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비포 유 미 비포 유 (다산책방)
조조 모예스 지음, 김선형 옮김 / 다산책방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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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책을 다 읽고 덮으며 먹먹한 마음에 무슨 말로 리뷰를 써야 할지 고민했다.🥺

한때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던 한 남자가 사고 이후 아무것도 결정할 수 없는 삶의 한가운데에 놓인다. 그는 좁고 제한된 공간 속에서 단 하나의 선택—자기 죽음을 결정한다. 그 선택은 단호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았다.

평범하지만 빠듯한 삶 속에서 가족의 생계를 짊어지고 살아가던 루에게 윌의 말상대가 되어주는 그저 여섯 달의 계약직이었지만 윌과의 만남은 그녀에게 상처를 치유하고, 감정에 솔직해지며 변화에 맞설 수 있는 용기를 준다.

결국 루는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선택하고 걸어 나가게 된다.
한 사람의 소멸이 다른 한 사람의 탄생으로 이어지는 듯한 이야기.
그 아름답고도 쓸쓸한 전환이 조용히 그러나 깊이 있고 따스하게 가슴으로 전해졌다.

🔖p168 내 아들이 바라보고 있을 만한 무언가를 만들어주어야 했다. 그 애에게 소리 없이 말해주어야 했다. 지금과 달라질 수 있다고. 자라나든 시들어 죽어가든 삶은 계속된다고.

엄마의 아들에 대한 간절함이 너무도 절절하게 다가온다.

🔖p471 하지만 그 친구가 살고 싶은 마음이 있을 때 살기를 바랍니다. 그렇지 않다면 억지로 살라고 하는 건, 당신도, 나도, 아무리 우리가 그 친구를 사랑한다 해도, 그에게서 선택권을 박탈하는 거지. 같은 인간 군상의 일원이 되어 버리는 거예요.

나의 삶이 아닌 사람의 선택을 어디까지 존중해 줘야 하는 걸까? 난 어떤 선택을 하게 될 거며 내 선택은 나를 위한 것일까, 당사자를 위한 것인가, 그를 위한 선택은 정말 그를 위한 것인가 아니면 나의 양심에 의한 것인가 끝까지 고민하게 된다.
삶의 의미와 인간의 존엄, 윤리적 판단의 모호함 속에서 답을 내리기 어렵다.

🔖p485 나는 그저 순간을 살면서 윌 역시 나처럼 순간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했다. 윌이 행복하길 바란다면, 내가 먼저 행복해져야 했다.

🔖p565 당신은 내 심장에 깊이 새겨져 있어요. 클라크 처음 걸어 들어온 그날부터 그랬어요... 내 생각은 너무 자주 하지 말아요. 당신이 감상에 빠져 질질 짜는 건 생각하기 싫어요. 그냥 잘 살아요.
그냥 살아요.
사랑을 담아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길, 너답게 살아갈 너를 그런 루를 사랑한 윌의 마음이 담겨있어 가슴 먹먹해짐과 희미한 미소가 지어졌다.

10년 넘게 사랑받으며 영화로도 제작된 이 책은 개정판을 통해 작가는 초판에서의 미완을 인정하며 수정과 보완을 거쳐 감정의 결을 더욱 섬세하게 그려냈다는데 깔끔하고 세련된 문장들은 윌과 루의 변화하는 감정을 담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사랑에 관한 이야기인 동시에, ‘삶과 죽음의 결정권’이라는 무거운 질문을 품은 이 작품은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선다. 오랫동안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dasanbooks 도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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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젓한 사람들 - 다정함을 넘어 책임지는 존재로
김지수 지음 / 양양하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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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을 넘어 책임지는 존재로
#도서협찬

#의젓한사람들 #김지수 #인터뷰집

책과 함께 온 선물들에 감동했는데, 첫 장을 펼치니 내 이름이 적힌 사인이 담겨 있어 더 큰 감동이 밀려왔습니다. 이런 섬세한 마음이 바로 ‘다정함’이 아닐까 생각하며, 14인의 인터뷰를 더욱 기대하게 되었다.

『의젓한 사람들』은 ‘의젓한 마음’과 ‘의젓한 인생’이라는 두 개의 축으로, 각기 다른 일곱 명의 인터뷰를 담고 있다.

