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민 토킹
미리엄 테이브스 지음, 박산호 옮김 / 은행나무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보따리 작가라고 불리는 #김수자_작품이다. 짐 위에 앉은 작가의 뒷모습은 작품 여러 곳에서 보인다. 알록달록한 보자기로 싸매진 짐을 차곡히 쌓아 어디로 향하는 것인가? 펼쳐진 풍경과 어울리지 않은 색감, 시대적 감각 등은 사연을 불러일으킨다. 고향과 집을 나서 어디로 떠나는 그들의 마음은 어떠할까? #김수자 작품의 뒷모습은 #위민토킹 속 여인들과 닮았다. 꽁꽁 싸맨 짐 위로 눌러 앉아 먼 길 떠나는 그들의 사연은 과연 무엇인가?

2005년과 2009년 사이에, 볼리비아의 외딴 메노파 신자들의 공동체에 모여 사는 여러 명의 소녀와 성인 여성들은 아침이면 머리가 멍해진 채 고통을 느끼며 잠이 깼다. 그들의 몸 여기저기에 멍이 들고 피가 흐르고 있었다. 간밤에 폭행을 당한 것이다. 그 폭행은 유령과 악마의 소행으로 치부됐다. 여자들이 지은 죄 때문에 신이나 악마가 내리는 벌이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고....중략..... 마침내 이 마을에 사는 남자 여덟 명이 동물용 마취제를 써서 여자들의 의식을 잃게 하고 강간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위민 토킹, 첫 페이지)


이 이야기는 이렇게 몇 줄로 요약되어 세상에 알려진 실화이다. 하지만 시간과 공간을 가리지 않는 성폭력, 가부장적 권위에 억압된 여성 및 약자, 종교적 폭압 아래 강요된 침묵 등이 자신들이 과연 동물과 다른 인간인가? 생각하는 존재가 되어도 되는가? 상황과 문제에 저항해도 되는가에 대한 그들의 이야기를 300여 쪽 가까이 풀어놓는다. 피해자와 여덟 명의 가해자가 속한 공동체 안의 질서는 견고해서 밖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신의 뜻을 거스르고 스스로 존재를 부정해야 하는 역사의 뿌리가 깊은 문제이다. 21세기에도 여전히 '명예살인' 미명 아래 연간 2만명 가까운 여성이 희생된다. 그들에게 자신의 신체와 인격에 대한 권리를 부여하지 않고 그들을 가족의 소유물로 여긴다(카믈라 히야트, 파키스탄인권위원회 발언). 국가와 종교는 다르지만 침묵을 강요하고 존재를 부정 당하는 그들에게 목소리를 부여해야 한다. #위민토킹 속 여인들은 목소리를 내고, 생각을 드러내며 행동을 옮긴다. 비록 자신의 땅을 떠나 봇짐을 진 상태이지만 자유를 가진 채 새로운 터를 잡고자 떠나는 것이다. 그들 스스로 외친다. 쫓겨난 것이 아니고 떠나는 선택을 하였노라고. #

위민토킹 이야기는 불친절하다. 기승전결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없다. 사건에 대한 첫 페이지 언급 외에 여인들의 대화가 이어진다. 사건을 인식하고 가해 남성들이 공동체 밖 국가 공권력에 의해 체포되어지고 나서 대책을 세우기 위한 은밀하게 나누는 대화가 전부이다. 그들 간에 대화는 공동체에 대한 순응, 침묵, 대응, 저항 등을 담아 각각 행위가 가질 의미, 자신의 생각을 표현한다. 문명화된 것으로부터 철저히 배제당한 여성으로서 순수한 저항, 자신을 지켜내기 위한 자율적 의지 등이 드러나는 대화는 그 어떤 혁명적 선언보다 숭고하고 때로는 아름답다. 여자로서, 엄마로서, 인격으로서 지켜내고 싶은 스스로를 주장한다. 그들의 결론은 이 공동체를 떠나는 것이다. #김수자 작가의 떠남은 때로 기존의 질서에 대한 부정, 기존 상징물을 대신하여 새로운 객체로 채워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저항으로 해석한다. 공동체를 등지고 떠나는 여인들의 삶은 미지수다. 가부장적 질서 아래 눌려서 부정 당한 삶과 사람을 다시 세워가는 과정이다.


