 상태가
지금의 실명 상태를 유발한 것이라고 하면서
4년 전 눈이 보였던 여자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씌우려고 한다.
그들은 목표로 삼을 과녁이 필요했던 것이다.
그러나, 양심이 살아있는 한 경찰에 의해
모두 정부의 음모였음이 밝혀지고,
4년 전 눈이 보였던 여자는 죄가 없음이 알려진다.
하지만, 총알 두 발에 눈이 보였던 여자는 죽고,
세 발째의 총알은 짖던 개도 죽는다.
계엄령, 평화 시위, 5인 이상 모임 금지,
신문과 TV를 이용한 언론 플레이 등
이 책이 2007년에 출간된 작품인데도
소설 속의 내용들이 요즘에 되풀이되는 듯한
기시감이 들어 사실 깜짝 놀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