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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진 신부의 인생 수업 : 가족 편 - 가톨릭신문 13년 연재 ‘세상살이 신앙살이’ 총정리! ㅣ 강석진 신부의 인생 수업
강석진 지음 / 생활성서사 / 2023년 3월
평점 :
가족은 실제 사이가 어떻든 세상에서 나와 가장 가까운 존재다. 가족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공동체이며 가족 구성원은 사랑하고 존중하면서 서로에게 힘든 삶의 안식처가 되어주길 기대한다. 그런데 세상에서 가장 고민스럽고 괴로운 일도 따지고 보면 가족 때문일 때가 많다. 하다못해 정신과나 상담소를 찾는 이들의 고민 중 가장 많은 사례가 바로 '가족' 때문이라고 한다.
마더 테레사는 “사랑은 가장 가까운 사람, 가족을 돌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말씀하셨다. 가족에 대해 우리는 어떤 생각과 태도를 가지며 살아야 할까? 여러 가족의 사연을 통해 가족이란 무엇인지, 어떻게 소통하고 이해하며 사랑할 것인지 생각하게 하는 책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생활성서사는 가톨릭신문에서 13년간 연재된 인기 칼럼 ‘강석진 신부의 세상살이 신앙살이’를 총정리해, ‘가족’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강석진 신부의 인생 수업, 가족 편』을 출판했다.
이 책에는 수도 사제이자 상담 전문가인 강석진 신부가 25년 동안 여러 곳에서 소임을 하면서 보고 들었던 수많은 신자분의 가족 관련 사연들과 이를 바라보는 신부님의 시선과 묵상이 들어 있다. 각 사연 당 4-5 페이지 분량이므로 책읽기를 어려워하는 이들에게도 전혀 부담이 없다.
가족 간의 크거나 사소한 갈등, 가족의 죽음, 부부 문제, ‘배우자 아흔 명’과 함께 산다는 성직 수도회의 좌충우돌 수도 생활, 진심이 담긴 말의 중요성, 죽음을 앞둔 이 혹은 그 가족의 간절하고 아름다운 기도 등 다채로운 ‘가족’ 이야기가 담겨 있다. 특히 사춘기 자녀와의 갈등의 경우, 어찌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부모는 상담 등 나름의 방법으로 노력해 보지만, 때로 응답은 전혀 기대하지 않은 방법으로 돌아오기도 하는 사례들은 학부모가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또 구성원 간의 성격 및 가치관 차이, 역할 분담, 소통 부재를 지혜롭게 해결한 분들의 사례를 통해 현재 내가 겪는 문제의 해법도 간접적으로나마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대단한 사연들은 아닐지라도 읽으면서 어떤 사례들은 크게 공감도 가고 간과했던 것들에 대해 반성하고 지혜도 얻으면서 가족과 신앙에 대해 생각해보는 사순 시기를 보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는 의미 있었다.
이 책은 신부님이 접했던 가족들의 다양한 사례와 이를 신앙적 시선으로 바라본 간결한 묵상이 담겨 있으므로 어떤 류의 독자라도 부담 없이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신앙적 관점으로 가족을 바라보고 문제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다가오는 5월은 가정의 달이므로 이 책을 영세자에게 주변 신자에게 권유하거나 선물로 주면 의미있을 것이다.
<추천대상>
1. 아직은 성경공부나 신앙 관련 책은 읽기 부담스러워하는 예비신자나 냉담을 풀려는 신자
2. 가족에 대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신앙과 가족에 대해 생각해보고 싶은 분
3. 현재 가족 문제를 겪고 있어 위로나 지혜가 필요한 분
4. 가슴 따뜻해지는 사연을 읽고 싶은 분
5.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싶은 분
6. 가족 관련 상담을 하는 봉사자분
7. 5월 가정의 달에 주변에 책선물을 하고자 하는 분
< 책 속으로>
사랑하고 성장하며, 싸우고 아파하며, 고민하고 용서하며, 결혼해 서툰 엄마 아빠로 살며, 나이 들고 죽음이 늘 아른거리며,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고 ‘단지 살고 있으니 살아야 하는 세상’ 속 가족들의 이야기입니다. 그것을 글로 쓰면서 제가 할 수 있었던 일은 그들을 위해 기도하고, 함께 아파하고, 함께 웃고, 함께 우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가족’이기에 서로가 주고받았던 삶의 이야기는 놀라움과 고통스러움이 교차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족은 가족이기에 그 자체로 소중함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가족’은 영원히 매력적인 주제일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머리말, 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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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총은 마지막에 터지더군요.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복잡한 마음 때문에 그냥 잠이 들고 말았어요. 그러다 얼마쯤 잤을까! 화들짝 깨어 눈을 떴더니, 아벨이 차창 밖을 보면서 울고 있는 거예요.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미안하다며 천천히, 지난 이야기를 해 주더군요.
사실 ‘학교에 왕따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를 몇 번 도와준 적이 있고, 그러다 보니 알게 모르게 자신도 왕따가 되더라.’라는 거예요. 이런 상황이 너무 힘들어 아빠에게 묻고 싶었지만 왠지 아빠는 왕따 친구를 친구로 삼은 것 자체를 야단칠 것이라는 생각이 들더래요. 그 후로 학교도 싫고, 공부도 싫었던 거예요.
그 말을 듣고 ‘그런 마음도 모르고 공부 안 한다 야단만 친 내가 미안하다.’면서 눈물을 닦아 주고, 등을 두들겨 주었어요. 그랬더니 아들 녀석이 제 품에서 한참을 우는 거예요.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찢어지는 것 같아 그만 같이 울고 말았어요. 달리는 기차 안에서 부자가 서럽게 엉엉 울었어요.” -인내 속에 싹튼 깊은 신뢰, 50-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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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냥 유가족의 눈물 한번 닦아주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그럴 때 위로해주는 사람은 잘 모를 수 있겠지만, 위로를 받는 유가족은 문상객의 진심 어린 마음을 통해 큰 위로를 받는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한 번뿐인 우리네 삶, 그 어떤 선종 소식일지라도 ‘호상’은 없습니다. 그저 부활을 굳게 믿으며, 극복해 나가야 할 슬픔의 빈자리가 크게 있을 뿐
호상이란 없습니다. 85~8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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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리반을 개설한 지 아마 몇 주 안되었을 때입니다. ..저는 그날 하느님 이야기를 하면서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경험을 통해 아버지에 대한 사랑을 예로 들면서 하느님 이야기를 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학생 하나가 교리실 밖으로 나가버리는 겁니다.....그 후 학생이 말했어요. “신부님은 어릴 때 아버지라는 사람에게 죽도록 맞아본 적이 있나요? 그리고 심지어 그 아버지란 사람으로부터 칼에 찔려본 적도 있나요?.....그런데 그런 아버지를 믿으라고요? 아뇨, 저는 그런 신은 안 믿습니다.”..살면서 제가 가진 좋은 경험이라는 것이 상대방에게도 다 좋은 경험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 나의 아버지, 하느님 272-27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