🧘‍♀️순례자 김기석님의 이야기에서..
순례길을 걸어보고 싶다. 순례자가 되려는 건 아니다. 그저 그 길에서 많은 이들이 깨닫고 배운 것을 나도 느껴보고 싶다. 나의 인생에 살아온 시간에 그리고 살아갈 날들의 불확실성에 대한 답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다.

🎤가수 양희은님의 이야기에서...
"너 이름이 뭐니?"라는 유쾌한 말 속에 사람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다는 사실이 따뜻하게 다가왔다. 이름이 불린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되는 경험. 햇빛 아래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오늘을 즐겨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인터뷰

🎬배우 박정민 님의 이야기에서..
완벽해 보이고 다재다능하다고 느낀 그에게 부족이 '뽀록'날까 두렵다는 말에 나 또한 누군가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물밑에서 끊임없이 발을 구르고 있었음을 떠올리며 공감했다.

🩺노년내과 의사 가마타 미노루님의 이야기에서..
나이가 들면서 자꾸 잊어버리는 날 마주할 때마다 난 날 한심하게 여긴다. “망각력이 대단하다”고 웃어넘긴다는 그의 말에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잊어야만 살 수 있다는 말, 그 안에 담긴 여유와 포용이 마음을 가볍게 했습니다.(자기합리화는 아니에요, 진심입니다ㅎㅎ) 물론, 중요한 20%는 잊지 않기 위해 더 노력하겠지만요.

❤️‘의젓한 마음’ 편의 인터뷰이들에게는 공통적으로 따뜻하면서도 단단한 마음이 느껴졌고, 그 마음은 결코 자신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함께를 위한 마음이다.

📊경제학자 러셀로버츠님의 이야기에서
'결정장애'로의 시간 낭비 말고 실패와 성공으로 남는 것들이 훨씬 이익이라는 라는 말에 공감하며 실수에 대한 걱정 부담을 내려놓고 그냥 해보는거다.

📝작가 마크맨슨님의 이야기에서
“뭐라도 해. 뭐라도 쓰고, 읽고, 생각나면 또 써.”
그개 '뭐라도'가 쌓이면 '뭔가'가 되어 있는 상태가 되지 않겠어.

🔨목수 마크 앨리슨님의 이야기에서
하나의 기술을 마스터하는 데 십 년의 시간이 걸린다. 완벽함이 아니라, 완벽함을 향한 여정. 그 여정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 당당함으로 이어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나의 읽고 쓰기에 대한 애정이 자부심과 당당함으로 빛을 바라길.

🧬신경과학자 리사 제노바님의 이야기에서
치매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점점 커지는 노령화 시대에서 기억력 유지를 위해 글쓰기, 외국어, 낯선 경험이 효과적이라는 조언이에 난 얼마나 많이 읽고 많이 써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잠'이 알츠 하이머 병의 발병 가능성을 현저히 낮추는 신약이라고 하는 말에 '책을 덮고 자야하나?', '현대 사회에 잠을 충분히 자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더 많은 환자들이 발생하나' 질문들이 이어지는 인터뷰였다.

📌‘의젓한 인생’ 편에서는 자기 객관화와 이성적인 판단, 현실적인 조언들이 진중하게 다가왔습니다. 인터뷰 내용이 어떤 흐름과 구성 속에 핵심 단어들을 따라 진행되어, 읽는 동안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졌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무엇보다도 감탄한 건, 인터뷰이들의 마음가짐, 생각! 자신만의 철학도 인상 깊었지만, 그 삶을 이끌어내는 인터뷰어의 질문과 태도였습니다. 누군가의 깊은 속내를 끌어낸다는 건, 그 사람에게 진심이 전해졌다는 증거일 테니까요.

❝인터뷰라는 창문으로 수많은 사람들의 인생을 관찰한 결과, 시간을 버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은 책임적 존재로의 자각이었다.❞ — 프롤로그 중에서

14인의 삶을 ‘창너머’로 바라보다 나의 삶도 창너머에서 들여다보게 되었다.

