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균류 - 신비한 버섯의 삶
로베르트 호프리히터 지음, 장혜경 옮김 / 생각의집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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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지구상에는 식물과 동물, 그리고 인간이 전부인 줄 알았다. 생명이 없는 것은 인간이 만들어 낸 부속품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었음을 이 책을 통해 '균류'의 또다른 집단을 읽으며 깨달았다. 저자가 책으로만 배우고 익히고자 쓴 책이 아니고, 유년기 시절때부터 버섯에 애정을 갖기 시작하여 36년동안 균류를 향한 사랑을 전적으로 내포한 책이다.


고요한 숲에서 일어나는 버섯의 속삭임에서 부터 버섯을 향항 저자의 마음은 마지막 파트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수많은 버섯 이름과 학명이 나와서 인터넷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책 가장 뒷부분에 저자가 직접 찍은 버섯도 보이기에 앞뒤로 펼쳐가며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내가 키우는 화분만 보더라도 조금만 습하게 되면 화분에 심은 화초부분에 하얗게 실타래를 발견하곤 한다. 그것이 곰팡이라고 생각해서 이 부분을 계속 걷어내줬는데 식물과 공생하는 관계였다니. 유해한 곰팡이인지 유익한 균류인지는 모르겠지만 한번 밑에 흙과 살포시 섞어줬다. 화초가 죽는다면 유해한 균류였고, 화초가 생생하다면 유익한 균류였겠지. :)


자연결핍 "증후군"까지는 모르겠더라도 나조차도 초록을 보지 못하고 채광이 없는 집에만 머물다보면 정말이지 병이 날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건 맞다. 하루에 한번씩 꼭 햇빛을 쐬어주고 초록을 보기위해 밖으로 나간다. 하물며 시멘트로만 되어 있는 방안에 갇힌 식물들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지... 절로 숙연해진다.


어렸을 때 아빠랑 집 바로 뒤에 산을 주말마다 등산했던적이 있다. 비가 온 뒤 땅이 겉에만 살짝 마른 산을 걷고 있으면 나무와 흙, 나뭇잎에 비내음을 머금은 자연냄새와 약간의 습한 냄새가 올라온다. 나무 뿌리를 계단삼아 등산하게 되면 햇볕을 받지 않는 부분에 하얗고 노란 작은 모자들이 보인다. 그게 버섯이었고, 볼때마다 좀 신기해서 자세히 보곤 했었다. 나무와 균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한쌍이라니 이제야 이해가 되더라. 나무가 죽어서 썩어도 붙어있는 버섯들은 몇년 간 더 살 수 있다니 어마무시한 버섯의 공생력..

인류 최초의 마약이었던 광대버섯 이외에도 기가막힌 실수로 탄생한 맥주를 만들어 균류의 역사. 저자가 이해하기 쉽고 간략하게 서술했지만 그 안에는 어마무시한 경이로움 마저 느껴졌고, 자세히 봐야 보이는 작은 실타래인 균류가 맥주와 마약의 시초였다니 더 놀라웠다.


제빵은 과학이라는 말이 있다. 건강빵을 만들 때에도 천연발효종이 쓰이는데, 이 발효종 또한 균류에 속한다. 밀가루,효모,물 만 있으면 건강한 식사빵이 만들어지고 이는 분명한 식탁위의 살아있는 과학이다.


동물도 식물도 아닌 균류가 그 자체로 인정받는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균류에게는 식물처럼 세포벽은 있지만 그 속성은 동물처럼 키틴이고, 동물처럼 먹어야 산다는 의미에서 실타래처럼 작디 작은 균류의 작지만 강력한 존재감이 느껴졌다. 암기과목처럼 달달 표면적으로 외우면서 공부하는게 아닌 책으로 풀어서 균류를 자세하게 보고 나니 다시금 공부가 하고싶어 지더라.◡̈


이 책을 읽으며 지구에 사는 생명의 다양성을 실감했다. 숲과 우리가 사는 세상에 미치는 균류의 엄청난 생태학적 영향은 짐작조차 할 수가 없었던 나에게 신선한 책이었다.

다른 모든 생물체에 종속되어 살아가는 인생 파트너이기도 하지만 때론 유익하고 때론 유해하기도 한 독립적린 집단인 균류. 이 책은 아주 자세한 책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얇팍한 책도 아닌 것이 저자가 직접 보고 경험하고 사진으로 담고 하며 36년의 균류에 대한 진한 사랑이 담긴 책이다.