■ 오나는 나에게 살로메 프리센, 즉 만만찮은 인습타파주의자인 그녀가 어제 회의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기'는 사실상 선택이 아니지만, 여자들이 거기에 표를 던질 수 있게 해서 최소한 그들에게도 선택할 권한이 있다고 느끼게 하는 거라고 말했다고 전해주었다. (23p)

​■ "우리는 목소리 없는 여자들이야. 우리는 시대에 뒤떨어지고, 우리가 지내는 곳에서도 붕 뜬 존재이고, 심지어 우리가 사는 나라 말도 하지 못해. 우리는 고국이 없는 메노파 신자들이야. 우리에게는 돌아갈 곳이 없고, 몰로치나의 동물들조차 제 보금자리에서 우리 여자들보다는 안전하게 살고 있어." (91p)

​■ "시간이 우리의 무거운 마음을 치유해줄 거야. 궁극적인 목표는 우리의 자유와 안전이야. 그런 목표를 달성하는 데 방해되는 게 남자들이고."(105p)


■ "우리 중 그 누구도 남자들에게 뭔가 요구해본 적이 없어. 단 한 번도. 심지어 소금을 건네달라거나, 돈 한 푼 달라거나, 혼자 있고 싶으니 나가달라거나, 빨랫줄에서 다 마른 것들을 걷어 와달라거나, 커튼을 열어달라거나, 새끼 망아지들을 살살 다뤄달라거나, 그런 부탁조차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열두 번째 혹은 열세 번째로 아이를 몸밖으로 밀어내면서도 등허리를 좀 잡아달라고도 못해."(177p)

​■ "그래. 존재하지. 하나의 단어로, 개념으로, 그리고 행동으로. 하지만 불복종이라는 말이 우리가 몰로치나를 떠나는 걸 규정하는 정확한 단어는 아닐 거야." 살로메가 말했다.
"그게 우리의 떠남을 규정한느 하나의 단어일지도 몰라." 마리케가 말했다.
"맞아. 아주 많은 단어 중 하나지. 하지만 그것은 몰로치나 남자들이 사용할 말이지, 신이 쓰실 단어는 아니야." 살로메가 말했다.
"그건 사실이야. 신이라면 우리가 떠나는 것을 다른 말로 정의하실 거야." 메얄이 말했다.
"그럼 넌 신이 우리의 떠남을 어떤 말로 정의할 것 같은데?" 오나가 물었다.
"사랑과 평화를 위한 시간." 메얄이 말했다. (237p)


□ 이들은 문맹에 처하고 교육으로 배제됐다. 하지만 공동체 사회와 종교 규율에 순응하며 삶을 일궈 나간다. 또한 강요된 권위를 넘어서서 부정과 부패, 폭압을 이겨내는 저항 정신은 숭고하다.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은행나무와 디플롯 콜라보 서평단 자격으로서 작성된 서평입니다.
#도서협찬 #위민토킹 #여성인권 #미리엄테이브스 #실화 #위민토킹소설 #은행나무 #소설추천 #추천소설 #폭력인권 #성폭력피해 #볼리비아메노파 #종교공동체 #영화위민토킹 #여성연대 #은행나무출판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기 오늘의 다정이 있어
지수 지음 / 샘터사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주어진 하루를 열심히 치열하게 살았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남아 있다. 하물며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고 게을렀으며 놓쳐 버린 것만 떠오르는 어느 밤, 마음에 스며든 어둡고 침침한 생각들은 떠나지 않는다. 이뤄진 성취는 없지만 거기까지 이르는 자신을 돌보지 못한 것이다. 그런 자신에게 하루치 다정을 쏟고 편안한 잠자리에 들 수 있도록 '핑쿠한' 토끼가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건넨다. 특별함과 유려함이 없는데도 평범하고 보통의 말 한마디가 딱딱한 어깨 위에 부드렇게 얹어진다. 토끼와 곰의 이야기 속 우리의 일상이 그려지고 연약하여 상처받았던 순간, 넘어지며 좌절했던 상황을 미래의 자신에게 나아가는 걸음 걸음으로 해석해준다. 누구보다 스스로 상황에 대한 처절함이 있기에 날카로운 질책보다 따스한 위로와 응원을 바란다. 자신에게 던져 놓은 오늘치 다정함은 내일의 동력이 되어 새롭게 나아갈 용기로 나타날 것이다.