#양양하다 @yyhdbooks 도서를 제공받아
#헤세드서평단 @hyejin_bookangel 과 함께 읽었습니다. 감사해야요 🫶

#의젓한사람 #진짜어른 #책임 #용기
#교양 #인문학 #신간추천
#북스타그램 #서평단 #북리뷰 #정림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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꿰뚫는 기후의 역사 - 1만 1700년 기후 변화의 방대한 역사를 단숨에 꿰뚫다
프란츠 마울스하겐 지음, 김태수 옮김 / 빅퀘스천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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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의 변화를 인간과 지구의 역사로 풀어낸다

기후 위기는 결코 최근에 갑자기 등장한 문제가 아니다. 해수면 상승, 빙하의 감소, 북극곰의 서식지 파괴 등의 뉴스는 오래전부터 반복되어 왔지만, 대개 그 순간만 주목받고 곧 잊히곤 한다. 나 역시도 그런 뉴스들을 ‘남의 일’처럼 느끼며 살아왔던 것 같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날씨만 보더라도 변화는 이미 피부로 느껴질 정도다. ‘사계절이 뚜렷하다’는 우리의 기후 특성은 점차 사라지고 있고, 봄과 가을이 짧아지는 대신 여름과 겨울이 더욱 극단적으로 길고 강해지고 있다. 마치 동남아 지역의 열대성 스콜을 연상케 하는 폭우 현상도 점점 잦아지고 있다.
이러한 기후 변화가 단기간에 발생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프란츠 마울스하겐의 『기후의 역사』를 통해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날씨와 기후가 지구 생태뿐 아니라 인류 문명, 사회 구조, 국가 간 관계에까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폭넓게 다룬다.

예를 들어, ‘영거 드라이아스기’의 빙하기 말기 갑작스러운 추위가 찾아온 시기로 생태계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이 기후 변화가 인간의 농경 혁명을 촉진시켰다는 해석.
로마의 멸망은 초기에는 따뜻하고 습한 기후로 곡물 생산이 활발했으나, 점차 기후가 냉각되고 건조해짐으로인해 농업 기반이 약화, 자원 남용, 전염병 확산 등이 겹치며 로마 쇠퇴에 영향을 주었다는 해석.

바이킹의 몰락 역시 기온 상승과 함께 바다코끼리의 상아와 생선을 통해 식량과 교역을 유지하다 기온 하락으로 환경이 악화되자 정착지를 버릴 수밖에 없었다는 해석.
이처럼 세계사의 주요 전환점 뒤에는 종종 기후 변화라는 배경이 존재했다는 점은 놀라웠다.

기후 변화는 단지 자연 생태만이 아니라 전염병, 화폐 가치, 인구 증가, 해상 무역과 같은 정치·경제적 요소들에도 긴밀히 영향을 미친다. 저자는 특히 20세기의 온난화가 지난 2000년간 있었던 여러 온난화보다 세 배 이상 강력했음을 강조한다. 이는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인위적인 온실가스 배출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산업화로 인한 화석연료, 석유, 가스, 원자력의 무분별한 사용은 기후를 빠르게 변화시켰고, 자원 확보의 불균형은 경제 위기와 정치적 갈등을 낳았다. 더욱이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만을 앞세워 기후 협약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모습은 이기적이고 근시안적인 태도라고 생각된다.

결국 기후위기는 지구 전체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이며, 어느 한 국가나 세대만의 책임이 아니다. 이 책은 ‘지금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부와 권력은 지구가 존재하기에 가능한 것이며,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지구를 보전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bigqns2024 에서 도서를 지원
@ekida_library 와 #평친클나쓰
#도서협찬 #꿰뚫는기후의역사
#프란츠마울스하겐 #빅퀘스천
#지구를살려줘 #이러다다죽어
#기후위기 #환경 #대체에너지
#기후역사 #북스타그램 #독모
#정림올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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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달새 언덕의 마법사
오키타 엔 지음, 김수지 옮김 / 비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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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에서도 드문 마녀와 마법사들 가운데, 마녀 스이는 종달새 마을에 자리를 잡고 마법 상점을 열었다.

그 상점을 찾아온 사람들은 과연 간절한 소원을 이룰 수 있었을까?

🌱 봄이 깃든 흉터

메이의 왼쪽 팔에 남은 화상 자국은 초등학교 불꽃놀이 사고 당시, 절친 유토를 무의식중에 감싸 안으며 생긴 것이었다. 그날 이후 유토는 죄책감과 미안함에 메이를 더욱 지켜주려 했지만, 오히려 메이는 그런 유토의 행동이 부담스러웠다.
흉터를 지우고자 마녀 스이를 찾아갔지만, 스이는 “네 안에 망설임이 있기 때문”이라며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다. 고작 흉터 하나 지우는 일이었는데도 말이다.