종속과목강문계를 늘 외우며 그 속에서 자세한 내용들은 시험 전날 벼락치기로 외웠었던게 기억나면서 생물공부에 진심이었던 고3때가 회고되던 책이다. 과학을 사랑하고 뼛속 이공계였던 나여서 그런지 더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이 책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해서 방영하면 어떨까 인기가 있을 것 같다.◡̈ 에세이나 소설에 지칠 때 한번씩 환기하기에 정말 좋은 책📚



약 12,000 년 전에 이르자 떠돌던 집단들이 야생곡물 알갱이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용의 편리를 위해 납작한 돌로 딱딱한 알갱이를 으깨었다. 그러다 보니 실수로 야생곡물의 찌꺼기를 흘렸고 그것이 비를 맞아 수분을 흡수했다.

그런데 며칠 후에 보니 실수로 흘렸던 곡물 찌꺼기와 물의 냄새와 모양이 달라져 있었다.손가락을 그 물에 담갔다 핥아 먹이보니 아주 맛이 좋았다. 와우! 맥주가 탄생한 것이다! - P80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점점 멀어진다. 자라나는 세대는 현실의 자연보다 디지털 세상이 더 친근하고 이런 현상을 "자연결핍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자연으로부터 멀어지면 우리의 인간성도 사라진다. 인간은 그 자체가 자연이기 때문이다. 우리 역시 시멘트와 아스팔트에 맞추어 진화한 생명체가 아닌 것이다.
- P32

균류가 없다면 숲의 치유력도 사라진다.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먹는다.
균류와 동물과 인간은 이산화탄소를 내뿜는다.
식물은 광합성을 통해 산소를 배출하고,
균류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그 산소를 먹고 산다.
균류와 나무는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서로 협력하며 사는 것이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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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가 말하는 Z세대의 모든 것
박다영.고광열 지음 / 샘터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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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세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 꼭 한번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90년대생이 온다> 책을 몇 년 전에 접했는데, 나 또한 90년 대생이라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기도 했고 기성세대와 Z세대 사이에서 불편했지만 인정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그런 와중에 Z세대를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편안한 책이지 않을까. <Z세대가 말하는 Z세대의 모든 것>이 담겨있는 책이라 불릴 만하다. 



저자의 소개부터 다른 책들과 다른 느낌, 바로 MBTI를 제시하고 있다는 것. 어떤 성향인지 주구장창 이야기하는 것보다 한 단어로 필자를 소개하는 것이 눈에 띄었다. INFJ인 나와 대비해서 공동 저자들의 'E'가 책을 통해 거침없이 나온 특징 같았다.사실 책을 읽기 전까지도 내가 어떤 세대였는지, 혹시 라떼 이스 홀스에 속하는 건 아닌지 30대가 되면서 생각이 많았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결핍이 되어 있었던 부분을 채워줬던 유일한 책이다. 육중완 밴드의 <끼인 세대 랩소디> 책은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그들만의 목소리를 냈었다면 이 책은 나와 같은 90년 대생인 저자 두 명이서 쓴 책이라서 그런지 더더욱 공감도 가고 이해가 가더라.


나도 갓생 살기를 하기 위해 김유진 변호사님의 너튜뷰를 월요일 아침마다 챙겨봤었다. 일주일에 단 하루, 월요일이 새로운 출발을 하기로 마음먹기 좋은 날이기에. 직장 생활을 하며 깨알같이 갓생살기를 도전했었는데, 여기서 말하는 거대한 목표와 계획이 아닌 소소하지만 확실한 성취감.

그리고 네이버 블로그에서 작년에 주간 일기 챌린지를 진행한 적이 있다. 그때도 단 한주도 거르지 않고 진행했던 적이 있다. 나는 밀레니얼세대 였지만, Z세대의 환경에 흡수되고 있었다. 모든 세대가 어우러지기는 쉽지 않지만, 이제 성인이 된 Z세대는 다른 세대와는 확실하게 고유의 색깔이 있기에 니즈가 점차 높아지고 있구나 체감이 들었다.