■ 소중한 게 무엇인지 때로는 잊을 수도 있지만 '내 시간'이 돌아올 때마다 다시 기억해내면 돼요. 세상은 복잡해도 어떤 것은 변하지 않거든요. 조용히 마음을 정돈하고 나면, 잊었던 가치들이 선명해질 거예요. (42p)
□ 나다움을 견고하게 쌓아 늑대의 바람에도 휘날리지 않을 현명한 아기돼지처럼

​■ 먹을 수 있는데 먹지 않고, 살 수 있는데 사지 않고, 언제든 누울 수 있는데 누워버리지 않는 삶. 어쩐지 꼿꼿하고 멋지지 않은가요? (51p)
□ 밀려나가기 보다 당기는 것으로 채워지는 삶

​■ 어떤 것의 진정한 가치는 시간이 충분히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돼요. ...중략... 하지만 사람은 같은 실수를 반복해요. 시간이 지나지 않고는 어떤 것의 가치를 진정으로 알지 못해요. (62-63p)
□ 언제든지 붙잡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소중함과 진정성을 간직할 수도

□ 예상치 못한 만남이 주는 뜻밖의 상황, 어쩌면 정답으로 그려진 길이 꼭 그것만은 아니었을수도

​■ 하다 보면 때로는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두는 날이 반드시 올 거예요. 틀림없어요. 하지만 그런 날을 맞이하려면 대부분의 '그저 그런 날들'과 종종 찾아오는 '형편없는 날들'을 견뎌야 해요. 이 역시 반드시 있을 수밖에 없거든요. (81p)
□ 그저 그런 날들과 형편없는 날들이 반복되는 시간을 견뎌내면 반드시 올 수밖에 없는 '기대 이상의 날'


■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존재인지 알고 싶나요? 그 사람을 떠올리세요. 그리고 지금 드는 감정을 그저 바라보세요. 부디 지금 피어난 감정이 아름다운 모습이기를, 그런 존재를 곁에 많이 두었기를 바라요. (104p)
□ 부디 그러하시길


■ "이 세상 모든 직업의 연봉이 똑같다면 너는 무슨 일 할 거야?" (199p)
□ 지금 이 시간, 이 곳에


■ 안 한다, 못 한다는 선택지를 지워버리면 이 세상에 내가 해낼 수 있는 게 엄청나게 많이 늘어나요. (216p)
□ 한 글자를 썼기에 이야기가 완성되고, 첫 걸음을 떼서 완주할 수 있었다.

​◆ 물방울 서평단 자격으로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도서협찬 #물방울서평단 #여기오늘의다정이있어 #김토끼 #토끼툰 #지수작가 #샘터 #샘터사 #응원에세이 #격려에세이 #다정에세이 #김토끼다정 #지수글 #지수에세이 #김토끼에세이 #에세이추천 #추천에세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금 아이 꿈꾸는돌 36
이희영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변하지 않길 바라, 소금으로 묵혀둔다. 맛을 내기도 하지만 켜켜이 시간을 쌓는 역할도 담당한다. 태어나지 말걸 그랬나 싶은 시간을 소금과 같이 화석화시킨 아이 '이수'. 웃어본 적이 있을까 싶은 그의 과거사가 안쓰럽고 보듬아 줄 어른이 없었다는 것이 안타깝다. 아마 피를 나눈 할머니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수를 거둔 그의 마음도 조금은 헤아려진다. 부모의 품속에 안겨 본 적 없이 황량한 사막에서 홀로 내버려진 선인장 마냥 스스로 커갔던 '세아'. 버려져서 빼뚤어진다는 상식 같은 이야기에서 버려졌기에 사람 마음을 채우는 것에 더 가시를 세워 지켜 나간 선인장. 소금과 선인장이 세상을 향해 한 발 내딛을 때, 할머니가 있었고 입주 아주머니 이모가 있었다.



이수와 세아 모두 가정환경이 다른 의미로 각각 불우하다. 공통점은 부모로부터 사랑받지 못했다. 자식을 낳으면 자연의 질서 마냥 자연스럽게 솟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의지와 애정은 만들어가는 것이었나보다. 그래서 평범한 또래 아이들이 찾아지는 치기어린 마음과 행동은 훌쩍 건너뛰어버렸다. 과거 이수의 부모는 살해현장에서 발견된다. 아비는 어미를 죽였고, 그 아비는 그 아비의 어미인 할머니가 죽였다. 그 할머니가 이수를 거둔 것이다. 갈 곳이 없고 기댈 곳이 없던 이수는 자신을 거두겠다는 할머니 손에 키워진다. 살갑지는 않았지만 챙김 받은 적 없는 엄마의 손보다는 훨씬 따뜻한 가정이었다. 그런 할머니는 세상 사람들로부터 지탄받았다. 자식을 죽였고 그런 그가 살아서 멀쩡하니까. 그러나 할머니는 호기심으로 접근하며 던지는 말에 흔들리지 않는 듯 굳건하다. 할머니가 마음의 소금밭에 고이 묻어 둔 것은 무엇일까.



