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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파 레오 14세
매튜 번슨 지음, 김민 옮김 / 생활성서사 / 2025년 8월
평점 :
저는 아무 공로없이 뽑혔고 지금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여러분 앞에 한 형제로 나아와, 하느님 사랑의 길을 여러분과 함께 걸어가며 여러분의 믿음과 기쁨을 위하여 봉사하는 종이 되고자 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가 모두 한 가족으로 하나되기를 원하시기 때문입니다. 사랑과 일치는 예수님께서 베드로에게 맡기신 사명의 두 가지 측면입니다.
-레오 14세 교황의 즉위 미사 강론 중에서-
지난 4월 한국인에게 친숙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하셨고 5월 8일, 모두가 궁금해하던 새 교황이 선출되었다. 바로 레오 14세 교황, 가톨릭 역사상 처음으로 미국 출신 교황이라는 점은 전 세계적 이슈가 되었다.
생활성서사 신간 ‘파파 레오 14세: 교황 레오 14세 전기’는 레오 14세 교황님이 어떤 분인지 소개한 책이다. 책이 다이어리 크기이고 매우 가볍지만, 내용은 꽤 알찼다. 미국 신학자이자 가톨릭 미디어 분야 전문가가 저자라서 대중 접근성이 좋게 쓰였다.
트럼프 재집권, 전쟁 등으로 세계 정세가 급변하고 있는데다 역사상 처음으로 초강대국 미국인 교황이 선출된 만큼, 다양한 이슈들(난민, 동성애, 기후변화, AI 기술혁명, 전쟁, 사회정의, 분열, 등)에 대한 새 교황의 입장은 어떤지, 앞으로 어떻게 가톨릭계를 이끌 것인지를 궁금한 분들이 많을 것이다. 또한 2027년 WYD(세계청년대회)를 준비해야 하는 우리나라는 새 교황님이 어떤 가치를 추구하시는지를 자세히 알아야 한다. 이 책을 보면서 레오 14세야말로 현 시대가 원하고 필요로 하는 교황임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은 교황님의 성장배경, 여러 지역에서의 선교 활동, 교회, 수도원, 교황청 내에서의 다양한 역할 수행, 다양하고 민감한 이슈에 대한 발언들, 그 분에 대한 전문가들의 논평들에 대해 간결하게 설명해주기 때문에 이런 면에서 지식이 필요한 분들에게 필요한 책이라고 생각된다.
특히 그 분의 폭넓은 경험들에 초점을 두면서, 왜 ‘다양성 속의 일치, 통합’이 필요한 현 시대의 교황으로 선출될 수밖에 없었는지를 다각도에서 살펴본다.
p. 14 콘클라베의 추기경들이 그를 선택한 이유는, 그가 사도좌의 전통적인 칭호이자 상징에 걸맞게 참된 평화를 위한 ‘다리를 놓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레오 14 교황에게는 전례없는 시기에 전례없는 수준의 가교 역할이 기대된다. 그의 선출은 보수 성향과 온건 성향, 진보 성향의 추기경들이 합심하여 이루어낸 결과이며, 또한 그는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사이의 가교이자, 프란치스코 교황과 함께 시작된 라틴 아메리카의 경험과 교회의 심장 로마 사이의 가교라고 할 수 있다....또한 전임교황들과 제2차 바티칸 공의회, 교회의 교부들, 레오 13세 교황과 그의 사회교리 회칙(새로운 사태)을 연결하고 통합하는 다리를 놓는 사람이다. -
레오 14세는 온유하면서도 가톨릭 진리에 관한 한 결코 타협하지 않는 인물로 알려졌다. 그분이 교회 가르침을 수호하기 위해 주요 이슈들(젠더 이데올로기. 낙태, 생명 존중)에 대해 강하게 목소리를 낸 것에 대해서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그 분이 아우구스티노회 국제 수도회를 운영하는 총장이었던 때의 일처리 방식이 인상 깊었다. 모든 지도자들이 본받아야 할 자세라고 생각된다.
p. 163 당시 총장은 수도자 수가 장기적으로 감소함에 따라 관구를 통합하고 일부 사도직의 문을 닫는 것과 같은 민감한 과제를 맡고 있었다.. 총장은 극도로 효율적인 식별 과정을 따랐고 이런 방식 덕에 늘 만장일치는 아니어도 그가 최종 결정을 내릴 때 다들 평화로운 감정을 느꼈다고 증언했다. ..그는 항상 먼저 모든 이의 말을 경청하고 거기에서 배우는 것으로 시작했다. 그 다음, 자신이 들은 내용과 배운 것을 종합해 다시 자신의 언어로 표현하였고 그럼으로써 각 사람의 입장과 우려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음을 직접 보여주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말이 실제 경청되고 있음을 느끼고 확인할 수 있었다...
교황 선출 과정에서 추기경들 간에 쟁점이 되었던 부분들에 대한 설명, 그리고 요한바오로 2세, 베네딕토 16세, 프란치스코 교황 등 역대 교황이 마주했던 다양한 시대적 도전들과의 비교를 통해, 현 교황이 직면한 과제에 대해 명료하게 제시한 부분도 인상 깊었다.
p.188..그것은 바로 새 교황이 교회 내 존재하는 분열...을 과연 극복할 수 있는 인물이냐는 점이었다. 이 문제는 교회의 연속성이라는 주제와 직결되어 있다 전 교황의 개혁 노선을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벗어날 것인지, 중용적이고 통합의 길로 갈 것인지가 중요 관건이 된 것이다...
이 책은 레오 14세가 이 시대가 필요로하는 교황임을 여러 측면으로 확인시켜 주었다. 교회의 전통과 교리에 충실해서 보수적 신자들의 지지도 받으면서, 빈민과 이민자에 대한 관심과 풍부한 경험은 진보적이었던 프란치스코 교황의 가르침을 계승하는 것 같다. 또 수도회 총장이었고 바티칸 행정 경험도 갖췄기에 그야말로 다양한 이들의 갈등을 조정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교황님의 이런 리더십이 교회나 종교계뿐 아니라 국제 사회에서도 큰 영향력을 발휘해 세계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기도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