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얘, 나는 낮에도 깜깜한데? - 마음의 빛을 보는 시각장애인 심리상담가 김현영 에세이
김현영 지음 / 저녁달 / 2026년 1월
평점 :
[서평단 이벤트]에 참여하여 도서를 제공 받아 학습 후, 솔직하게 작성한 후기입니다.
이 책은 한때 촉망받는 발레리나였으나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게 된 저자가, 절망의 구렁텅이를 지나 심리상담가이자 교수로 거듭나기까지의 치열한 삶의 기록을 담고 있습니다. 사진 속 본문 페이지들에는 저자가 겪었던 구체적인 고충들이 고스란히 묻어납니다. 비 오는 날 빗물에 비친 불빛을 지시등 삼아 걷다 폐유 웅덩이에 빠질 뻔한 아찔한 순간, 보도블록에 발을 헛디뎌 팔이 골절된 사고, 그리고 무엇보다 시각장애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주변 사람들로부터 ‘거만하다’거나 ‘인사성이 없다’는 오해를 사야 했던 심리적 고통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습니다. 저자는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 흔히 기대하는 ‘극복의 신화’를 억지로 써 내려가기보다,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마주해야 하는 어두운 현실과 그 속에서 느끼는 서운함, 분노, 그리고 두려움을 담담하게 고백합니다. 이러한 진솔함은 독자로 하여금 장애가 단지 불편함의 문제가 아니라, 일상의 모든 순간을 새로 배워야 하는 거대한 도전임을 깊이 공감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저자의 이야기는 단순히 고통의 나열에 머물지 않습니다. "나를 죽이지 못한 것은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든다"는 니체의 문장을 붙잡고 다시 일어선 그녀는, 공무원 시험 공부부터 볼링선수, 심리상담가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한계를 규정짓지 않고 세상 밖으로 나아갑니다. 사진 속 본문에서 언급된 것처럼, 어려운 용어가 난무하는 강의를 듣고 또 들으며 의미를 연결해 나가는 과정은 보는 이에게 뭉클한 감동을 줍니다. 시력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의 빛'을 보게 된 저자는 이제 자신과 같은 어둠 속에 있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입니다. 이 책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경계를 넘어, 인생의 갑작스러운 사고나 절망 앞에 서 있는 모든 이들에게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방향만 안다면 괜찮다"는 따뜻하고도 강인한 위로를 건넵니다. 어둠 속에서도 씩씩하게 걸어가는 저자의 발자취는,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던 일상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삶을 대하는 겸허하고도 당당한 태도를 가르쳐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