세상의 폭력과 횡포에 휘둘려 친구를 잃은 세아. 친구를 지키지 못한 트라우마는 비슷한 처지의 친구 일에 쉬이 모른 척 지날 수 없다. 한 명의 가해자가 한 명의 피해자만을 낳지 않기 때문이다. 더 많은 피해자를 막고자 십자가를 지고 악역을 자처한 세아. 과연 세아의 십자가는 처형 수단이었을 뿐 인가.



■ 우솔은 젓갈이 특산품이었다. 그중에서도 조개젓이 유명했다. 소금에 절여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는 건, 비단 젓갈뿐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소문도 마찬가지였다. 삭힌 젓갈처럼 그저 익어 갈 뿐이었다. 절대 사라지지 않았다. 이수가 중앙 현관을 지나 계단을 밟아 올라갔다. (17p)



■ '야! 너 아직 살아 있었구나?' 그 순간 머릿속으로 오래전 그날이 스쳐 지났다. 벌써 6년이 지나 흘렀는데 까만 점은 여전히 이수를 기억하고 있었다. 할머니 말은 사실이었다. 소금 바람은, 사람들의 기억까지 차곡차곡 염장해 두었다가 그 축축하고 시큼한 것을 엉뚱한 곳에서 불쑥 꺼내 놓았다. (25p)



■ '그날이 수요일아서 얼마나 다행이었니? 월요일이나 목요일, 토요일이었어 봐. 아, 맞다. 토요일은 관공서가 쉬지?' 그것은 이수가 '이수'가 된 이유였다. 출생 신고를 하러 간 날이 하필 수요일이라서. 달력에 물 수 자가 보여서……. (41p)



■ 옛말은 틀리지 않았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은 두 사람을 보면 알 수 있었다. 둘의 결합에 정작 힘든 사람은 당사자들이 아니었다. 그들의 깨지고 망가지는 삶을 코앞에서 지켜보는 이들이었다. 할머니의 속은, 한여름 바다보다 퍼렇게 멍들어갔다. (93p)



■ "이수야, 마음이 감옥인 사람이 있어. 수인도에 평생 갇혀 있는 사람이 바로 너희 할머니야. 그 섬이 워낙 외지고 험해서 아무도 가지 못한다." (106p)



■ 이수는 싱크대 선반 속 오래된 접시였다. 한 달에 한 번만 물을 줘도 살아가는 선인장이었다. 그래, 맞아, 얘도 있었지. 사람들은 때때로 이수의 등장에 당황했고, 싫은 내색을 숨기지 않았다. 결국 깨닫게 되었다. 슬퍼하거나 서운해 하기보다, 이 모든 일에 무감각해지는 편이 훨씬 낫다는 사실을. (108p)



■ 시간이 흘러 세아는 중학생이 되었고 엄마와 아빠는 결국 이혼했다. 하지만 누구도 세아 곁에 남지 않았다. 각자의 파트너와 새 삶을 시작했으니까. 세아에게 부모님의 부재는, 아침이면 떠오르는 태양만큼이나 익숙했다. 자신이 그 태양 아래 혼자 남은 선인장이라는 사실을 또한 잊지 않았다. (162p)



■ 보이지 않는 할머니에게, 철썩이는 바다에게, 바보 같은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하지만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 사실은 부정할 수 없었다. 파도가 모래를 쓸어 가듯, 시간은 할머니의 기억을 가져갈 것이다. (189p)



■ 기억은 시간이 지날수록 쌓이거나 잊히는 줄 알았다. 그러나 누군가에게는 어지러운 꿈의 한 조각처럼 가슴에 박혔다가, 생각지도 못한 모습으로 불쑥 되살아났다. (205p)



■사탕을 담배처럼 물고 다니고, 음료수를 술처럼 들이켜는 녀석이었다. 그리고 가슴에 깊은 심연이 있는 아이였다. 엉뚱하고 재미있지만 좀처럼 그 속을 알 수 없었다. 어떻게 사전에 이름을 검색해 봤을까? (215p)

◆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바탕으로 작성된 서평입니다.