자신이 피해를 받은 것 같다고 느끼면 자기만의 목소리를 내세우며 스스로를 챙긴다는 점과 기성세대들보다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고 이해해 주며 자신을 스스로 보장받는 세대라고 요약해 주는 저자가 고마웠다.

내가 예민했던 게 아니었구나 싶으면서 공감이 많이 되었던 책이다. 지금 세대가 기성세대가 되면 또 다른 세대가 나올 것이고, 그 세대만의 색깔이 있는 책이 또 나오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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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가 말하는 Z세대의 모든 것
박다영.고광열 지음 / 샘터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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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 세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 꼭 한번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90년대생이 온다> 책을 몇 년 전에 접했는데, 나 또한 90년 대생이라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기도 했고 기성세대와 Z세대 사이에서 불편했지만 인정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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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서점 - 잠 못 이루는 밤 되시길 바랍니다
소서림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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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엔 어떤 환상적인 이야기가 얽혀있을까?

말도 안 되는 환상을 떠올리는 단 한순간, 잠시 현실을 잊고 쉬어가는 찰나, 그런 때를 사람들에게 만들어주는 <환상 서점> 이야기. 연서의 현실과 서점 주인과의 만남 사이에서 흐르는 기묘한 이야기기 펼쳐진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어내려갔다. 늘 에세이만 읽는 나에게 신선하고 쉼을 가져다줬던 환상 소설책.

연서가 화강암 대지인 북한산 등산을 하던 중 절벽 아래로 떨어지며 소설은 시작된다. 죽은 줄 알았던 연서는 눈을 떠보니 은하수처럼 흐르는 '금목서'(궁금해서 찾아보니 가을에 피는 꽃)를 보며 어느 한 남자를 보게 된다.

아마도 '금목서'는 <환상 서점> 소설 끝까지 누구나 가슴속에 품고 사는 은하수와 같은 존재를 작가는 소설이 끝날 때까지 품고 싶었던 게 아닐까.. 나의 생각이지만. :)

그 남자는 서점 주인인 서주. 손님인 연서와 서점 주인인 서주와의 끝난 것 같으면서도 끝나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단편적인 이야기가 계속된다.

읽으면서 단숨에 읽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소설이 스쳤다. 음양오행설과 명리학이 녹아들어서 그런지 동양적인 냄새가 구수했다.

나는 서점 주인의 계속되는 이야기 중, 두 번째 이야기(옥토)가 잔잔함이 많이 남았다. 서로 다른 별에서 만난 소년과 소녀. 서로를 알아보며 서로의 기가 막힌 타이밍에 스며들지만 너무나도 짧은 만남의 시간. 만남이 있다면 이별도 있겠지라며 던 덤덤하게 받아들이기에는 짧지만 애틋했다. 그만큼 강렬했던 옥토.

"당신과의 모든 순간을 기억하겠어."

묵직하고도 깊은 여운을 주는 <환상 서점>. 쉽사리 잠이 오지 않을 때 이 책 한권 다시 천천히 음미하면서 읽는다면 나도 연서와 같은 꿈을 꾸지 않을까. 소설을 잘 읽지 않는 나에게 선물같이 다가온 이 책이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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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시태그 스페인 자동차 여행 - 2023~2024 최신판 #해시태그 트래블
조대현 지음 / 해시태그(Hashtag)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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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tvN에서 텐트 밖은 유럽이 매주 목요일에 방영이 된다. 알람을 맞춰두고 한 시간씩 간접 여행을 떠나고, [스페인 자동차 여행] 책을 통해서 또 한 번 간접 여행을 떠난다.

책 덕분에 6년 전인 2017년 3월에 다녀온 스페인 여행 사진을 정리해 봤다. 단체로 다녀온 여행이었지만 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책에서 언급된 <베스트 코스>로 직접 운전해서 다녀오고 싶다.

자동차 여행책이다 보니 꼭 필요한 내용부터 꼼꼼하게 시작된다. 여행지 사진은 물론이고 주소, 시간, 가는 방법, 여행 계획에 필요한 꿀팁까지 굉장히 자세하게 나와있으니 한 권으로 뚝딱 가능할 것 같다.

두고두고 다시 보고 싶은 책이다. 스페인 여행을 생각했던 분들 중에 여행사가 아닌 자동차 여행을 준비 중이시라면 더더욱 추천하고 싶은 완벽 가이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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