메이와 유토는 과연 어떻게 될까?

서로를 배려한 마음이 오히려 서로의 상처가 되었고, 말하지 않은 진심은 전달되지 않았다. 누군가를 마음에 품고 있다면, 감정을 솔직히 표현해 보자. 봄날의 싱그러움처럼 풋풋한 아이들의 이야기는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 여름 바람의 행복

아내가 세상을 떠난 후, 시한부 선고를 받은 미노루는 곁에 남은 고양이 쿠로를 그리기 시작했고, 마지막 개인전을 열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무언가 아쉬움이 남아 마지막으로 한 점을 더 그리려 했고, 그 과정에서 결국 몸이 악화되어 쓰러지고 만다.

정신을 차린 곳은 병실이었고, 곁에는 마법 의뢰를 받았다며 마녀 스이가 서 있었다. 도대체 누가 그녀를 불러낸 걸까?

사랑하는 이와의 이별 앞에서, 우리는 아픔보다도 행복한 기억이 더 많기를 바란다. '떠난 후 후회해도 소용없다, 있을 때 잘하라'는 말처럼, 함께 있을 때 서로 웃고 사랑하며 최선을 다해 살아가자. 그때의 기억이 죽음의 문턱에서 “행복했느냐”는 질문에 대한 따뜻한 대답이 되어줄지도 모르니까.

☔️ 가을비의 이정표

책을 사랑하는 할아버지 덕분에 글을 좋아하게 된 하루코는 오랜 도전 끝에 작가로 등단했다. 단행본 7권, 문고본 15권을 출간하며 왕성히 활동했지만, 점점 출판사의 요구가 짙게 반영된 글을 쓰게 되며 글쓰기에 대한 괴로움만 남았다.

어느새 1년 가까이 작품 활동이 끊겼고, 출판사들의 연락도 뜸해졌다. 소설을 쓰고 싶지만, 쓰고 싶은 이야기가 없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하루코는 종달새 언덕의 마녀를 찾아간다. 과연 다시 글을 쓸 수 있을까?

❄️ 겨울이 끝나면

사랑하는 연인 유카를 떠나보낸 뒤, 형은 모든 감정을 잃고 웃음만 남은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런 형을 위해, 동생 도키오는 무언가 해주고 싶었다.

유카의 1주기에 그녀의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오르골에서는 소리가 나지 않았고, 수리를 맡기기 위해 찾아간 곳에서 스이는 그것이 ‘마법이 깃든 오르골’이라고 말해준다.
떠나는 이가 남은 이를 위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마법—오르골의 소리에 형은 1년간 꾹 눌러둔 슬픔을 쏟아냈다.
죽은 이는 산 사람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을까?

그렇지만 때로는 떠난 이가 남은 이에게 위로가 되기도 한다. 남겨진 이들이 겪는 슬픔과 애도는 삶의 방향을 바꾸고, 한층 성숙한 사람으로 변화시킨다. 그렇게 보면, 죽음조차 마법처럼 위로가 되어줄 수 있는지도 모른다.

이처럼 사계절을 담은 이야기들은 상실, 위로, 희망, 극복의 감정을 차분히 풀어낸다.
죄책감을 덜고 싶어, 사랑하는 사람의 부재를 받아들이고 싶어, 자신의 꿈을 지키고 싶어서… 사람들은 마법을 원했고, 마녀 스이는 그 소원을 들어주기도, 거절하기도 했다. 하지만 마법 상점을 찾아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람들은 자신만의 해답을 찾아가고 있었다.
결국 마법은 아주 특별한 일이 아니라,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나의 마법사나 마녀는 곁에 있는 누군가였을지도.
사람들은 기적 같은 일을 두고 “마법 같다”고 말한다. 그것은 간절함 끝에 다다른 마음의 답이 아닐까.