#도서협찬 #소금아이 #이희영 #페인트 #나나 #학폭 #학교폭력 #청소년소설 #추천청소년소설 #학교폭력가해자 #가정폭력 #도서추천 #추천도서 #돌베개 #돌베개청소년소설 #돌베개청소년시리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남자를 죽여드립니다 어쩌다 킬러 시리즈
엘 코시마노 지음, 김효정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건조하고 딱딱한 이야기에 싫증이 날 때, 꺼내보면 좋은 문자화된 영화 같은 소설이다. 등장인물 핀레이 도너번은 주변 흔한 '아줌마'일 듯 하다. 결혼 후 아이를 낳고 나면서부터 가정과 육아에 치이면서 자신을 돌볼 틈이 없고, 어느새 남편과의 관계가 대면대면 하다가 결국 각자의 길을 걷게 되는(?). 한국판 아줌마였다면 불륜에게 초점을 맞춰진 이야기가 더 많았을 듯 싶은데, 결혼 생활에 있어서 상대에게 자신이 매력을 보이지 못한 것에 한탄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화적 차이도 보인다. 그래서 이 상황을 감정적 극에 치닫지 않고 가볍게 때로는 유쾌하게 해석한다. 단순하게 육아와 살림 전담인 전업 주부는 아니고 로맨스와 스릴러를 겸비한 소설을 쓰는 작가인데, 유명 작가가 아니고서야 판권이나 인세가 약하기에 비참한 상황 설정은 충분해 보인다.



이혼과 생활고 등 다중의 고난 속 핀레이는 원고 마감을 넘기면서 압박을 받고 있다. 부스스한 머리를 가리기 위해 스카프 가발을 쓰고, 초췌한 얼굴을 가리고자 커다란 선글라스를 착장하여 에이전트 실비아를 만난다. 글의 진척이 없는 것을 인지한 실비아는 적절한인 현장, 살해 동기, 깔끔한 처리와 곁들인 로맨스를 요구한다. 을의 입장에서 상황을 접수하는 대화 과정을 옆 테이블에서 엿듣던 다른 여인이 이를 오해한다. 그리고 작은 쪽지를 남몰래 건넨다. 자신의 남편을 죽여달라고! 글로 배운 살인 범죄와 해결, 처리 과정 등이 이 어설프고 허당미를 자랑하는 삼류작가 핀레이에게 극적인 상황 전개를 가져다 준다.



■ 아침 8시 30분. 알 만한 사람은 알겠지만 대부분의 엄마들이 여차하면 누구 하나 죽이고도 남을 만큼 신경이 곤두서는 시간이다. 특히 10월 8일 화요일 아침, 나는 7시 45분부터 이미 살인 충동을 느꼈다. 메이플 시럽 범벅인 두 살배기에게 기저귀를 채우느라 아등바등하는 사이, 곧 유치원에 가야 하는 네 살배기는 제 머리를 직접 자르겠다고 설치고, 수면 부족 때문에 커피포트에 필터 끼우는 걸 깜빡한 탓에 넘쳐 흐른 커피 가루를 치워본 경험이 없다면 내가 똑똑히 알려주겠다. 누구라도 걸리기만 하면 죽여버리고 싶은 심정에 대해. 누가 됐든 상관없었다. (7p)



□ 소설의 첫 문단부터 킬러로서 합격. 킬러로서 입문 과정인 듯 하다.



부제처럼 어쩌다 킬러가 된 핀레이가 두 아이의 육아 및 창작의 고통을 짊어지고 의뢰받은 임무를 해결해 나갈지 궁금해지는데, 읽는 내내 작가의 위트 있는 인물 간 대화, 핀레이의 허술한 추리와 킬러 놀음이 유쾌하게 그려진다.



