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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나는 학교에 간다
오토다케 히로타다 지음, 전경빈 옮김 / 창해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어린 시절에는 뭐든지 잘했다고 칭찬 듣고, 사랑 받고, 관심을 받으면서 내가 없으면 이 세상도 안 돌아갈 것만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커갈수록 느끼는 것은 나는 세상의 극히 작은 일부일 뿐, 내가 없어져도 세상은 여전히 잘 돌아갈 것이라는 사실이다. 내 존재감의 미약함이 슬프지만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여기, 존재감이 강한 한 사람이 있다.
“우리 선생님은 몸이 불편해서 할 수 없는 일도 많지만, 우리 선생님이 아니면 배울 수 없는 것도 많아요.”
오토다케 지음, ‘그래서 나는 학교에 간다’를 읽으며 가장 부러웠던 말 한마디가 저것이다. “우리 선생님이 아니면 배울 수 없는 것도 많아요.” 있어야만 하는 존재, 있을 수 밖에 없는 존재. 오토다케의 책들을 읽으며 매번 느끼는 사실은 역시 이 사람은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엔 오토다케보다 내가 더 가진게 많아 보일지 모르겠지만 들여다보면 금방 나보다 가진게 훨씬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오토다케의 미래에 그려질 모습으로 ‘교사’의 길을 택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시작 된다. 인간은 모두 ‘잘 살고 싶다’는 소망을 품고 이 세상에 태어나지만 자라나는 환경이나 만나는 사람들의 영향으로 마음의 병을 얻어 바람직한 길을 벗어나는 경우가 생긴다. 그것을 눈여겨보다가 그 궤도를 수정해주는 것이 부모와 교사,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다.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자라느냐에는 그 아이가 처음부터 속에 담고 나온 자질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그 자질들을 얼마나 소중히 아껴주고 키워주냐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절대적으로 어른들의 몫이라고 생각된다.
교육의 중요성을 극단적인 상황 설정으로 가정해보면, 머리가 총명하고 착한 한 아이가 있는데 아버지가 알코올 중독으로 가족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그걸 견뎌내지 못한 엄마는 결국 자살을 하게 된다. 이러한 가정에서 살아가는 아이가 훌륭한 사람으로 클 수 있겠는가? 긍정적인 결과 예측이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불행한 가정의 모습이 텔레비전 속에서만 그려지는 것이 아니라 현실 속에서도 적지 않다. 그런데 저 아이를 관심 밖의 문제아로만 여기는 것이 아니라, 힘든 상황 속에서도 잘 버텨줘서 고맙다고 힘내라고 격려해주고 도와주는 선생님이 계셨다면 그 아이의 미래는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그려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오토다케를 통해 해 보는 것이다.
장애는 불편하지만 불행하지는 않다던 - 어두운 성격도 나쁘지 않다던 인식을, 장애가 있으면 어떠냐는 인생관을, 체벌의 긍정적인 측면을 볼 줄 아는 오토다케.
온실의 화초처럼 조그만한 자극도 막아주고 상처를 받고 그것을 치유해 볼 줄 아는 기회도 박탈해버리는 오늘날과 같은 추세에 진정 아이를 위하며 어른으로 키워나가는 길은 아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실망해야 될 부분은 실망을 하도록 두며 그렇게 실망을 느끼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음에는 더 잘해내서 실망하지 않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다.
사실 나는 운동회의 달리기 시합에서 순위를 매기지 않고 다 같이 손을 잡고 결승점에 도달한 어느 학교 얘기를 들으면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를 했었다. 그러나 오토다케의 교육관을 접하고 보니 지금 당장의 상처 받는 것을 두려워하여 경쟁을 제외하고 평등한 결과만을 추구하는게 과연 옳으냐 하는 의문점이 들었다. 거기다가 장애를 가진 사람은 경쟁보다 평등을 원할 것 같았는데 장애를 가진 오토다케가 교육을 받는 기회는 평등해야 되지만 결과까지 평등할 수는 없지 않냐고 야무지게 말하는 것을 보면서 정말 오토다케 자체도 너무 훌륭하지만 그가 그렇게 훌륭한 어른으로 자라기까지 이끌어준 주변의 사람들도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미래의 내 아이들, 우리의 아이들에게 나도 그런 사람이 되야겠다는 다짐이 든다.
사람들은 다 각자만의 색깔이 있다. 그런데 갈수록 사람들은 다 똑같아져 가고 있다. 그렇지만 사람과 사람은 서로 다를 수 밖에 없고 달라야만 한다. 다른 사람과의 다른 부분을 부끄럽게 여기며 다른 사람과 똑같은 색깔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과 다른 사람과의 다른 부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큰 생각과 넓은 마음, 그리고 자신만의 색깔을 가진 사람. 보다 바람직한 것은 후자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은 멀리서 찾을 것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관심과 포용력이면 충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