당신이라면, 종달새 마법 상점을 찾아가 어떤 소원을 말할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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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 번째 레인
카롤리네 발 지음, 전은경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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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주인공 틸다는 수학 석사 논문을 쓰는 대학생이다. 여유로운 캠퍼스 생활보다는, 알코올 중독자인 엄마와 어린 동생
이다를 돌보는 일로 채워진다. 자유롭고 무념한 마음을 만들고 싶지만, 현실은 늘 발목을 붙잡는다. 그런 그녀에게 유일한 위안은 수영장에서 ‘스물두 바퀴’를 헤엄치는 시간이다. 그 순간만큼은 오직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며, 잠시나마 세상과 단절된 평화를 누릴 수 있다.

🔖p.56 “나는 이다가 언제나 구원의 순간을 그렸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아름답고도 슬프다.”

이다는 어린아이답지 않게 자신의 감정을 그림으로 표현하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늘 불안과 두려움 속에 살아가지만, 언니 틸다를 통해 점점 단단해진다. 그녀가 그려낸 ‘구원의 순간’은 두 자매가 처한 현실을 더욱 가슴 아프게 만든다.

엄마는 술에 취해 아이들을 힘들게 한 다음 날이면 늘 계란후라이를 만들어 식탁에 올린다. 그것은 사과의 표현이지만, 그 음식은 오히려 아이들의 마음속에 상처가 켜켜이 쌓였다는 증표처럼 느껴졌다.

틸다의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 마들렌의 태도에 화가 나는 감정 역시 충분히 공감된다. 겪어보지 않은 상황에 대해 쉽게 내뱉는 말은 때로는 칼처럼 날카롭게 상대를 아프게 할 수 있다.

🔖p.105 “나는 요란하게 웃고, 이제 내가 울지 않아서 기쁜 이다는 미소를 짓는다. 나는 여전히 눈물을 흘리지만 큰 소리로 웃기도 한다. 나에게는 이다가 있다. 이다에게는 내가 있으니까.”

가족이란, 때로는 세상에서 유일하게 의지할 수 있는 존재다. 틸다는 이다의 방학을 맞아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선택지를 주고, 이다의 의견을 존중하며 함께 결정한다. 그 모습은 단순한 자매애를 넘어 어머니와도 같은 따뜻함을 느끼게 한다.


🔖p.167 “이 나이 작은 손이 내 손을 잡는다… 나는 슬프면서도 행복해서, 행복보다 슬픔이 더 큰지, 아니면 슬픔보다 행복이 더 큰지 모른다.”

박사과정을 위해 멀리 떠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에 이다는 언니를 진심으로 응원하지만, 두 자매는 서로의 슬픔을 감추려는 이 장면에서 나 역시 그 감정을 함께 삼킨 듯, 마음이 뭉클했다.


🔖p.222 “고열을 통해 정말로 뭔가 잃어버리거나 작별한 것처럼 왠지 모르게 더 가벼워졌다. 배 근처에 언제나 존재하던 무서운 것이 사라지고 없는 느낌이다. 무거웠던 그 느낌을 금방 다시 떠올릴 수 없다. 사라졌다. 정말로 사람 졌다. 이제 더 많은 공간이 생긴 배 안으로 가을 공기를 끌어들인다.”

틸다는 심한 고열에 시달리며 혼미한 정신 속에서 오랜 고통을 조금씩 흘려보내는 모습이 스스로를 회복 해가는 모습으로 보여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돌보는 이다의 모습에서는 점점 어른스러움이 묻어난다. 메모를 들고 꼼꼼하게 장을 보는 모습에서는 대견함마저 느껴졌다.

틸다에게 찾아온 빅토르는 그녀가 새로운 감정을 느끼고, 새로운 꿈을 꿀 수 있음을 알려주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이별을 통해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며, ‘작별’이 반드시 끝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너무 어린 나이에 홀로 서야 했던 틸다는, 가정을 탓하거나 세상을 원망하기보다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며 하루하루를 버텨냈다. 그런 언니가 있었기에 이다 역시 걱정을 뒤로하고 단단하고 현명하게 자랄 수 있었다.

두 자매는 서로가 서로의 버팀목이자 성장의 원동력이었다. 그들의 모습에서 나와 내 동생이 떠올랐다.
삐뚤어지지 않고 잘 자라줘서 고맙고 수고했다.


소정의 원고료를 받고 작성한 주관적인 글입니다.
@dasanbooks @ekida_library 감사합니다.

#장편소설 #성장소설 #독일소설 #소설추천
#북스타그램 #도서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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