■ 삽을 내려다보니 목이 바짝 탔다. 이 모든 사건이 소설 속에서 일어났다면 지금 이 순간이 전환점이 될 터였다. 도저히 돌이킬 수 없는 시점.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 조지아의 집으로 돌아간다면 과실 치사를 주장할 수 있다. (109p)



■ 경찰 언니를 둔 덕에 중요한 교훈 두 가지가 있다. 첫째, 인터넷에서는 거의 모든 사람을 찾을 수 있다. 둘째, 남의 눈에 뻔히 보이는 곳보다는 집에서 범죄를 저지르다 발각될 확률이 높다. (163p)



■ "마음 바뀌면 언제든 얘기하세요. 그리고 언젠가 당신이랑 데이트 하고 싶다는 생각은 아직 변함없어요."......중략...... "복잡한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요." 감옥에 들어가서도 전화를 걸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174p)



■ 맙소사. 이렇게 황당할 수가. 그녀는 내가 뛰어난 실력자일 뿐 아니라 그 일에 딱 맞는 적임자라고 생각하는 거다. (242p)



■ "핸런의 면도날이라고 들어봤어요?" 나는 고개를 뒤로 젖히고 눈을 감았다. 그의 나직한 목소리는 차분하고 평온했다. 너덜너덜해진 내 신경에 바르는 연고 같았다. "이런 말이 있죠. '별로 악하지 않은 동기로 설명할 수 있는 상황을 악의와 무자비로 해석하지 말라.' 저는 사람들이 나쁜 동기로 행동했다고 단정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어요."(302p)

#영미장편소설 #추리소설 #코믹소설 #코믹로맨스스릴러 #유쾌한소설 #인플루엔셜 #소설추천 #추천소설 #재미있는소설추천 #미스터리소설 #엘코시마노 #베스트셀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없음의 대명사 문학과지성 시인선 585
오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러시아 작가인 이고르 알렉산드로비치 포포브의 1966년작 출근길을 보면, 출근길에 오른 사람들의 표정이 무심하고 피곤에 지쳐 보인다. 저 속에 섞여 있다면 똑같은 표정으로 서 있을 듯 하다. 관람자로서 지켜보기에 '그들'을 조금 여유롭게 관찰할 수 있다. #오은 시집 #없음의대명사 속 대명사 사용이 관찰자 같은 시점을 찾을 수 있다. 시인과 독자 사이에 암묵적인 경험 공유를 토대로 이미 알고 있는 상황에 대한 '그것', 인지하고 있는 이에 대한 '그', 혹은 '우리' 등. 하지만 한 걸음 떼어내서 '그' 상황을 들여다본다. 솔직히 알지 않는다. 하지만 시인 #오은_이 그려낸 시를 읽어내리다 '그'가 부딪힌 상황 속에 '나'를 대입하고 '그것' 안에서 '나의 경험'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구상화 인듯 써 내려간 시를 해석하고 뜯어보면 추상화 같은 느낌이다. 보는 이, 읽는 이, 건네는 이에 따라서 가지각색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오은시집 #없음의대명사_에는 유쾌한 대화가 넘치기도 하고 우울한 자기 반성이 담기기도 하였으며 닿지 못할 말을 혼자 끄적거리기도 한 듯 하다. 그렇게 읽힌다.

■ 수도꼭지가 말한다. 물 쓰듯 쓰다가 물 건너간다. (12p, 그곳 중에서)

■ 속사정은 여간해선 바깥출입을 하지 않는다. (16p, 그것들 중에서)

​■ 된 사람처럼 모질고 우악스럽다고 다 된밥에 뿌리겠다고 작정한 소리라고(25p, 그것들 중에서)

​□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닿은 곳, 상황과 객체에게 보내는 글

​■ 역사에 있었다 시대에 있었다 시간에 있었다 순간은 없었다 (41p, 그것 중에서)

■ 갔다, 고 말했다 / 갔다 다음에 쉼표를 찍지 않으면 숨 막힐 것 같았다 (57p, 그것 중에서)

​■ 그는 먹는 방식으로 감정을 소화한다 / 고독은 씹는다 / 분노는 삼킨다 / 슬픔은 삭인다 / ...중략... / 달아도 써도 삼킨다 / 달콤하면서 쌉싸래해도 / 절대 뱉지는 않는다 / 그는 감정에 사로잡혀 있다 (80-81p, 그 중에서)

​□ 언어 안에 담긴 에너지를 최대한 이끌어서 흩뿌려놓은 #없음의대명사 중에서 울림이 컸던 시다.

​■ 무표정도 표정이다 / 침묵이 말이듯이 / 어느 때는 가장 강력한 말이 되기도 하듯이 / 끈질기게 묵묵했다 (82p, 그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