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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라노에서 온 편지 - 밀라노의 숨은 기적 찾기
박홍철 지음 / 생활성서사 / 202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생활성서사에서 나온 [밀라노에서 온 편지]는 박홍철 신부님이 월간 [생활성서]에 2년간 밀라노 곳곳의 신앙의 보화들에 대해 연재했던 짧은 에세이들을 모아 엮은 책이다.
우리에게는 패션과 쇼핑의 도시로 알려진 밀라노에 숨겨진 가톨릭 성지 및 교회와 유명 미술관 내 성화와 조각품들, 밀라노와 관련된 주요 성인들에 관한 전설과 더불어 신부님 본인의 감상 및 묵상글이 담겨 있다.
교의미술을 전공한 신부님이니만큼 교회 및 성미술품에 대한 설명과 감상이 주로 담겨 있으나 이 외에도 밀라노 이곳 저곳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고 여행 중 만났던 친구들과의 일화 등이 있어서 마치 함께 여행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밀라노가 화려한 도시라고만 생각했는데 성지와 성인들, 이야기거리가 많은 도시임을 알게 되어 가톨릭 신자로서 이태리 성지순례 때 들러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는 그림과 사진 자료가 풍부해서 신자가 아니어도 밀라노와 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저자 박 신부님을 소개하면, 가톨릭 교회가 믿고 가르치는 교의(교리)를 현대적 예술의 형태로 가시화하는(예술적으로 재해석해서 표현한) “교의미술”을 공부하고자 밀라노의 브레라 국립 미술원에서 유학해서 석사학위를 받으셨다고 한다. 요즘 예술 작품 감상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늘고 있고, 관련 강의도 TV나 유튜브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데, 대중에게는 교의미술이 낯선 분야이기에 여러 매체를 통해 소개될 기회가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신자들이 가톨릭의 고대 및 현대 성미술품들을 바르게 이해하고 감상할 때 예술적 안목뿐 아니라 신앙심도 깊어질 것이다.
추천대상
교회 미술에 관심 있거나 공부 중인 분
이탈리아 여행 전에 밀라노와 교회 미술에 대한 배경지식을 쌓고자 하는 분
미술 작품에 대한 감상과 묵상을 공유하고 싶은 분
교회 미술에 관한 감상 능력을 키우고 싶은 분
여행 에세이 좋아하시는 분
<책 속으로>
아무런 열정도, 마음의 갈등도, 불확실한 것도, 의심도, 심지어는 좌절도 없이 신을 믿는 사람은 신을 믿는 것이 아니다. 그는 다만 신에 관한 생각을 믿고 있을 뿐이다.
-스페인 작가 우나무노의 시 [신을 믿는 것]
1930년대 밀라노에서 활동했던 화가 루치오 폰타나는 빈 캔버스에 단지 칼로 죽 긋기만 한 작품을 선보였습니다. 당시 그림을 본 이들은 야유를 보냈지만 그는 캔버스 ‘틈’을 통해 보이는 것 너머 보이지 않는 ‘무한’을 탐구하고자 하였습니다. 불안한 존재의 고뇌 속에서 이해할 수 없는 삶의 부조리함을, 어찌 ‘보이는 것’에만 의지하여 답할 수 있을까요. 익숙하게 정렬된 일상의 틈을 찢고 우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신비를 향한 손짓이 필요합니다. -p.133
1000년 무렵 유럽에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몸과 피의 실재 현존을 부정하는 성체에 대한 이단 사상이 급속도로 번져 갔습니다. 1171년 3월 28일 부활절에 한 사제가 ‘산타 마리아 인 바도’성당에서 축성한 성체를 쪼개는 순간, 들고 있던 성체에서 끊임없이 붉은 성혈이 뿜어져 나오게 됩니다.....그 광경을 여러 신자들이 목격했습니다. ..다른 성지의 얌전한 성혈 자국에 비해 여러 갈래로 뿌려진 흔적을 보면서, ..누가 저토록 피가 퍼지게 예수님을 찔러댄 것일까요. ...기적은 때론 타락한 시대에 경고의 의미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p. 2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